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밑에서 만나자며…2차 피해 우려
만남 거부하자 가족에 연락
피해자 "회유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 같아…압박감에 힘들어"
[스페셜경제=예지수 기자] 20대 여직원을 성적으로 괴롭힌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받는 포스코의 임직원들이 피해자 집에 찾아가 만나자고 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근무 중인 여직원 A씨는 같은 부서 상사 4명으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해왔다며 지난 7일 포항남부경찰서에 이들을 특수유사 강간,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으로 파장이 일자 포스코는 지난 23일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부회장은 피해 직원이 조속히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회사는 경찰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문책하고 관리자들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물어 피해 직원의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과문에서 나타낸 포스코의 입장과는 달리 지난 23일 포항제철소 부소장과 그룹장이 A씨의 집을 찾아갔다고 MBC가 전했다. 비슷한 시각 포스코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부소장과 그룹장은 A씨의 집 밑으로 찾아가 "지금 집 앞에 와 있다", "잠시 시간 좀 내달라"며 연락을 취했다. 이에 A씨가 응답하지 않자 전화를 걸어 만날 것을 요구했다. 부소장은 "집 앞에 왔는데 메시지를 넣어도 답이 없길래…잠깐 좀 볼 수는 없을까"라고 물었다.
A씨가 만날 몸 상태가 아니라며 거절하자 부소장은 "이걸 경찰에 고소까지 하면서 했는데 A씨가 원하는 사항이 뭔지 좀 그것도 듣고 싶고 그래서"라고 말했다. 이들은 A씨의 부친에게까지 연락했고 A씨는 "자꾸 아버지한테 전화하지 말아달라. 아버지한테 한 번 더 전화하면 회유로 생각하겠다"고 부탁했다.
A씨는 "회사 측이 회유하기 위해 자꾸 접근하는 것 같다"며 "압박감을 많이 느꼈고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포스코 측은 이에 "개인적으로 사과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 4명은 조사를 받는 한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