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소설가.
언론인, 소설가.

레이건이 첫 국정 연설을 했을 때 미국민과 소련(지금의 러시아)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라고 한다.

미국인이 말했다. “우리는 레이건의 집무실에 들어가 ‘이렇게 하면 안돼요!’하고 책상을 치며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듣고 있던 소련 사람이 답했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어요. 후루시초프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을 치면서 ‘레이건 처럼 하면 안돼요!’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인과 러시아인의 차이를 설명한 유머이다.

처칠이 의회의 남성용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자 노동당 당수가 마침 볼일을 보고 있었다. 처칠은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일을 보았다. 일이 끝나자 노동당 당수가 처칠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수상 각하는 왜 내 옆에 빈자리가 있는데 멀리 가서 일을 보십니까?”

그러자 처칠이 대답했다.

“귀 노동당은 큰 것만 보면 전부 국유화하려고 하지 않소. 내 물건도 국유화하자고 할까봐 그랬습니다.”

노동당의 국유화 정책을 신랄하게, 그러나 웃음으로 공격한 유머 전술이다. 정치에는 유머가 빠질 수 없다. 살벌하게 싸우는 정적끼리도 때로는 유머를 섞은 공격으로 웃으며 싸우기도 한다.

더불어 민주당의 ‘정당혁신추진위’가 발표한 당 혁신안에 기발한 유머 한토막이 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 등 혁신위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혁신안 다섯 가지를 발표하면서 그중 하나로 ‘선출직 공직자 정견 발표 및 토론회 의무화’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선출직 공직자라면 대본이 없어도, 프롬프터가 없어도 국민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도리도리와 같은 불안한 시선 처리와 화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을 빗대서 한 말임을 누구나 안다. 대본이 없어도 연설해야 한다는 것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메모를 많이 사용한 것을 빗대어 한 말이다. ‘도리도리’는 윤 당선인이 출마 연설을 할 때 고개를 많이 돌린 것과 다리를 벌리고 앉는 모양을 헐뜯기 위해 여당 네티즌 들이 사용한 ‘도리도리, 쩍벌남’ 을 생각나게 하는 말이다.

‘도리도리’란 말은 필자에게는 추억이 많다.

옛날의 우리 부모들은 젖먹이 유아들을 보고 귀엽다는 표시로 ‘도리도리, 짝짜쿵’을 시키곤 했다. 필자에겐 더 없이 정겨운 말인데 지금은 야유로 변했다.

그러나 엄숙주의로만 나가던 정당의 정책 발표에 유머를 섞어서 표현한 것은 재치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요즘 ‘검수완박’이란 말이 날만 새면 라디오, TV, 핸드폰 뉴스 할 것 없이 귀가 따갑게 들린다. 잘 모르는 사람은 또 다른 정치 유머 단어인 줄 알 것 같다. ‘검수완박’(檢搜完剝)의 어원(?)을 캐보면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 총장직을 내려놓으면서 ‘국민 약탈’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와 함께 쓴 ‘검수완판’에서 나온 것 같다. 뜻은 비슷하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

‘검수완박’은 검찰 업무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여 다른 데서 수사해온 것을 기소만 하라는 뜻이다. ‘검수완판’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말이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 적폐가 판을 칠 것이다’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윤 당선인이 앞을 내다보고 한 말 같기도 하다.

더불어 민주당은 집권 기간을 20여 일 남겨 놓고 이 거대한 ‘검수완박’ 작업을 해치우려고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회 역사상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수사 안하는 검찰’은 아무도 상상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정치 유머치고는 대단한 유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제 집권당은 호랑이 등에서 내려갈 날이 눈앞에 닥쳤는데 앞이 캄캄한 것 같다. 집권 5년 동안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저리도 앞이 캄캄할까? 지금 진행 중인 중요 사건만 꼽아보아도 여권 고위층이 괴로운 수사를 피할 수 없다. 거기다가 ‘국정농단 수사’와 ‘조국 사건 수사’서 엄청 날카로운 칼날을 보여준 한동훈 검사가 법무장관으로 지명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재난’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검수완박’. 국민들은 이 신조어가 많은 국민을 미소 짓게 하는 유머로 끝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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