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 리버풀에서 열린 연례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기조 연설하는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 [사진=뉴시스]
지난 9월30일 리버풀에서 열린 연례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기조 연설하는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남하나 기자 | 영국에 키어 스타머 총리가 취임 1년 4개월 만에 중대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집권 노동당 내부에서 ‘총재 교체설’이 노골적으로 퍼지며 정치적 불안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12일(현지 시간)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를 둘러싼 리더십 문제는 이미 지난여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곧 총리이기 때문에 노동당 총재 교체는 곧 총리 교체를 의미한다.

BBC는 “현재 정부는 매우 인기가 없으며 스타머 총리는 영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총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위기감을 더한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지난달 16일 조사에서 스타머 총리에 대한 호감도가 21%에 불과한 반면 비호감도는 72%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비호감도는 지난 6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다.

여기에 오는 26일 발표될 예산안이 ‘폭발적 변수’로 떠올랐다. 약 300억 파운드(약 57조8800억 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증세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당의 기존 ‘소득세 동결’ 공약과 충돌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BBC는 “차갑도록 냉담한 여론과 논란이 예상되는 예산안이 겹치며 스타머 총리가 머지않아 당내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스타머 총리 측근들은 11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교체 시도가 시장 혼란과 국제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이 브리핑은 오히려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각료는 “리더십 위기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왜 스스로 혼란을 초래하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만약 스타머 총리가 실제 교체될 경우 후임 후보로 웨스 스트리팅 보건복지장관, 섀버나 마무드 주택장관 등이 거론된다. 노동당 총재 후보가 되려면 현역 의원 20%인 81명의 추천이 필요하다.

유력 주자인 스트리팅 장관은 교체설을 “자멸적”이라며 일축했지만, 문제의 브리핑에 대해서는 “유치하다”며 “총리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해 내부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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