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정미송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을 항해하던 대형 여객선이 무인도 인근 해역에서 암초에 좌초됐으나, 승객과 승무원 267명이 전원 구조되며 대형 해상 참사는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해양경찰청은 사고 원인을 선박 운항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8시17분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제주 여행을 마치고 복귀 중 항로를 벗어나 무인도 족도 인근 바위에 좌초됐다.
해경은 경비함정 17척, 연안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서해특수구조대 등 가용한 구조 자원을 총동원해 약 3시간10분 만에 승객과 승무원 267명을 전원 구조했다. 임신부와 허리 부상자 등 27명은 경상자로 분류됐으며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사고 직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선내에서 대기하다 6차례에 걸쳐 구조선으로 옮겨졌고, 이후 목포 해경전용부두로 이송됐다. 부두에 도착한 승객들은 “선내 충격이 컸고 안내방송도 지체돼 불안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사고 지점은 장산도와 족도 사이의 좁은 해역으로, 주변에 암초와 바위섬이 다수 분포해 조류로 인한 와류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 등을 상대로 항해 당시 항로 이탈 여부, 항법 시스템 작동 상태, 사고 직전 운항 판단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은 “좌초 원인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선장 또는 항해사의 운항 과실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승객들은 충격과 혼란 속에서도 해경의 신속한 구조에 안도했다. 한 중년 여성은 “큰 소리와 함께 배가 흔들렸고 곧바로 구명조끼를 착용하라는 지시가 나왔다”며 “세월호가 떠올라 두려움에 몸이 굳었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들은 “안내방송이 늦고 불명확해 당황스러웠다”고 지적했으나, 전체 구조 작전에 대해선 “해경 덕에 목숨을 건졌다”며 감사를 전했다. 현재 승객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목포 시내 임시 숙소에 머무르고 있으며, 선내에는 선원 20여 명이 잔류해 예인 작업을 준비 중이다.
해경은 날이 밝는 20일부터 사고 선박을 예인해 항만으로 옮기고, 선체 상태 및 운항기록 등을 통해 운항규정 준수 여부, 기계 결함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조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