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호황으로 영업익 1조3244억 달성…순이익 9926억
8인치 파운드리, 中 반도체 굴기 등으로 성장세…투자 시사
“대형 반도체 업체로서 책임감…다양한 옵션 놓고 고민 중”
올 하반기 설비투자 조기 집행…키옥시아 지분 순차 정리

SK하이닉스 이천 M16 팹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팹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시사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위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박정호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 박정호-이석희의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모기업인 SK텔레콤을 통신을 주축으로 한 기존 사업회사와 투자전문회사로 개편해 반도체를 비롯한 뉴 ICT 사업의 성장 속도를 올리기로 했다. 

지난 21일 박정호 대표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회사 차원에서도 ‘다양한 옵션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SK하이닉스는 28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8인치 파운드리에 집중된 계획을 고려 중”이라며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미래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수급상황은 물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 등에 대해서도 대형 반도체 업체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8인치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대한 다양한 옵션들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현재로선 12인치나 선단공정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며 삼성전자나 대만 TSMC처럼 미세공정에 집중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 특히 D램의 비중이 매우 크다. 지난해 매출의 94%가 메모리반도체에서 나왔는데, D램의 비중이 70%에 달했다. 때문에 SK하아닉스도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조원을 들여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는 하지만,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2%에 불과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70%를 넘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4183억달러(516조원)으로, 시스템이 3067억달러(343조원)으로 73.3%를 차지했다.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도 파운드리는 IT기기 고사양화, 비대면 기조 확산 등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8인치 파운드리가 SK하이닉스가 노리는 틈새시장이다.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PMIC(전력관리반도체), 저화소 이미지센서처럼 미세공정을 채택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맞춤형 소량 생산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나 TSMC처럼 상위업체들은 고사양 칩을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12인치 기반의 미세공정에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8인치 파운드리 공급과 수요 사이 불균형 현상이 심화된 상황. 게다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팹리스업체를 키우면서 8인치 파운드리 수요가 늘어났다. 

SK하이닉스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시스템IC는 충북 청주에 있는 8인치 파운드리 설비를 중국 우시 공장으로 이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IC 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가격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SK하이닉스는 올해 시설투자를 적극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부품 수급에 문제를 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 상황이 여의치않다. 현재 상황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예정된 시설투자 일부를 올해 하반기 앞당겨 집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연초 계획보다 시설투자 규모가 다소 증가하겠지만 내년부터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면서도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설비를 이미지센서(CIS)로 전환할지에 대해서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수급 상황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일부 고객사들이 1년 이상의 장기 공급 문의 및 전략적 관계 확대를 요청하고 있는데, 전략적 고객 운영 계획에 맞춰 대응해 나가겠다”며 “이미 결정된 것 이외의 추가 시설투자 증액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각설이 제기됐던 키옥시아 지분은 순차적으로 처분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일본 도시바가 누적된 적자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를 키옥시아로 분사시키자, 일본산업혁신기구와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터반도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SI(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다. 당시 약 4조원을 투자했는데, 2조7000억원은 펀드로 1조3000억원은 전환사채(CB)로 조달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인수하는 방안을 각각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이후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석희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원래 투자했던 목적이 있기 때에 키옥시아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대형 사모투자펀드 베인케피탈의 재무적투자자(LP)로 3분의 2, 별도의 용도로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며 “원래 계획대로라면 키옥시아의 IPO(기업 공개) 후에 베인캐피탈에 투자된 지분은 점차적으로 시장에 매각하고, 나머지는 전략적 협업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인캐피탈이나 키옥시아 측에서 전해 들은 내용은 올해 하반기에 IPO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투자회수(엑시트) 시점은 베인케피탈이 운용사(GP)로서 결정하는 부분이라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 또 키옥시아의 경쟁사이기 때문에 간접적 지분을 갖고 있어도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1년 1분기 경영실적 비교 (자료=SK하이닉스)
2021년 1분기 경영실적 비교 (자료=SK하이닉스)

한편,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 8조4942억원, 영업이익 1조32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66% 늘어났고, 전분기에 비해서도 7%·, 37% 증가헸다. 이에 따라 순이익도 전년 대비 53% 늘어난 9926억원를 거두며 영업이익률 16%, 순이익률 12%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에는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있었다. D램은 모바일과 PC, 그래픽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었고, 낸드플래시는 모바일에 들어가는 고용량 제품 판매량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은 D램 4%, 낸드플래시 21% 등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주요 제품의 수율이 빠르게 개선돼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이익을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이후에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면서 D램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낸드플래시도 2분기 중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전년 대비로 D램은 20% 후반, 낸드는 30% 중반 성장이 예상된다”며 ”D램은 시장 성장률 수준으로, 낸드는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의 비트그로스(비트 단위의 출하량 증가율)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시장 변화에 대응해 생산성 향상과 품질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D램은 2분기부터 12GB 기반의 고용량 MCP(여러 종류의 칩을 묶어 단일 제품으로 만든 반도체)를 공급할 예정이다. 주력인 10나노급 3세대(1z) 제품의 생산량도 늘리고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활용해 올해 안에 4세대(1a)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낸드플래시는 128단 제품의 판매 비중을 80%까지 높이고, 연내 176단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EUV가 적용되는 레이어는 첫 제품이라서 많지 않다. 한 레이어에만 적용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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