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교보생명·어피니티 항소심
2차 공판, 다음달 22일 예정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교보생명 제공)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교보생명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교보생명 주당 가치 평가를 놓고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교보생명의 법정 공방 2라운드가 시작됐다. 아직 본격적으로 항소심이 시작된 것은 아니었지만 양측의 주장은 명확히 엇갈렸다. 

12일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의 입장을 종합하면 전날인 11일 서울고등법원 제1-1형사부는 어피니티 등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를 다투는 항소심 1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어피니티의 의뢰를 받은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어피너티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치를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메일로 모두 남아 있는 증거가 1심 재판부에서 상당부분 논의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항소심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투자자와 회계법인 사이 의견 교환이란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가치평가에 있어 이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가치평가 서비스 수행 기준 등의 법리적 해석을 좀 더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이 재무적 투자자(FI)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안진 소속 회계사와 어피너티 관계자가 서로 주고받은 이메일 등 교보생명 주식 가치평가를 할 당시 유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 상호 모의한 증거의 입증 계획을 냈다. 또 추가로 전문가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사실관계 확인 등을 다시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은 최소 일곱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평가 방법을 주관적으로 바꾸고 가격을 올렸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그 결과 교보생명 주식의 주당 가치가 크게 부풀려 졌다는 것이다. 가치평가에 필요한 자료제출 요구 목록까지 어피니티 관계자가 주도한 정황도 검찰은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1심에서 안진 소속 회계사와 어피니티 관계자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무혐의라기 보다 공소 사실에 기재된 증거가 불충분했던 것이 원인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한 번 입장을 성실히 소명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위법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피너티 측 변호인은 "가치평가 업무는 통상적인 다른 업무와 동일하게 진행해 문제가 없다. 신창재 회장이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가치평가를 문제삼기 위해 고발에 이른 것"이라며 "1심에서도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투자자들이 아닌 안진 회계사들이 평가방법, 평가인자 및 평가금액을 결정했다는 것이 입증됐고 검찰의 주장은 추측일 뿐"이라고 변론했다. 이어 "신창재 회장 측이 민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다른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무리하게 형사소송을 끌고가고 있다. 이미 1심에서 상세히 다루어진 것에 대해 새로운 내용과 증거도 없이 같은 논리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기각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1심 재판부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에 나왔던 ICC 중재 판정,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 안진이 수행한 가치평가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대부분 이메일을 통해 업무가 진행되어 기록이 다 남아있고, 1심에서 그 이메일들을 비롯한 증거 논의는 상당부분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므로 재판부는 1심에서 제시된 증거들을 다시 음미해 보면서 상호간의 공방을 통하여 항소심의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어피너티는 지난 2012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했다. 교보생명 측이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고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측은 2015년 9월말까지 교보생명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으면 신 회장이 어피니티의 지분을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주주 간 계약서는 교보생명이 약속(상장)을 이행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주식의 가치 산정을 위해 양측이 평가보고서를 작성, 가격을 조정해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2015년 회사를 상장시키지 못했다. 어피너티는 지난 2018년 주주 간 계약에 따라 풋옵션을 행사했다. 현재까지 행사 가격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피니티 측은 주당 40만9912원을 제시하고 있고 교보생명 측은 이는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협상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증인채택여부 등을 검토, 다음 기일에 결정키로 했다. 2차 공판은 다음달 22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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