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질 개선 성공…SK네트웍스, 영업익·순익 모두 증가
계열분리 명분 확보…최성환 총괄에 핵심 역할 부여
최 회장 일가 지분율 2.28%…최 총괄 입지도 불안정
ESG 경영과 대치되는 배임·횡령…부정적 영향 줄 듯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진=뉴시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계열분리 및 3세 승계는 완성될 수 있을까. 

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5일 2000억대의 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최 회장이 SKC와 자회사였던 SK텔레시스, SK네트웍스를 경영하면서 회삿돈을 개인 목적으로 끌어다 쓴 것으로 보고 있다. 

6곳의 최 회장 개인회사에서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고 친인척 등에 허위급여를 지급한 혐의다.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지원, 호텔빌라 거주비 납부 등의 혐의도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구속으로 아들인 최성환 사업총괄이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바라왔던 계열분리 및 후계 승계 작업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신원의 ‘렌탈’ 결단…SK네트웍스 웃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발군의 경영 감각을 보여줬다.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업 가치 제고의 측면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6월 직영주유소 300여곳의 부지·건물·임차권 등을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했다. 10월에는 사옥으로 사용했던 명동 SK빌딩을 부동산 개발 전문 계열사인 SK D&D에 넘겼다. 이어 12월에는 자회사인 SK핀크스 기분 전량을 SK㈜의 자회사 회찬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부채가 1조3000억원 이상 줄어들며 부채비율을 340%에서 29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선택을 통해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으론, ICT 기술 기반의 렌탈·유통에 집중했다. 중고 휴대전화 재활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 민팃은 지난 2월 각자대표 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IT 중고거래 시장에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자의 데이터 삭제·전송 기능을 추가한 민팃 ATM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에는 태블릿·데스크톱PC·노트북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를 위해 PC 전용 웹사이트도 운영에 들어갔다. 

아울러 렌털시장에서는 친환경 수요를 잡는 한편, 렌털 브랜드로서의 입지 강화를 꾀했다. SK렌터카는 전기차 충전비를 포함한 패키지 ‘EV올인원’을 내놓았고, 친환경 자동차 수요를 적극 대응하기 위해 980억 규모의 녹색채권도 발행했다. 이 자금은 전기차 4000~4200대를 구매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SK매직은 지난 1월 선보인 미래형 라이프 스타일 충전소인 ‘길동 채움’에 브랜드숍을 내고 오프라인 마케팅에 나선다. 

특히 SK네트웍스는 미래 사업의 성패는 디지털 전환에 있다고 판단, ICT 역량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I(인공지능)·자율주행·IoT(사물인터넷)·5G 등 혁신 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렌털·유통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외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다. 지난 2월 미국 소매매장 자동결제 솔루션 스타트업 스탠더드 코그니션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이 이용하는 미국 데이터센터 인프라 펀드, AI·빅데이터 등 기술 기반 바이오 스타트업 투자를 주로 하는 벤처캐피털 펀드에 각각 1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또 K팝 해외 공연 기획 사업을 펼치는 마이뮤직테이스트, 간편결제 서비스 핀테크 스타트업인 차이 등에도 투자했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 덕분에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늘어나며 체력이 증진됐다.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 10조6314억원, 영업이익 1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8.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3.1%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1226억원에서 42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분율 미약한데 오너리스크까지…3세 승계 빨간불?

지난해의 성과는 2016년 동양매칙, 2019년 AJ렌터카를 인수하며 렌털사업에 뛰어든 최 회장의 선구안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해 SK매직의 매출은 1조221억원, 영업이익은 827억원이었다. 세척기·공기청정기·정수기 등을 연달아 선보이고, 친환경 플라스틱(PCR-ABS)를 적용해 그린 포트폴리오를 확장함에 따라 매출 1조·렌탈 계정 200만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SK렌터카 역시 1조8502억원의 매출에 12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차량 구매부터 정비, 보험, 내륙 단기렌터카 등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를 통합 운영해 효율성을 높인 결과, 차량인가대수 2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SK네트웍스 영업이익에서 SK매직·SK렌터카의 비중은 85%로 늘어났다. 2017년 29%에서 2018년 37%, 2019년 68%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렌털사업은 지난해에도 전체 수익성 증대를 견인했다. 

때문에 올해 초까지만 해도 SK네트웍스의 계열 분리와 후계 승계를 꾀하는 최 회장의 계획은 탄력받는 듯 했다. 체질 개선으로 계열 분리의 당위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지분율을 높이며 관련 작업에 속도를 올렸다. 

최 회장 일가는 SK네트웍스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지난 1월 사촌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SK네트웍스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자 최 회장 일가는 SK(주)와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최 총괄의 지분율을 1.45%로 증가, 최 회장과 최 총괄의 지분 총합은 2.28%로 올라갔다. 이에 맞춰 최 총괄은 SK(주) 지분도 추가 매입해 0.74%로 늘렸다. SK(주)의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느냐가 계열 분리시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승계를 위한 조직 재편도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SK네트웍스는 조직을 재정비했다. 사업형 투자회사를 목표로 대표이사 아래 사업총괄·경영지원본부를 신설하고, 아들인 최성환 기획실장에게 사업총괄을 맡겼다. 사업조직을 관리하면서 신성장추진본부의 투자 관리와 M&A 관련 업무를 관장한다는 점에서 SK네트웍스에서 핵심적 역할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검찰 수사에 따른 최 회장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후계 승계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1981년생인 최 총괄은 중국 푸단대(중국어학)와 런던비즈니스스쿨(MBA)를 거쳐 SKC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보유현금 8591억원, 현금성 자산도 1조원을 손에 쥔 SK네트웍스의 성장 동력을 다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경우, 최 총괄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사실 SK네트웍스에 대한 최 회장의 애착은 상당하다.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첫 회사인데다, 그 역시 SK네트웍스의 전신인 선경에서 부사장을, SK유통에서 부회장을 지냈다. 회장에 오르자 본사 1층으로 최종건 창업주의 동상을 옮기고 묵념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최 회장은 “내가 왜 우리 아버지 동상을 모셔놓고 오늘 절을 드렸겠느냐.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체로 다시 반석 위에 올릴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최 회장의 혐의 가운데 일부는 SK네트웍스 재직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투자 기준으로 삼는 시장의 요구와 정면 배치된다. 경영상 리스크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SK네트웍스 이사회가 오너 일가의 후계 승계에 선선히 손을 들어줄지 불확실하다. 

게다가 최 회장 일가의 입지가 아직까진 불안정하다. 지분율도 오너일가라 보기에는 미흡한 수준이고, 최 총괄 또한 등기이사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최 총괄은 SK(주)보다 SK네트웍스의 지분율을 늘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 총괄은 지난 3일과 4일 SK(주) 주식 9797주를 매도하며 약 25억의 자금을 확보했다. 현재 최 총괄이 보유한 SK(주) 지분율은 0.6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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