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합친 국내선 점유율 66.5%
공정위, 시장점유율 50%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
시민단체 “경쟁 축소로 합리적 가격 선택권 침해” 주장
제주항공-이스타 인수합병에서도 ‘가격 인상’ 지적 제기

▲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각 항공사의 비행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저가항공사(LCC)에서의 독과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소유한 LCC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 계획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 연결 탑승수속 등 본격적인 통합 절차에 들어갔다. 자회사 LCC도 1개의 통합 법인으로 출범되고, 대한항공과는 별도로 저비용항공사 특성에 맞는 경영진이 들어와 경영할 예정이다.

앞서 대한항공 측은 독과점 우려에 대해 “현재 인천국제공항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여객 슬롯 점유율은 38.5%, 화물기를 포함할 시 약 40%”라며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대형항공사에 국한되는 것으로, LCC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친 시장 점유율은 국제선 48.9%, 국내선은 66.5%가 된다. 각 항공기 보유대수는 28대, 25대, 7대 순이다.

때문에 최종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에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여부 심사를 통해 독과점이 우려되는 기업결합을 금지하고 있다. 


LCC 독과점 우려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일부 노선에서 경쟁이 저하되는 등 경쟁 제한성을 인정됐던 것이다. 이스타항공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전원회의에서는 ‘항공사 사업자 수가 하나 줄어들면 7%의 가격 인상이 일어난다’는 미국 법무부의 분석을 인용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도 독과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CC 3사 통폐합은 시장 경쟁을 축소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가격 선택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19일 “양사의 저가 항공사(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합칠 경우 약 62.5%로 점유율이 올라간다”며 “공정위는 양사의 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이 우려되는 구간에 대해 엄격히 심사,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조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경남미래정책도 지난달 23일 성명서를 통해 “독과점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LCC 3개사 통폐합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LCC 간 결합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집중되고 있어 구체적으로 계획된 바가 없다”며 “LCC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후 통합된 자회사 설립까지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기업결합 신고는 그때 가서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합으로 LCC 업계에 미칠 파급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LCC 1위를 달리던 제주항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여객 수 기준 국적 LCC 시장 점유율은 진에어 20%, 에어부산 18%, 에어서울 5%, 제주항공은 27%, 티웨이항공은 22% 등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27%로 LCC 시장에서 선두하고 있지만 3사가 통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은 43%가 된다. 이에 대해 LCC 관계자는 “3개 LCC 통합 시에는 LCC 시장은 1강 체제로 굳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티웨이항공은 통합 LCC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탈(脫) LCC를 꾀하기로 한 것.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지난 18일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한 항공기 도입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하고 크로아티아, 호주 등 중장거리 노선 정기 운수권을 따냈다. 새 항공기는 에어버스 A330-300으로 내년 말부터 3대의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LCC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내년 3월 17일 인수통합계획서를 통해 나올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약 3개월 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운항 실무 등 전반적인 실사를 한 뒤 산업은행에 인수통합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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