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페렐만(Perelman)’과 고조선 논쟁의 역사학자 ‘유정희’

박대성 기자 / 기사승인 : 2019-11-19 17: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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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역사학자 유정희

[스페셜경제 = 박대성 기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수학에는 여러 가지 풀리지 않는 난제(難題)들이 있다. 리만가설, 페르마의 정리 등등. 개중에는 이미 풀린 것도 있고 아직 미제(謎題)인 것도 있다. 아무튼 이 중 하나가 ‘푸앵카레의 추측’이라는 난제이다. 이 문제는 수학자들에게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그런데 러시아의 수학자 중 ‘그리고리 페렐만(Grigori Yakovlevich Perelman, 1966~)’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러시아와 미국의 각 유명 연구소 등에서 재직하였다. 미국 유수의 명문대 교수직도 거절한 그는 2002년 11월 온라인 과학 웹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논문을 게재하여 주목을 받는데, 곧 그는 서스턴의 기하화 추측을 증명하였다고 말하여 리처드 스트라이트 해밀턴(Richard Streit Hamilton)의 리치 흐름(Ricci flow)을 활용하여 기하화 추측을 증명하였으며, 그 결과 수학계에서 세기의 난제로 불렸던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하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한다. 美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대 수학과 교수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한 무명의 수학자인 그가 해낸 것이었다. 

 

인문학. 그중 역사학에도 여러 가지 세부 분야가 있다. 바로 고대사, 중세사, 근세사, 근대사, 현대사 등이 그것이다. 이 중 고대사(古代史)는 고고학과 밀접하고 고고학 유적이나 기존의 사료(史料)로 ‘퍼즐 맞추기’나 ‘사료 발굴, 복원, 상호보완, 교차검증’ 등등을 하는 작업이라 관련 학자들의 말대로 언뜻 보면 역사학이라기 보다는 고증학(考證學)과 비슷해 ‘인문학계의 수학’이라고도 불린다. 

 

우리 한국의 역사학, 그중 고대사 분야는 항상 논란인데, 그 주요한 화두가 바로 ‘고조선(古朝鮮)’ 분야이다. 우리 민족의 시원이지만 사료가 워낙 적고 고고학 유적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들이 고려말 승려 일연이 말한 <삼국유사>의 우리민족의 기원을 증명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번번이 명확하지 않은 결말과 함께 대중은 늘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였다. 

 

그런데 최근 유정희(柳正熙, 남, 38)라는 역사학자는 작년 펴낸 그의 저서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란 책에서 300년전 프랑스인 레지(1663~1738, Jean-Baptiste Regis) 신부가 쓴 우리 민족이 중국 요(堯) 임금때 이미 기원하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기록들을 100년전 우리 독립운동가이자 전통 학자들인 김교헌(金敎獻), 박은식(朴殷植), 유근(柳瑾) 등의 저서인 <신단민사/실기>, <단조사고> 등과 교차검증하는 획기적인 생각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사료를 봐도 일반인, 심지어 학자도 비역사학 전공의 학자에겐 그 ‘사료가치’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 즉, ‘사료가치’를 읽거나 봐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정희 본인도 다른 칼럼에서 이미 말하였지만, 심지어 같은 역사학자라도 고대사 관련 학자가 아니면 그 가치를 제대로 분간해 내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유정희가 한 연구는 300년전 프랑스 서구 지식인이 중국 사료를 바탕으로 쓴 글을 우리 쪽 전통 사료에 교차검증 한 것으로 이는 생각 자체가 새롭고 참신하다고 할 것이다. 그가 본래 역사학 전공자이자 미국과 한국의 명문대학교 등에서 학부, 대학원 과정을 공부한 건 맞지만, 본래 고조선 관련 한국 고대사 전공자도 아니고(그는 본래 고조선과 同시대인 중국 고대 夏商周 전공자이다.), 그쪽 전공 하의 서울대, 고려대 ‘교수’도 아니고 어느 유명 연구소에 있는 연구원도 아니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역사도 인문학인 이상 사람마다 의견이나 가치관도 다르겠지만, 아무튼 유정희라는 역사학자가 학계가 지난 수십년 동안 작업해 놓은 고대사, 그 중 ‘고조선학(古朝鮮學)의 판’을 깬 것은 맞는 것 같다. 이 사료와 그의 연구로 인해 기존의 퍼즐이나 도식이 완전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학도 인문학인 이상 “일단 무조선 부정하면 된다.”는 말도 있던데, 근데 이러면, 가뜩이나 고대사를 대개 작게만 보는 학계에 불만인 대중이 언제까지, 어디까지나 계속 학계에 수긍할지 의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수학도 검증하여 그 학설 등이 인정받는데 최소 수년은 걸린다. 하물며 인문학은 10-20년도 걸린다. 나 역시도 유정희의 연구가 참신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학계의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학계가 참신한 사료를 제대로 검토하여 모두 함께 좀 더 나은 우리 고대사를 복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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