주요 카드사 작년 3분기 누적 순익 1.3조..마케팅 중단 효과
항공·숙박카드 대거 ‘단종’ 직구·배달 신종카드 ‘출시’
‘생존형’ 디지털 전환 이어질 것...결제서비스 ‘비대면화’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롯데·하나·비씨카드 로고(출처=각 사)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롯데·하나·비씨카드 로고(출처=각 사)

[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코로나19가 창궐한 지 1년이 지났다. 카드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프라인에서 쓴 맛을 봤지만, 3800억원의 대면 마케팅 비용을 아끼면서 한 해를 견딜 수 있었다. 

소비자의 카드생활도 달라졌다.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해 마일리지 특화카드는 무용지물이 됐고, 잘 쓰던 알짜카드들도 어느날 줄줄이 단종됐다. 스키장 등 쏠쏠한 계절 할인 혜택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채용 빗장이 걸린 탓에 1년간 준비했던 카드사 취업에 고배를 마셔야 했던 취준생들도 있었다.

주요 카드사 작년 3분기 누적 순익 1.3조..마케팅 중단 효과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 2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했다. 특히 하나카드는 1144억원으로 129.6%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업계는 순이익 증가가 마케팅 비용 절감 등에 따른 코로나발 '불황형 흑자'라고 입을 모았다. 카드사들은 '거리두기' 여파로 지난해 추석·어린이날·하계 및 동계 휴가·수능·크리스마스·가정의 달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포기해야 했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관련 비용은 그 덕에 천문학적으로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롯데·하나·비씨)의 지난해 3분기까지 카드비용은 5조80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00억원 금감했다. 카드비용은 △모집비용 △제휴사 지급 수수료 △기타 카드 영업비용 등 마케팅 관련 비용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항공이나 여행, 오프라인 이벤트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이 축소되면서 실적이 좋아보이는 불황형 흑자의 경우"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예년 같은 마케팅은 아직 기대하기 어렵지만 온라인 채널 등 비대면 마케팅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일찌감치 마케팅 표적을 온라인에 조준했다. 해외 직구 혜택 및 온라인 쇼핑몰 채널 할인 등 비대면 이벤트를 펼치거나 언택트 특화 카드를 속속 내놓았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1월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온라인 부문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2%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은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채널임과 동시에 오프라인보다 비교적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들어 부담이 덜하다"며 "지난해 나온 카드 상품들도 항공 마일리지 혜택을 줄이고, 대개 온라인 쇼핑, 배달앱, OTT 등 비대면 서비스들이 탑재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코로나 선방은 해외에서도 지속됐다. '코로나 안전지대'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권역(베트남·라오스·미얀마)에 해외 현지 법인을 둔 카드사들이 특히 흑자를 맛봤다.

신한카드 동남아 현지법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 총 17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라오스 합작법인 'KB코라오리싱'의 3분기 순이익도 33억원으로 △1분기 14억원 △2분기 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언택트 및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국내 뿐 아닌 해외 법인에도 투입해 실적 개선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카드사 수장들, 신년사에 '디지털 전환' 강조

카드사 수장들이 대면 경쟁력이 아닌 '디지털 전환(DT)'을 신축년 화두로 꼽으면서. 코로나 1년차를 맞은 카드사들의 '살아남기 위한 디지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는 "올해 디지털과 플랫폼, 신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지시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는 '조직운영의 디지털화'를 당부 ▲롯데카드 조좌진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생존과제로 언급했다. 이 밖에도 대·중소형 카드사들이 전부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전환(DT)'를 올해의 경영목표로 강조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자사 앱'을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새단장하는가 하면, '비대면 결제'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는 등 결제영역 부문에서의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한 바 있다.

신한카드는 생체 인식을 활용한 ‘신한 페이스페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KB국민카드는 기존 스마트폰 앱 카드에 다양한 간편결제 기능이 탑재된 ‘KB페이’를 공개했다. ▲삼성카드는 자사 앱을 카카오페이에 연동시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나 카카오톡에서 삼성 앱 카드 인증만으로 간편하게 삼성카드를 등록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리카드도 모바일 전용 카드인 ‘카드의 정석 언택트 에어’를 출시했다. 카드 신청부터 발급까지 전 과정이 비대면으로 30분 내 이뤄지도록 해 고객 편의를 높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디지털 전환은 꾸준한 화두였다"며 "작년부터 전 카드사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자체 앱에 빅데이터 서비스를 탑재하거나, 비대면 결제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있지만, 코로나에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에 사활을 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리스 같은 신사업도 마찬가지로 대면 영업으로 벌어들이지 못하는 부분을 메꾸기 위한 생존 사업이다. 올해 카드업계는 디지털 중심의 전략 강화와 신사업 발굴이 수익을 견인하는 필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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