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현대차 공동대표로…작년 사상최고 매출·영업익 달성
MK, 2010년대 초 수소차 시범 공급…정의선 회장, 상용 생산
韓 “정의선 회장 방향이 맞다”…美 “세계 車 산업 영향력 1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창업주인 조부 고 정주영 현대그릅 명예회장,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을 모두 극복하고 회사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창업주인 조부 고 정주영 현대그릅 명예회장,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을 모두 극복하고 회사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현대차]

[스페셜경제=정수남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창업주인 조부 고(故) 정주영 현대그릅 명예회장(일명 왕회장)과 부친 정몽구(MK) 명예회장을 모두 극복하고 회사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경영실적에서다.

코로나19 1년 차인 2020년 부친의 뒤를 이어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이 청출어람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2015년 11월(당시 부회장) 자사의 고급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선보이면서 경영 전면에 나왔다.

제네시스는 조부의 유작인 대형 세단 브랜드 에쿠스(1999년)와 부친의 작품인 대형 세단 브랜드 제네시스(2008년)를 결합한 것이다.

정의선 회장은 2015년 11월 자사의 고급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선보이면서 경영 전면에 나왔다. [사진=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2015년 11월 자사의 고급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선보이면서 경영 전면에 나왔다. [사진=현대차]

종전 주요 차량 출시 행사에 정몽구 회장이 참석했지만, 정의선 회장이 고급 브랜드 출범 행사를 주관하면서, 현대차가 3세 경영을 시작했다는 게 당시 재계 분석이다.

다만, 이후에도 현대차의 실적은 주춤했다.

같은 해 현대차 매출은 96조8126억원으로 종전 2012년보다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2조4222억원), 순이익(1조6450억원)은 급감했다. 매출 증가는 현대차가 차량 고급화를 꾸준히 진행해서다.

기아차 역시 2017년 매출은 53조5357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6622억원)과 순이익(9680억원)은 추락했다.

반면, 정의선 회장이 2018년 하반기 부친과 함께 현대차 공동대표에 오르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확 달라졌다. 기아차가 2018년, 현대차가 2019년 반등에 성공해서다.

MK는 2000년대 중반 수소전기차 개발에 돌입했다. 2000년대 중반 서울모터쇼에 나온 기아차 스포티지 수소전기차. [사진=정수남 기자]
MK는 2000년대 중반 수소전기차 개발에 돌입했다. 2000년대 중반 서울모터쇼에 나온 기아차 스포티지 수소전기차. [사진=정수남 기자]

실제 기아차는 같은 해 매출 54조1698억원으로 증가세를 지속했으며, 영업이익(1조1575억원), 순이익(1조1559억원)도 전년 4년간 추락을 막는데 성공했다.

‘정의선 효과’라는 게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정의선 회장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차 대표이사로 재직 당시 펼친 ‘디자인 경영’이 그룹의 주력인 현대차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다시 업계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듬해 반등했다.

매출이 전년보다 9.2%(8조9338억원) 증가한 105조7474억원으로, 왕회장이 현대차를 발족한지 52년 만에 연간 매출 100조원 시대를 정의선 회장이 열었다. 같은 해 영업이익(3조6055억원), 순이익(3조1856억원)도 전년보다 각각 48.8%(1조1828억원), 93.7%(1조5406억원) 급증하면서 정의선 회장은 부친의 6년 연속 하락을 막았다.

MK는 2010년대 초 수소전기차를 시험 생산해 관용차로 공급했다. 당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투싼 수소 전기차. [사진=정수남 기자]
MK는 2010년대 초 수소전기차를 시험 생산해 관용차로 공급했다. 당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투싼 수소 전기차. [사진=정수남 기자]

이와 관련, 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는 “정의선 회장이 2015년 말 경영 전면에 나왔지만, 이후에도 결제권과 인사권은 MK가 구사했다”면서 “정의선 회장이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현대차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이 기업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기업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기업으로 새롭게 정의해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고부가 가치인 차량 전동화를 추진한 점도 이 같은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실제 정의선 회장은 201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전기차를 내놨다. MK가 2010년대 초반 수소전기차를 관용차로만 보급한 지 7년 만이다.

반면, 정의선 회장은 코로나19 1년차인 이듬해 매출 100조원(103조9976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2조3947억원), 순이익(1조9246억원)이 전년보다 줄면서 체면을 구겼다.

정의선 회장이 2018년 하반기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수소전기차 넥쏘. 넥쏘가 서울 의도 국회수소충전소에 줄서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정의선 회장이 2018년 하반기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수소전기차 넥쏘. 넥쏘가 서울 의도 국회수소충전소에 줄서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반면, 당시 감염병 대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혼수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호실적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이 주력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같은 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왕회장과 MK의 뒤를 이은 정의선 회장 회장의 뚝심은 2021년 다시 나타났다.

매출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 순이익 5조6931억원으로 개선해서다.

같은 해 초 전략적으로 선보인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와 기아차 전기차. EV6가 세계를 질주한 덕이다.

김필수 교수는 “당시 아이오닉5와 EV5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였다. 현재 전기차가 대세다. 정의선 회장이 가는 방향이 맞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에도 아이오닉6와 EV6를 통해 세계를 장악했다.

MK가 사상 최고 실적을 낸 2012년 내수 10위 차량. [자료=한국자동차한업협회]
MK가 사상 최고 실적을 낸 2012년 내수 10위 차량. [자료=한국자동차한업협회]

현대차는 각각 142조5275억원, 9조8198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달성했으며, 순이익은 법인세 증가로 7조9836억원에 머물렀다. 기아차는 지난해 각각 86조5590억원, 7조2331억원, 5조4090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고를 찍었다.

현재차그룹의 지난해 세계 판매는 684만8198대(현대차 394만4579대, 기아차 290만3619대)로 종전 사상 최고이던 2012년보다 3.9%(27만4502대) 판매가 줄었지만, 정의선 회장 차량 고급화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내수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선점하고 있다. 해외 판매를 제외하고 내수 승용시장 점유율 78%(20만5755대)로 MK가 최고 실적을 달성한 2012년 내수(154만1715대) 점유율(70.7%)를 웃돌았다.

올해 1~2월 내수 상위 10위 차량. [자료=한국자동차한업협회]
올해 1~2월 내수 상위 10위 차량. [자료=한국자동차한업협회]

이들 기간 내수 상위 10위 안에 현대기아차 9종이 포진했다. 2012에는 한국GM의 레이가, 올해는 쌍용차 토레스가 진입한 게 다르다.

김도학 현대차그룹 상무는 “올해 현대차는 코나와 싼타페 완전 변경 차량,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한다. 기아차는 스포츠유틸티차량(SUV)과 친환경차 중심의 판매로 양과 질적 성장을 추진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면서도 “주요 지역에 맞는 차량을 개발하고, 현지 생산 등을 강화해 경영 불확실성을 극복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정의선 회장을 올해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최근 선정했다. 정의선 회장이 자동차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정을 갖고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재 57개 계열사에 공정자산만 257조8450억원으로 재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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