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어피니티 측 가격 부풀리기 아니다"
송사 휘말려 교보생명 IPO 적색등
교보생명 "판결과 무관하게 IPO추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교보생명 제공)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교보생명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이 재무적 투자자(FI)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신 회장은 FI 측이 풋옵션 가격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가격 부풀리기를 했다며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패소 판정으로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11일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너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전날 진행된 선고공판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교보생명과 어피너티는 풋옵션 행사 권리와 주당 가격을 놓고 치열한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은 풋옵션 행사 가격을 주당 41만원으로 책정했지만, 교보생명 측은 주당 20만원 미만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 회장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주당 평가가격을 부풀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이 판결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안진의 공인회계사들이 가치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적 판단을 하지 않고 FI측 관계자에 의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 회계사들이 FI들로 하여금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3명의 공인회계사와 나머지 FI측 관계자 2인에 대해서도 전부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송사는 신 회장과 어피너티 간의 중재절차가 진행되던 2020년 교보생명 측이 안진 소속 회계사들과 어피너티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어피니티는 "검찰은 평가금액이 과대평가됐다는 점은 기소하지 못하고, 평가가 전문가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혐의로 2021년 1월에 기소했다. 이후 약 1년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마침내 법원이 FI와 안진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FI와의 소송에서 1심 패소하면서 IPO도 적색등이 켜졌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을 보면 상장하려는 회사에는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사건이 없어야 한다. 거래소는 교보생명이 청구한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기한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은 재판 결과과 상관없이 IPO를 추진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이번 판결과는 무관하게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IFRS17과 K-ICS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어피너티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FI다. 지난 2012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했다. 교보생명이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고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어피너티를 끌어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측은 2015년 9월말까지 교보생명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으면 신 회장이 어피너티의 지분을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주주 간 계약서는 교보생명이 약속(상장)을 이행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주식의 가치 산정을 위해 양측이 평가보고서를 작성, 가격을 조정해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2015년 회사를 상장시키지 못했다. 어피너티는 지난 2018년 주주 간 계약에 따라 풋옵션을 행사했다. 현재까지 행사 가격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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