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물가 상승 속도
미, 급속한 통화 완화 축소

한국은행. 이재형 기자 
한국은행. 이재형 기자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1999년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빅 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최근 치솟는 물가와 러시아 사태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사이에서 고민이 컸다. 한은은 경기 하방 위험이 크지만 물가 상승세를 꺽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1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2.25%로 1.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해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6.0% 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 한은이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 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9%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달(3.3%)과 비교하면 0.6%포인트 오른 것으로, 증가폭도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년중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4% 이상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한은은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장기화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정책금리 인상 가속과 그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됐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주가가 상당폭 하락했으며 주요국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등락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방역조치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고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 또다시 금리를 올리겠다고 시사한 것도 영향을 줬다. 미국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해 8.6% 올랐다고 밝혔다. 41년 만의 최악의 물가 상승 속도다. CPI 상승률은 지난 3월에 기록했던 8.5% 상승도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전망치인 8.3%도 웃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을 종합해 6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8.8%로 제시했다. 미 노동부는 13일(한국시간) 밤 9시30분 6월 CPI를 발표한다. 현재 미 기준금리 범위는 1.5~1.75%다. 이달 중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빅 스텝을 단행하면 금리 상단은 2.5%에 달한다. 한은이 '빅 스텝'을 밟았지만 금리는 역전될 수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경우 환율 상승 및 수입 물가 상승 등 국내 경제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국내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했다. 설비투자는 부진이 완화되는모습을 나타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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