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강민철 기자 | 올해 9월 한국의 경상수지가 134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역대 2위 규모이자 9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기록으로, 한국의 수출 회복세와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배당 수입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 흑자 폭은 전월(111억6000만 달러)보다 크게 확대됐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총 827억7000만 달러로, 2023~2024년 부진을 딛고 회복세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전체 경상수지의 핵심인 상품수지는 142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9월(145억2000만 달러) 이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3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9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9.6% 증가한 67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22.1%↑), 선박(23.8%↑) 등 주력 품목의 상승세가 뚜렷했고, 선박을 제외해도 전체 수출은 12.2%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21.9%), EU(+19.3%), 일본(+3.2%) 등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다. 미국향 수출은 전월보다는 증가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전년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중국향 수출은 0.3% 소폭 증가에 그쳤다.
수입은 530억2000만 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4.5% 증가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재(1.3%↑), 자본재(3.1%↑), 원자재(-0.4%→증가 전환) 등 주요 수입 품목이 고르게 증가하며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국내 소비 회복과 조업일수 증가가 수입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원소득수지는 29억6000만 달러 흑자로, 9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거주자의 해외투자 배당 수입이 전월 대비 크게 증가해 전체 본원소득수지 개선을 견인했다. 배당소득수지는 23억6000만 달러로, 계절적 요인인 분기 배당 지급 해소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서비스수지는 33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여행수지는 전월(10억7000만 달러 적자) 대비 적자 폭이 줄어든 9억1000만 달러였다. 그러나 운송수지는 1억2000만 달러 적자로 5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됐고,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 또한 8억5000만 달러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129억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56억6000만 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도 18억 달러 늘었다.
증권투자 부문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111억9000만 달러로 주식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고,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도 90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반면 파생상품 부문은 8억 달러 감소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영향으로 대미 수출은 일부 타격을 받았지만, 자동차는 EU 수출 증가로 선방했고, 철강 등 일부 품목도 조업일수 확대 등으로 반등했다”며 “국내 소비 회복세에 따라 자본재·소비재 수입도 증가하며 경상수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