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8월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3년 8월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남하나 기자 | 노동계가 ‘새벽배송’의 심야시간(0시~5시) 운영을 전면 금지하자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택배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과, 소비자 편의성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무시한 과잉규제라는 반론이 충돌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이 출범시킨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0시부터 5시까지의 ‘초심야배송’ 금지를 공식 제안했다. 해당 기구는 2021년 과로사 대책 이후 다시 출범한 논의체로, 택배 노동자의 근무 여건 개선과 산재 방지를 위한 제도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택배노조는 “가장 위험한 시간대인 새벽 0시~5시 배송을 제한해 최소한의 수면시간과 건강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긴급 배송품은 사전 설정을 통해 대응 가능하고, 0시 이전·5시 이후 배송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 산하 연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택배기사의 야간 산재 비율은 10.1%에서 19.6%로 급증했다. 뇌심혈관계 질환, 넘어짐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야간노동을 장기 지속할 경우 암·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경고하며, 야간노동자에 대한 정기 건강검진과 주간 전환 유도를 권고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새벽배송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정규직 배송기사로 구성된 쿠팡노동조합은 “새벽배송은 지난 10년간 국민의 아침 식탁을 책임져온 필수 서비스”라며 “이 시간대 배송이 중단되면 수천 명의 배송·물류 인력이 일자리를 잃고, 전체 물류 시스템이 왜곡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야간배송 기사 A씨는 “새벽일이 내 생체 리듬과 맞고 수입도 만족스러워 일부러 야간직을 택했다”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전면 금지의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야간노동이 건강에 해롭긴 하지만 이를 전면 금지한 나라는 없다”며 “오히려 해당 노동자들이 다른 야간직으로 옮기거나 비공식 노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맞벌이 가구 등 다양한 수요가 존재해 전면 금지는 역효과가 클 수 있다”고 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도 “당사자들과의 폭넓은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중재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새벽배송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장관은 “야간노동과 야간노동 사이 최소 11시간, 최대 13시간의 휴식 보장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