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내수 하락 쭉…한국형車 부재 탓
2013년 쉐보레 유럽철수 이후 수출도 지속↓
“내수 점유율 20% 역량”…“분명한 한계 있다”

22일 선보인 신형 트랙스. [사진=한국사업장]
22일 선보인 신형 트랙스. [사진=한국사업장]

[스페셜경제=정수남 기자] 미국 1위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사업장(옛 한국GM)이 22일 신형 트랙스를 내놨다. 이번 신형 트랙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특성을 버리고 세단과 SUV의 장점을 살린 다목적 차량이다.

한국사업장이 이를 통해 내수회복을 노리지만, 녹록하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트랙스는 2013년 2월 제주 출시 행사를 통해 국내 소형(배기량 1600㏄ 미만)의 SUV 시장을 개척한 모델이다.

당시 국내 세단 수요가 줄고 SUV가 대세로 자리하자, 한국사업장이 다양한 차급으로 승부수를 낸 것이다. 한국사업장은 당시 중형 SUV 캡티바와 다목적 차량 올란도 등을 운영했다.

실제 같은 해 전년 대비 국내 판매는 경차가 10.3%, 소형차가 8.9%, 중형차가 16%, 대형차가 5.2% 각각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SUV 판매는 14.2%, 다목적 차량 판매는 25.5% 각각 늘었다.

다만, 트랙스는 11개월 천하로 막을 내렸다. 당시 르노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 대표이던 박동훈 사장이 모기업 프랑스 르노의 소형 SUV 캡쳐를 QM3로 바꿔 들여 오면서 시장을 장악해서다.

신형 트랙스는 2013년 2월 국내 선보이면서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차량이다. 당시 제주 출시 행사에서 한국사업장 임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스페셜경제]
신형 트랙스는 2013년 2월 국내 선보이면서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차량이다. 당시 제주 출시 행사에서 한국사업장 임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스페셜경제]

출시 후 11개월 동안 트랙스는 8064대 판매에 그쳤지만, QM3은 같은 해 11월 초도 물량 1000대가 7분 만에 모두 팔렸다.

이는 QM3의 이듬해 인기를 예고한 것으로, QM3은 2014년 1만8191대가 팔리면서 트랙스(1만368대)에 완승했다.

2015년에는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쌍용차가 같은 해 초 티볼리를 선보이면서 단숨에 동급 1위(4만5021대)를 차지해서다. 이어 QM3(2만4560대), 트랙스(1만2727대)가 그 뒤를 이었다.

2017년은 소형 SUV 시장이 마무리한 해로, 상황이 또 달라졌다.

내수 각각 1위와 2위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동급의 코나와 스토닉을 출시하면서 소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같은 해 중반 각각 선보인 코나는 2만3522대, 스토닉은 9133대 각각 팔렸다. 티볼리는 5만5280대, 트랙스는 1만6549대, QM3은 1만2228대 판매로 2017년을 마무리했다.

소형 SUV 시장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한국사업장의 추락을 예고한 셈이다. 같은 해 트랙스 판매가 전년보다 18% 늘었지만, 이 기간 한국사업장 내수는 26.6% 감소했다.

2020년 1월 국내 진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당시 한국GM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트레일블레이저를 전시했다. [사진=정수남 기자]
2020년 1월 국내 진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당시 한국GM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트레일블레이저를 전시했다. [사진=정수남 기자]

이는 2018년 GM이 한국 철수를 결정한 단초다.

철저한 자본 논리로 중무장한 GM은 판매 부진을 이유로 유럽에서 자사의 대중브랜드 쉐보레 철수를 2013년 말 결정했다. GM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유럽에서 운영하는 오펠도 매각했으며, 100년 역사의 호주 법인 홀덴사도 2020년 철수했다.

모두 적자 심화가 그 이유다.

이 같은 추진으로 한국사업장은 2014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19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한국에 진출한 이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흑자를 냈다. 다만, 한국사업장은 2012년 업황 난조로 영업손실(340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영업이익(1조865억원)을 구현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사업장이 GM의 경소형차 개발과 생산본부로 부평과 군산, 창원 등지에서 생산한 경소형 차량이 쉐보레를 달고 세계 시장을 누볐기 때문이다.

쉐보레의 유럽 철수와 소형 SUV 시장의 경쟁 치열로 한국사업장은 추락을 지속했다.

영업손실이 2015년에는 7049억원, 2016년 5312억원, 2017년 8552억원을 기록했다.

타호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상륙했다. [사진=정수남 기자]
타호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상륙했다. [사진=정수남 기자]

4년간 누적 손실이 2조2106억원이 이르자 GM은 한국사업장 철수를 추진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한국GM(2011년 지엠대우자동차에서 변경)에 공적자금 7억5000만달러( 8100억원)를 투입하고, GM의 발목을 잡았다.

이듬해 한국사업장의 영업손실은 6149억원이다. 당시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코나(5만468대), 티볼리(4만3897대), 스토닉(1만6305대), 트랙스(1만2787대), QM3(6367대) 순으로 재편됐다.

트랙스 판매가 감소하면서 한국사업장 추락도 지속한 것이다.

한국사업장은 2019년 3324억원, 코로나19 1년차인 2020년 3093억원, 2021년 3766억원의 영업손실를 기록했다.

최근 8년간 한국사업장의 누적 손실은 3조8438억원이다.

신형 트랙스만을 투입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번 신형 트랙스가 내수를 충족하더라고 이윤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형이라, 한국사업장의 적자 탈출이 어렵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이구동성이다.

경차(1000㏄) 한대의 마진은 5% 선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실적도 부정적이다.

한국사업장의 지난해 내수와 수출은 26만4875대로 전년(23만7040대)보다 11.7% 증가했다. 이 기간 내수가 31.4%(5만4292대→3만7237대) 급감했지만, 수출이 24.6%(18만2748대→22만7638대) 늘어서다.

한국사업장이 쌍용차의 픽업트럭 코란도스포츠 칸이 인기를 끌자 들여온 GM 콜로라도. [사진= 정수남 기자]
한국사업장이 쌍용차의 픽업트럭 코란도스포츠 칸이 인기를 끌자 들여온 GM 콜로라도. [사진= 정수남 기자]

이는 한국사업장의 종전 내수 최고인 2016년(18만275대)보다 79.3%, 수출 최고인 2012년(65만5878대)보다 65.3% 각각 급감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는 “한국사업장은 내수 점유율 20% 역량이 있는 기업이다. 경쟁력 있는 신차를 통해 내수 점유율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가고 있다.

국내 소비자와 지형 특성을 고려한 차량개발 대신 모기업 GM의 차량을 들여와 승부하고 있어서다.

2011년 한국GM으로 사명을 바꾸고, 쉐보레 카마로, 전기차 볼트, 콜로라도, 트래버스, 이쿼녹스 등을 들여와 판매했다. 2020년 초에는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지난해 초에는 대형 SUV 타호와 하반기 신형 전기차 볼트 2종을 도입했다.

이를 고려해 한국사업장은 2019년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회원사로도 가입했다. 외국계 국산차 업체 가운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수입차협회에 등록한 기업은 한국사업장이 최초다.

한국에 들어온 SUV GM 트래버스. [사진= 정수남 기자]
한국에 들어온 SUV GM 트래버스. [사진= 정수남 기자]

한국사업장은 이달 GM의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 브랜드 GMC의 시에라를 국내에 투입했다.

이에 대해 카를로스 미네르트 한국GM 부사장은 “차별화한 제품과 대고객 서비스 개선 등으로 질적, 양적 성장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객은 차에 대한 박사다. 인터넷 등을 통해 가격 등 차량에 관해 알아보고 대리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찾을 뿐”이라며 “한국사업장이 눈높이가 높은 국내 고객을 GM차로 사로잡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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