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DNA로 식품․유통‥미디어 까지 장악

[스페셜경제=현유진 기자]올해 CJ그룹(이하 CJ, 이재현 회장)의 상황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CJ그룹의 주요사업인 식음료와 물류, 엔터테인먼트, 홈쇼핑 등은 물론 다른 전 분야에서도 실적이 일제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CJ는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8% 감소했다.


더불어 주요 계열사 8곳 중 CJ E&M을 제외한 모든 회사가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CJ프레시웨이는 ―68.1%로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고 CJ대한통운(―50.2%), CJ헬로비전(―22.5%) 등도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모태’제일제당 빠져나와…제조업체서 콘텐츠 공룡기업 ‘우뚝 서’
회장‧자녀 모두 연애결혼 ‘혼맥’…타 기업보다 관계형성 자유로워


더불어 최근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 및 세금탈루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CJ의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오너인 이재현 회장의 빈자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CJ그룹은 이병철 故 삼성그룹의 창업주의 DNA가 살아있는 곳으로 지금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CJ그룹의 막강한 혼맥과 인프라는 결코 무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CJ그룹의 혼맥을 살펴봤다.


현재 CJ의 재계순위는 14위를 기록하며 국내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 같은 CJ그룹의 바탕에는 재계 1위 삼성그룹의 DNA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제일제당’ CJ의 모태


1938년 삼성그룹은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한 뒤 1953년 제일제당(제일제당공업)을 세워 식품업계에 진출했다.


이후 1996년 CJ그룹은 제일제당에서 분리‧독립한 뒤 독자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서 1993년 삼성그룹은 7월 제1차 계열사 정리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때 제일제당은 계열사인 제일냉동과 함께 그룹으로부터 분리해 출범한 바 있다. 당시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삼성전자 이사가 제일제당의 경영을 맡게 됐다.


이후 2002년 10월 제일제당그룹은 이름을 CJ그룹으로 변경했다. 이때 제일제당의 사명도 ‘CJ’로 바꿨으며 2007년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 사업을 번창시켰다. 이로 인해 CJ(주)의 사업무문을 떼어 CJ제일제당을 세우고 CJ 주식회사는 순수 지주회사로 변신했다.


그러나 CJ로 기반을 잡은 이재현 회장은 범삼성가의 장손기업으로 적통을 확실히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남대문로에 위치한 본사 사옥에 이병철 창업주의 흉상을 세웠으며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사옥에 3D 흉상을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CJ는 생명공학, 홈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외연을 확장하면서 식품회사의 틀과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렸다. 특히 주계열사로 부각되고 있는 CJ E&M은 CJ엔터테인먼트, CJ미디어 등 영화·미디어·게임을 아우르는 콘텐츠 공룡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제일제당그룹에서 출발해 햇반과 설탕을 생산하던 제조업체로 이름을 떨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미경‧이재환 ‘미디어산업’ 투톱 되나


현재 이미경 CJ E&M 총괄 부회장은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CJ E&M의 경우 국내에서 영화, 공연, 케이블 TV, 게임 등 문화산업 등 전반적인 모든 사업에서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장의 누나이자 CJ E&M 총괄 부회장으로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미경 부회장은 영어 외 불어, 중국어에도 능통한 수재로 경기여고, 서울대 가정학과,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연구로 석사학위를, 상하이 푸단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거쳤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경 부회장은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혼인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파경을 맞은 뒤 현재까지는 싱글로 지내고 있다. 김석기 씨는 후일 연극배우 윤석화 씨와 결혼하면서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CJ그룹 내 미디어 사업에는 이재현 회장의 입김이 사실상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경 이미경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였던 하대중 CJ E&M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고 이재현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김성수 부사장이 대표로 발탁되기로 했다.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전 CJ그룹 상무는 광고대행사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운영하고 있다. 배재고, 타이완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CJ그룹 상무까지 역임했지만 독자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 바 있다. 현재 이재환 대표가 개인 돈 5억원을 투입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가치가 10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작년 매출 265억원에 순이익 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출 대비 순이익율이 34%에 이르는 등 국내 대기업집단 광고대행 계열사 8곳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총자산 683억원 중 순자산이 433억원에 육박한다.
이재환씨는 박정희 정권 시절 국회의원을 역임한 민기식씨의 딸인 민재원 씨와 결혼한 뒤 소혜, 호준 등 슬하에 1남 1녀를 낳았다.


이미경 부회장, 국내 미디어 산업서 영향력 ‘최강’…한류확산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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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결혼’ 남다른 신념 보여


CJ그룹이 다른 그룹들과 차별성 있는 부분이 바로 ‘결혼’이다. CJ는 회장과 자녀들 모두 연애결혼을 하면서 대부분의 대기업들과는 남다른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삼성가 직계 장손이자 CJ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현 회장과 CJ E&M을 이끌고 있는 이미경 부회장,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씨 모두 연애를 통해 결혼이 성사됐다.


사실 아버지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경우 손영기 전 경기도지사의 딸 손복남 CJ그룹 고문과 결혼했다. 손영기씨는 이화여대 교육학과 출신인 손씨는 부친이 경기도 지사와 농림부 양정국장을 지냈다. 이는 아버지 고 이병철 명예회장이 이맹희씨가 4살 때 이미 “아이들이 자라면 혼인을 시키자”는 양가 어른끼리 약속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CJ그룹은 손복남 고문을 통해 고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 부장, 김승연 한화그룹과도 혼맥을 형성하게 됐다.


그러나 이런 이맹희씨와는 달리 아들 이재현 회장은 부인과 미팅을 통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재학시절 당시 이 회장은 아무도 삼성가의 직계 장남임을 모를 정도로 털털한 생활을 했으며 미팅을 통해 만난 김희재씨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 회장과 희재씨 사이에서는 경후, 선호 등 1남 1녀가 태어났다. 이 회장의 장모인 김만조씨는 CJ의 김치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는 ‘김치박사’다. 영국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씨는 연세대, 서울여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이재현 회장의 장녀 경후 씨도 미국 유학시절 만난 정종환 씨와 혼인을 하게 됐다. 당시 종환 씨는 뉴욕 씨티은행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후씨는 결혼 후 유학생활을 지속하다 현재 CJ오쇼핑의 과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외가’로 화려한 인맥 이어


CJ그룹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이다. CJ그룹이 삼성으로부터 분리‧독립할 때 손경식 회장은 가장 많은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경기고 2학년때 검정고시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할 정도로 ‘천재’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손 회장은 누나이자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고문이 삼성가로 시집가면서 누나를 통해 삼성가와 인연을 맺었다.


손회장은 삼성과 1968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공부를 더 할 계획이었으나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으로 불러 들였여 38세의 나이에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1993년 6월 계열이 분리되면서 당시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조카 이재현 회장과 함께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 회장의 부친은 손영기 전 경기도지사로 삼성화재 전신인 안국화재 회장을 지냈으며 손 회장의 장인은 국회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지낸 김봉환 변호사로 알려졌다.

손 회장의 장녀 손희영 동덕여대 교수는 고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차남이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매형인 이동훈 전 제일화재 회장의 장남 이재환씨와 혼인을 맺었으며 김승연 회장과는 처남매부 지간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이재현 회장은 외사촌 형제인 손영혜 씨의 결혼을 통해 한화그룹,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집안과도 먼 사돈의 관계를 맺게 됐다.


손 회장의 아들 주홍 씨는 지난 2006년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의 삼녀 성가은씨와 결혼했으며,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판권을 가진 골드윈코리아의 모회사로 현재 성가은씨는 ‘노스페이스’에서 상무를 맡고 있다.


현재 CJ그룹은 매년 두 자릿수 가까이 늘려오던 투자 계획도 보수적으로 잡는 등 ‘긴축경영’ 에 돌입했다. 이는 총수부재에 따른 경영차질로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투자계획 상당수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CJ 일가가 어떤 모습으로 그룹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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