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韓 무역수지 적자·美 긴축·中 경제 침체 등 원인
당국 "환율상승에도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양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정부가 달러화 강세가 장기화될 수 있어 은행권의 보수적인 외화 유동성 관리를 주문했다. 환율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5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어 시장에서는 14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주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6일 오전 국내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자금담당 부행장들 및 외국계은행 서울지점 대표들과 화상으로 '외화유동성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안정적인 외화 관리를 당부했다. 김 부원장보는 "환율상승에도 현재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상황은 양호한 것으로 보이나 더욱 보수적으로 외화유동성을 관리해 나가달라"며 "대내외 불안요인이 단기간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언제든지 위기상황에서 외화유동성 대응이 가능하도록 외화조달·운용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부 은행이 추진중인 보험사와의 외화증권 대차거래와 같이 유사시 외화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는 신규 수단을 적극 발굴하고 위기시 신속하게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각 은행의 사정에 맞게 선제적으로 확보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 13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오른 1375.1원이다. 전날에는 1371.4원에 마감하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70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원화가치 하락은 유로화, 엔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가치 하락처럼 달러화 강세가 그 원인으로 풀이된다. 달러인덱스(DXY)는 5일(현지시간) 전장대비 0.27% 오른 109.802을 기록했다. DXY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다. 지수는 장중 110.255까지 올라 200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10을 넘어섰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9월 FOMC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연준의 긴축 스탠스를 주시하며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유럽 경제의 부진한 상황도 달러 강세를 유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달러-위안 환율이 중국 경제와 미-중 금리차 재역전을 반영해 6.9위안대를 기록하고 있다"며 "한국 8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진 것도 원화 약세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늘어난 566억7000만 달러로, 수입은 28.2% 늘어난 661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5개월 연속 적자기록으로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적자액도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다. 기존 최고 기록인 올해 1월(49억500만달러)의 두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외환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원화 약세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가속화, 유로존의 에너지 위기, 중국 경기 침체 등 우려에 따른 것인 만큼 아직까지는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우리가 중국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최근 반도체 업황도 좋지 않고, 무역 적자폭 확대 등 악재가 겹쳐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위기로 갈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며 "환율이 1400원을 돌파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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