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
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내수 점유율이 사상 최초로 88%를 차지했다.

국내 신차 시장 규모가 연간 170만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이 150만대를 정도를 가겨간 셈이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1999년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사상 최고 점유율이다.

지난해 한국GM과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도 코로나19와 반도체 부품 부족난을 극복하고 선전했지만, 현대차그룹이 더 잘 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성장은 후발 3사의 전략 덕이기도 하다. 현재 쌍용차를 제외한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모기업이 생산한 차량을 국산차와 섞어 팔고 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도는 이 같은 과점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발 3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이에 따라 마케팅 등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 국내외에서 더욱 좋은 사업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애석하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성적은 기아차가 주도했다.

실제 기아차는 쏘렌토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선전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했다. 전년대비 판매가 4.6%(12만6563대) 증가한 290만3619대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국내 판매는 54만1068대, 해외 판매는 236만2551대 등으로 각각 1.1%(6052대), 5.4%(12만511대) 늘었다.

반면, 현대차의 지난해 세계 판매는 전년 1.4% 증가한 394만4579대에 그쳤다. 이 기간 내수가 5.2% 감소한 68만8884대, 해외 판매가 2.9% 증가한 325만5695대에 머물러서다.

기아차 쏘렌토(6만8902대)가 현대차의 대형 세단 그랜저(6만7030대)를 지난해 극복한 배경이다. 그랜저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내수 1위에 오른 인기 대형 세단이다.

정의선 회장이 2000년대 중후반 기아차를 이끌면서 추진한 디자인 경영 덕이다.

기아차가 이후에도 디자인 경영을 지속해 독자적인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했고, 현재 기아차 디자인을 추종하는 고객층이 형성됐다.

기아차에 대한 시장 기대가 큰 이유다.

기아차의 지난해 선전은 카니발, 쏘렌토, 스포티지 등 레저차량(RV)이 견인했다. 기아차의 인기 SUV 스포티지(45만2068대), 셀토스(31만418대), 쏘렌토(22만2570대) 등이 세계를 질주했다.

기아차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세단 부문 역량이다.

RV가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세지만, 세단 시장 역시 만만치 않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현대차의 경우 고급 브래드 제네시스를 통해 품질 측면에서 최고를 지향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현재 고급 자동차 시장 세계 1위인 미국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제네시스에 대한 고객의 집중도도 높아지고 있다.

2009년 11월에 1번 국도 오산시 구간에서 잡은 K7. K시리즈는 이듬해 3월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됐으며, 익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출시 행사를 가졌다. [사진=정수남 기자]
2009년 11월에 1번 국도 오산시 구간에서 잡은 K7. K시리즈는 이듬해 3월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됐으며, 익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출시 행사를 가졌다. [사진=정수남 기자]

2010년대 들어 기아차도 제네시스처럼 일부 차량을 고급 브랜드로 육성하려고 시도했지만, 아류라는 부정적인 지적으로 포기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K시리즈가 나오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K3, K5, K7, K9 등에 대한 차별화가 부족한 이유다.

이어 기아차는 주력 차량을 고급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카니발과 쏘렌토 등이 시장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 배경이다.

실제 기아차는 이중 K7의 후속 신차를 K8로 명명했지만, K9와 한 끗 차이라는 인식으로 고급 차량 반열에서 밀리고 있다. 

기아차가 최근 엠블럼도 미래 지향적으로 바꾸고,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 확 바꿔야 한다.

차제에 최고급 차량인 K9에서 K를 떼고, 새롭게 중무장야 한다. 완성차 업체에 기함 차량은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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