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브랜드 대신‥자동차 부품, 소재 기업 ‘변신’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스포츠 브랜드 르까프,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 케이스위스 등 패션 브랜드 보유로 널리 알려진 화승그룹이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 화승그룹이 운동화 브랜드 르까프를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왔던 것과는 달리 자동차부품, 소재 산업, 종합무역, 신발 OEM 등의 사업에 보다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화승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1, 2세대 때 내려온 기업 성장 동력 대신 3세대 때부터 전면 개편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1대 故 현수명 회장이 창업한 동양고무공업으로 시작한 화승그룹은 2세대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이 총괄회장이 1977년 36세의 나이로 물려받아 지난 2013년 기준 연 4조원대의 그룹으로 키워냈다. 또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화승R&A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年매출 4조원대 지분 50.23% 매각‥모태 회사와 결별
실질적 지주회사 화승R&A, 장‧차남이 지분 33% 보유


르까프로 유명한 화승그룹이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전 세대와는 다른 자동차부품 및 종합무역 업체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1, 2세대가 르까프 운동화를 중심으로 하는 패션 및 스포츠 브랜드 ‘유통’ 사업을 통해 성장해왔다면 3세대는 르까프 대신 소재 및 부품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 기반으로의 변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


최대주주 현승훈 회장→현지호 총괄부회장


지난 7월 현승훈 화승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현지호 총괄부회장이 화승R&A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3세 경영을 본격화한 화승그릅이 지배구조 또한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7월 공시에 따르면 현지호 부회장은 시간외 매매를 통해 주식 9만5970주를 사들였다. 현 부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6.93%에서 18.42%로 올라 최대주주가 됐다. 현 회장 지분율은 17.92%로 2대주주가 됐다.

현 부회장의 이분 지분 매입은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다. 화승R&A는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자동차 부품·소재 및 조선기자재 업체에 주력하고 있다.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하는 화승인더스트리와 함께 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창업자 현수명 회장의 장남 현승훈 회장은 1976년 화승 전신인 동양고무산업에 입사했고 창업주가 타계한 1977년 이후 그룹을 이끌고 있다. 현 회장의 장남 현지호 총괄부회장은 지난 2011년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7월 이후 장내매입을 통해 최대주주에 올라섰으며, 현 회장의 차남 현석호 부회장은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비나를 담당는 등 그룹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운동화 사업 진출 후 부도만 두 차례


화승그룹의 출발은 고 현수명 회장이 창업한 동양고무공업으로 시작했다. 1978년 미국 나이키사에 OEM을 납품하면서 성장해 왔다. 1980년 화승으로 상호를 바꿨고 ‘월드컵’이라는 자체 브랜드 운동화를 선보였다. 이후 1986년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를 출시해 본격적인 운동화 및 신발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하지만 IMF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1998년 2800억원대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2005년 정상화가 완료된 이후 사업 다각화를 꾀해 왔다.


화승R&A가 실질적 지주 회사


장남 현 총괄부회장이 18.4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화승그룹은 화승R&A가 실질적인 지주회사를 담당하면서 화승인더스트리(19.38%), 화승소재(100.00%), 화승엑스윌(100.00%), 화승공조(100.00%), 화승(18.90%)으 지분을 가지고 있다.

화승R&A의 사업은 자동차 부품(Weather Strip, Hose류)과 원재료인 CMB·TPE·실리콘 등을 생산하는 소재 부문, 종합무역 부문 등으로 나뉜다. 화승R&A는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품질5스타를 획득해 자동차용 고무제품에서 경쟁 우위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승R&A는 자동차 부품이 64%, 소재 비율이 13%, 산업용 고무 제품이 6%, 종합무역 등이 17%의 매출 비중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조6322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지난 2012년에는 1조433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여업이익은 732억원으로, 2012년 영업이익 488억원 보다 늘었다.


화승 지분 50.23% 매각


지난해 말 화승그룹은 계열사들이 보유한 화승 지분 50.23%를 물류 업체 ‘경일’에 매각했다. 매각 이후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화승그룹은 현재의 화승을 있게 한 사업 대신 제조업 기반의 자동차 부품 및 소재, 신발 OEM 사업을 택했다. 대신 ‘경일’에 매각한 지분은 화승그룹 공채 1기 출신이자 전문 경영인으로 30년간 근무했던 고영립 전 화승그룹 회장이 맡아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화승 지분을 매입한 물류 업체 ‘경일’은 고 전 회장의 아들인 고희광씨가 주요주주로 등재돼 있어 오너 일가가 정리한 사업을 전문경영인으로 30년간 재직 후 지분을 매입해 사실상 또 다른 오너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 2세대 때 시작한 사업 외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화승그룹이 르까프와 결별 후 어떠한 성장을 일굴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