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재미 쏠쏠…1.4 휘발유 터보, 제로백 4.4초·최고속도 250㎞
주행질감 묵중, 4륜구동으로 코너링 등 정교…개성 살린 디자인 강점
​​​​​​​주행행태 따라 계기판 색깔변화 ‘볼만’…“양보다 질적 성장 도모할터”

BMW i8 로더스터. [사진=정수남 기자]
BMW i8 로더스터. [사진=정수남 기자]

수입차 시장 개방 첫해인 1987년과 이듬해 각각 진출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맞수다.
벤츠는 진출 첫해를 제외하고, 업계 1위를 차지하지 못해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반면, BMW는 2019년 업계 1위에 오르더니 2010년대 들어 경유 승용차를 대거 선보이면서 2015년까지 1위를 달렸다. 다만, 2015년 9월 소위 디젤게이트(폭스바겐의 경유 승용차 배기가스 조작사건)가 터지면서 BMW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2016년 벤츠에 1위 자리를 내주었고, 벤츠는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수입차 시장을 장악했다.
그동안 휘발유와 전기자동차 등으로 다양화를 진행한 BMW가 올해 달라졌다. BMW는 월간 판매에서 1원, 2월, 6월 1위를 차지하면서, 상반기 판매에서도 1위에 올랐다. 벤츠는 3월, 4월, 5월, 8월, 9월에 1위를 차지했지만, 1~9월 판매에서 5만4376대로 여전히 BMW(5만6529대)의 뒤를 따랐다.
더 추워지기 전에 BMW i8 로드스터의 뚜껑을 열고 수도권 일대를 최근 달렸다.

[사진=정수남 기자]
[사진=정수남 기자]

[스페셜경제=정수남 기자] i8은 국내에 2010년대 초 상륙했으며 2010년대 중반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이어, 후반에는 PHEV 로드스터로 각각 변모했다.

이번 시승 결론은 i8 로드스터가 잘 달리기 위한 차로,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i8 로드스터의 차체 디자인은 최근 추세에 맞게 독특하다. 개성을 표현 욕구가 강한 운전자를 위해 BMW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전략을 적용해서다.

우선 BMW의 차량의 고유 특징인 라디에티러그릴은 인간의 신장을 형상화한 키드니그릴이 그대로지만, 통풍구는 없다. 키드니그릴은 검정 강화플라스틱으로 고급스러운 차체 디자인 정체성과 어울린다.

아울러 차량 엔진이 슈퍼카처럼 차량 중간에 자리하고 있고, 헤드라이트도 얇아져 날카로운 차체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량의 민첩함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i8 로더스터 차체는 물흐르는 듯한 디자인이다. [사진=정수남 기자]
i8 로더스터 차체는 물흐르는 듯한 디자인이다. [사진=정수남 기자]

i8 로드스터 디자인의 정수는 차량 후면부에 있다. 고속에서 공기 흐름이 원활하도록 넓은 지붕이 차체 측면까지 이어지면서 홈을 만들고 있다. 지붕 역시 공기 역학을 고려한 구조다. 차체 후측면과 움푹 들어간 후면 지붕에 새긴 ‘로드스터’라는 명패가 잘 달리기 위한 차임을 강조하고 있다.

차량 후면부 역시 검은색 강화플라스틱이 대거 실렸고, 굴곡을 극대화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시현했다.

갈매기 날개를 형상화한 걸윙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시트는 포뮬러(F)1 머신처럼 낮다. 이 같은 시트 위치는 고속 주행에서 운전자를 안정감 있게 잡아준다.

갈메기 날개를 형상화환 걸윙.  [사진=정수남 기자]
갈메기 날개를 형상화환 걸윙.  [사진=정수남 기자]

i8 로드스터가 2인승이고, 잘 달리기 위한 차량인 만큼 실내 장식은 단순하다. 12.25인치의 대형 액정표시장치(LCD)가 여느 BMW 차량처럼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대형 센터페시아에 있는 LED 기어노브와 그 주변에 단순화한 차량 조작 버튼이 자리한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조작 편의성을 높였으며, 시인성을 개선한 계기판(클러스터) 역시 깔끔하다. 계기판은 주행행태에 따라 색상이 변한다.

i8 로드스터의 1열은 곳곳에 크롬 빛깔이 나는 진공 증착한 재질을 둘렀고, 절제미를 가미하면서 고급스럽고, 시원하다.

시동을 걸자, 1.4 휘발유 터보 엔진이 조용하다. 이 엔진은 최대 출력 231마력, 최대 토크 32.6㎏·m으로 중대형차 못지않은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전기모터의 힘을 더하면 i8 로드스터는 슈퍼카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한다.

충전기가 들어있는 적재함은 큰 가방 하나를 넣을 수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충전기가 들어있는 적재함은 큰 가방 하나를 넣을 수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마포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를 잡았다. 차량이 많아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자유로에 진입했다.

i8 로드스터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가속 페달에 힘을 실었다. 1.4ℓ의 터보 엔진이 순식간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제로백(0에서 100㎞ 도달시간)이 5초 미만이다.

i8 로드스터 최고 속도는 250㎞다. 타이어에 표기된 속도기호 W(270㎞ 주행 가능)와 계기판의 최고 속도가 260㎞인 점, 전기모터 출력 등을 고려하면 i8 로드스터의 최고 속도는 이 정도가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i8 로드스터의 주행 질감은 묵중하다. 역시 컨버터블인 BMW Z4의 주행 질감이 경쾌하고 민첩하다면, i8 로드스터는 무게 중심이 아래로 깔리면서 지면을 꽉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이다. 상시 4륜구동 덕분이다. 아울러 Z4보다 169㎏ 무거운 i8 로드스터의 1660㎏의 중량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주행 행태에 따라 변하는 계기판도 운전의 재미를 높인다. [사진=정수남 기자]
주행 행태에 따라 변하는 계기판도 운전의 재미를 높인다. [사진=정수남 기자]

이 같은 이유로 파주출판단지를 지나 나타나는 불규칙한 노면과 급회전 구간에서도 i8 로드스터는 정교한 핸들링과 코너링을 보였다.

도로 이음새 부분에서도 충격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다. i8 로드스터가 운전자에게 신뢰를 주는 부분이다. 20인치 알로이 휠에 실린 폭 215㎜, 편평비 45%의 브릿지스톤의 스포츠 타이어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i8 로드스터는 120㎞에 3000rpm, 140㎞에 3600rpm 등을 각각 찍었다. 주행행태 컴포트에서다.

i8 로드스터가 잘 달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rpm변동 폭이 크다. 주행행태를 스포츠에 놓으면 rpm 변동 폭이 더 확대하고, 주행 질감 역시 강렬해진다. 배기음과 주행 음도 질주 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커지기 때문이다.

BMW의 강력한 터보 엔진 기술은 차급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이번 시승 중에 깨달았다.

12인치 모니터를 통해 차량 상태와 주변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12인치 모니터를 통해 차량 상태와 주변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에코와 전기차 주행에서 i8 로드스터는 얌전하다. 변속기를 자동과 수동에 놓고 주행행태를 조합하는 것도 i8 로드스터를 운전하는 재미다.

스포츠 붉은색, 에코 푸른색, 전기차와 컴포트 회색 계통으로 계기판이 변한다. 스포츠 주행은 변속기를 왼쪽으로 제치면 되고, 시동 버튼 아래 전기차와 컴포트, 에코 주행을 선택할 수 있는 단추가 있다. 12인치 모니터는 주행행태의 특징 등을 설명한다.

i8 로드스터는 자동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으로 연비가 12.7㎞/ℓ(3등급)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5g/㎞으로 친환경적이다.

임진각에 도착해 차량 이모저모를 살폈다. 차량 후면에 있는 적재공간이 큰 가방 하나 정도가 들어간다. 이곳에는 배터리 충전 장비도 들어 있다.

i8 로더스터 1열. [사진=정수남 기자]
i8 로더스터 1열. [사진=정수남 기자]

시트 측면에 있는 가죽 손잡이를 당기면 시트 등받이가 앞으로 기울어진다. 시트 뒤쪽에도 소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지만, 용량은 제한적이다.

차량 전면에 엔진이 없는 점을 고려해 경쟁사 전기차처럼 프렁크(프론트+트렁크)를 둘 수 도 있지만, 앞에 짐을 실으면 적절한 중량 배분에 따른 i8 로드스터의 질주 본능을 저해할 수 있어 프렁크를 두지 않았다는 게 BMW 설명이다.

BMW그룹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고객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차량을 지속해 선보이겠다. 이를 통해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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