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연, '저신용자 및 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금감원 "대출중개 수수료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

서울 시내 한 대부업체 광고 명함. 이재형 기자.
서울 시내 한 대부업체 광고 명함. 이재형 기자.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우리나라에서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 10명 중 4명이 연 이자로 원금 이상을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4배 가량 이자를 지불하는 이들도 16.2%에 달했다.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이들은 주로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 승인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6~10등급)들이다. 이용자들은 기초생활비와 '부채 돌려막기' 목적으로 주로 돈을 빌렸다.

사단법인 서민금융연구원(서금연·원장 조성목)은 27일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및 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저신용자 715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 44.3%가 법정한도 초과의 과도한 이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금연은 "이는 2020년보다 높은 수치이며 코로나19로 저신용∙저소득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 반면 금융소외가 더욱 커졌다"며 "속성별로 연령이 높을수록, 주부 및 아르바이트 등이, 소득이 작을수록 불법 사금융 이용으로 높은 금리부담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특이한 점은 불법 사금융 금리 수준이 신용등급과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응답자 21.1%는 부당한 대출중개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A씨는 기존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대출금액이 많고 금리가 높아 상환에 어려움을 겪던 중 B 금융회사를 사칭한 직원과 대출상담을 하게 됐다. 이 직원은 C 금융회사와 대부업체로부터 추가적인 대출은 가능하나 저금리대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환수수료와 신용등급 상향수수료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며, 저금리대출 전환수수료 및 신용등급 상향 수수료를 요구했다. D 씨는 생활비에 충당할 목적으로 자금을 구하던 중, E 금융기관 대출 중개인을 사칭하는 F 씨로부터 대출을 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300만원을 대출받았고, 이 과정에서 중개수수료로 105만원을 F 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대출 중계업자는 수수료를 금융회사로부터만 받을 수 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수수료, 사례금, 착수금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중개와 관련하여 받는 대가를 차주로부터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개업자라 자칭하는 자가 저축은행 대출 조건으로 중개 수수료를 먼저 요구하고서 입금 후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부업 이용자를 분석해 보면 연령별로 20대는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와 여행, 쇼핑, 레저비용 등이 전년과 비교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60대 이상은 창업 등 사업자금이 타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직업별로 대학(원)생, 아르바이트생활자, 무직 등 소득원이 불확실한 계층의 기초생활비 비율이 높고, 자영업자의 경우 창업 등 사업자금 비율이 큰 폭으로 높게 나타났다. 신용등급별로 저신용자일수록 기초생활비 비율이 높고, 9~10등급은 신용카드대금 등 다른 부채 돌려막기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소득별로 저소득 계층의 기초생활비 비율이 높고, 소득이 클수록 창업 등 사업자금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려 한 이유는 '여타 금융기관에서는 필요한 만큼 빌릴 수 없어서'가 4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빨리 대출해 주기에'가 16.1%, '어디서 돈을 빌려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광고 및 전화·문자 등을 보고'가 13.7%, '서류가 간단해서' 가 1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금연은 "2020년도와 비교해 '여타 금융기관에서 필요할 만큼 빌릴 수 없어서'가 크게 는 점은 대부업체 조차에서도 점점 빌리기 힘들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대부업 이용자 62.9%는 채무자대리인제도를 모르고 있었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채무자가 채권추심에 응하기 위한 대리인으로 선임한 변호사를 채권 추심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한 경우, 채무와 관련해서 채무자를 방문하거나 채무자에게 말, 글, 음향, 영상 또는 물건을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대부업자의 과도한 빚 독촉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2014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를 '알고 있지만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30.2%, '알고 있고 이용 중'은 7.0%로 나타났다. 아직 상당수가 이 제도를 모르고 있고,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속성별로 살펴보면 20~30대, 대학(원)생, 신용 9~10등급자, 저소득자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응답자 23.6%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이 젊을수록, 직업별로 회사원, 공무원, 대학(원)생 등이, 신용등급이 좋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인지가 높게 나타나 인지적 양극화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 53%는 코로나19 이후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2020년 보다 큰 폭 높아졌다. 연령별로 40~50대가, 직업별로 자영업이, 신용등급별로는 신용 8등급이, 소득별로는 소득이 높을수록 나쁘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서금연은 "코로나19 이후 생활이 크게 어려졌다는 응답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거절이 43.4%로 크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금융기관 차입, 근로소득을 통한 대출 상환이 어려워져 연 240%이상의 금리를 지급하는 비율도 2020년 보다 높아졌다. 이는 금융소외가 더욱 커짐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성목 원장은 "저신용자 대출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우수대부업자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우수 대부업체의 확대와 함께 실질적으로 저원가성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플랫폼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 있다"며 "가장 효과적인 소비자 보호정책은 금융교육을 통해 위험대비능력을 키워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대부업계가 불법사금융으로 구축되는 저신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최고이자율 규제를 획일적으로 하는 대신 소액‧단기 대출의 경우는 미국의 '페이데이 론'처럼 규제금리의 폭을 확대하거나 이자의 개념이 아닌 금융서비스 이용 수수료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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