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제2금융권 지점에 대출 창구 안내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제2금융권 지점에 대출 창구 안내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박숙자 기자 |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과 은행권의 연말 대출 총량관리 기조가 맞물리며, 은행 대출 시장이 ‘초고신용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차주 평균 신용점수가 950점을 돌파하며, 신용 하위 계층은 제2금융권 또는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9월 취급한 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50.8점으로, 1년 전(940.6점) 대비 10.2점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세자금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 역시 931.2점으로 2년 전보다 9.6점 높아졌다.

이는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압박에 따라 은행들이 우량 차주에게만 대출을 집중하면서 나타난 ‘신용점수 상향 평준화’ 현상이다. 

실제 중·저신용자의 대출액은 급감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점수 850점 이하 차주의 5대 은행 대출액은 7~8월 평균 1663억원으로, 상반기 월평균(2388억원)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

이처럼 1금융권의 문턱이 높아지자 중·저신용자들은 캐피탈·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출금리와 부실 리스크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상반기 대비 50% 감축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신한·하나·NH농협에 이어 KB국민은행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은행권의 대출 보수화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다시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나는 ‘신용 하강 사다리’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며 “정책당국은 중·저신용자를 위한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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