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발인 다음날 출근
내달 2일 창립기념일..뉴삼성 구상 주목

▲ 베트남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업무에 복귀했다. ‘조용히 간소하게 치르고 싶다’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출입이 제한됐지만 이 회장을 추모하려는 정·관·재계 인사들을 맞이하고 장례 일정을 조율하는 등 4일 간 바빴을 터. 

 

그러나 이 부회장은 휴식 없이 집무실로 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 대통령 선거, 일본 스가 내각 출범 등 국내외 변수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잠시도 쉴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읽힌다.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비롯해 주요 현안을 보고 받고 시장 동향 등을 챙겼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휴식을 취한 뒤 다음달 1일 창립기념일을 전후해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부회장은 발인 다음날 평상시와 같이 일상 업무를 소화했다. 나흘간 쌓인 업무에 대해 신속히 결정이 필요한데다 일정도 워낙 빡빡해 업무에 복귀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역대 최대 분기 매출에 이어 2년 만에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핵심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이 모두 선전했고,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고르게 성장해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다만 4분기 애플 신제품 출시와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겨냥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등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에서 기술력으로 압도하면서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부품(자동차용 전자장비) 등 4대 미래성장동력을 궤도에 올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 등 사법리스크 속에서 경영 공백 없이 그룹의 성장세를 견인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내년 4월 말까지 지배구조 구상을 마치고, 지분 상속에 따른 10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신고·납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18조원에 달하는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어떻게 상속할지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음달 2일 창립기념식이 예정된 만큼, 그룹의 기둥이었던 이 회장의 별세로 인한 안팎의 동요를 다독일 ‘시그널’도 필요하다. 지난해 이 부회장은 창립기념식에서 100년 기업을 만들자며 동반 상생 등을 강조했었다. 이번에도 뉴삼성에 대한 구상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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