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5위 로열패밀리…곳곳으로 뻗은 ‘화려한 혼맥’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담당하며 국내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대기업 집단 재벌가. 이들은 서로 혼맥과 인맥을 통해 더 높은 권력을 누리기도 하고 서로를 잡아주고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울타리를 형성했다.


한국 경제사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들만의 혼맥을 통해 재벌의 형성과 교착의 끈이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 지를 <스페셜 경제>가 창간 5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대표적 재벌가의 혼맥과 경영 승계 과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 롯데그룹은 1967년 세워진 롯데제과로부터 시작됐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2년 뒤 재일교포였던 신격호 회장이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웠다.


1973년 롯데호텔과 롯데기계공업, 롯데파이오니아를 시작으로 1974년 롯데상사, 1978년 롯데햄과 롯데우유, 1979년 롯데리아와 롯데쇼핑이 잇따라 세워졌다. 1974년에는 칠성한미음료를 인수해 롯데칠성음료로, 1978년에는 평화건설을 인수해 롯데건설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롯데그룹은 1980년 롯데냉동을 세웠고 같은 해 한국후지필름을 인수했다. 1982년에는 롯데물산을, 이듬해에는 롯데유통사업본부와 롯데호텔부산을 만들면서 유통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들의 혼맥을 통해 재벌기업과의 교류를 넓히고 관계에 끈을 늘려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제계의 기둥으로 성장했는지 <스페셜경제>가 정관계 혼맥을 통해 삼성의 역사를 살펴봤다.


경남 울주군 삼남면에서 1922년 5남5녀중 맏이로 태어난 신격호 총괄회장은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일하다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에 탑승한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신 회장은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신 회장은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사업적인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고,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이번 사업 역시 대성공을 거두며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한국에서 낳은 첫 딸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에서 노순화 여사와 결혼했다. 이 당시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이 태어났다. 하지만,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신 이사장은 아버지가 국내로 돌아온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했다. 현재는 독신이며, 자녀로는 1남3녀를 두고 있다. 신 이사장의 장녀는 외부 노출이 극도로 적은데 반해 둘째 딸 장선윤 블리스 대표는 롯데그룹의 대표적 오너 경영인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 대표는 2008년 양성욱 브이앤에스 대표와 몰디브에서 재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성욱 대표는 양해엽 전 재불 한국문화원장의 셋째 아들이다. 파리 출신인 양 대표는 루이비통의 아시아 지역 세일즈 담당 이사를 지냈다가 아우디코리아에 근무할 당시 장 대표를 처음 만나 결혼에까지 이르게 됐다.


셋째 딸인 장정안 시네마통상 주주는 지난 2004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 변호사와 결혼했다.


장남 장재영 씨는 롯데그룹에 포장지 납품을 주업하고 있는 인쇄업체 유니엘을 운영중이며, 폴스미스 등 명품 브랜드의 국내 면세점 유통을 담당하는 B&F통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시게미쓰 다케오’로 일본을 품다


신 회장은 1941년 당시 지금의 부인인 다케모리 하쓰코(竹森 初子) 여사를 만나 두 번째로 결혼을 했다.


신 회장은 하쓰코 여사와의 사이에 형제를 두고 있다. 일본 롯데를 책임지고 있는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한국의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바로 그들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오야마대학을 졸업했지만,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첫 직장은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 증권사로 영국 지사에서 근무했다.


신 회장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입사한 뒤, 1990년 호남석유화학의 상무를 맡으며 국내 재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신동빈 회장 역시 부친처럼 국제결혼을 했다. 일본 최대 건설사로 손꼽히는 다이세이(大成)건설의 오고 요시마사(大鄕淡河) 부회장의 둘째 딸인 오고 미나미(大鄕眞奈美)와 결혼식을 올렸다.


신동빈 회장의 결혼 당시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으며, 결혼식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를 비롯해 일본의 전·현직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신동빈 회장의 가족들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사태 당시 일시 적으로 국내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슬하에는 신유열 군과 신규미, 신승은 두 딸을 두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은 재미교포 사업가인 조덕만 씨의 차녀 조은주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서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슬하에 아들(신정훈) 한 명을 두고 있다.


일본 아오야마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신 부회장은 롯데 입사 전 미쓰비시상사에서 10년간 근무하다가 19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고 이후 일본으로 다시 건너갔다.


이 밖에도 신격호 총괄회장은 세 번째 부인으로 지칭되는 서미경 유원실업 대주주와의 사이에 막내딸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두고 있다. 지난 2008년 롯데그룹의 계열사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신유미 고문이 주목을 받았다.


최근 두 형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15일부터 사흘간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이 자사주 577주를 사들인 것이 밝혀졌다. 한편 일본롯데를 총괄하며 국내 경영에는 크게 참여하지 않았던 신 부회장이 연이어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하면서 형인 신동빈 회장과 지분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농심 신춘호 회장


롯데제과 두고 신동주·신동빈 지분경쟁, ‘정통성’ 문제?
10남매 다양한 결혼…국제적인 혼인관계 ‘두터운 인맥’



롯데그룹 이탈한 신춘호 회장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 건너간 후 실질적으로 가장 역할을 했던 것은 넷째 동생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다.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농심그룹 창업 과정중에 맏형 신격호 총괄회장과 의견 충돌을 일으켜, 결국 롯데그룹을 나와 스스로의 힘으로 현재의 농심그룹을 만들어냈다.


농심그룹은 현재 3조원 대의 연매출을 올리는 대형식품그룹으로 우뚝 섰다.


신춘호 회장은 김낙양 여사와 혼인해 슬하에 3남2녀를 두고 있다. 막내딸인 윤경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농심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자녀들의 혼사를 통해 재계는 물론, 정계에까지 넓은 인맥을 형성했다.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사장은 1979년 박남규 조양상선 회장의 4남인 박재준 씨와 결혼했다. 박재준 씨는 조양상선그룹 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신현주 부사장은 15년 전쯤부터 일을 시작해 현재 농심그룹의 광고기획사인 농심기획을 책임지고 있다. 둘 사이에는 딸이 두 명 있다.


신현주 부사장 아래로는 장남 신동원 농심 대표가 있다. 신 대표는 1986년 민철호 전 동양창업투자 사장의 딸 민선영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자녀로는 1남2녀를 두고 있는 상태.


신동원 대표의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율촌화학 대표는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딸인 김희선씨와 결혼했다. 신동윤 대표의 장인인 김진만 전 부의장은 슬하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김택기 전 국회의원 등 여러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셋째 아들인 신동익 농심개발 부회장은 할인점인 메가마트와 일동레이크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동익 부회장은 노홍희 전 신명전기 사장의 딸인 노재경 씨와 결혼했다. 신 부회장이 메가마트 대표이사를 맡은 지 20년 만에 모기업인 농심의 부회장직을 맡았지만 1년여 만에 자리를 내려 놓았다.


신춘호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 씨는 서성환 태평양그룹 선대 회장의 차남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농심그룹은 서경배 회장의 형인 서영배 태평양물산 회장이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사위라는 점에서 언론까지 연이 닿아있다.


▲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

화려한 결혼 “눈에 띄네”


신 총괄회장의 형제들은 10남매의 대가족답게 다양한 영역에서 화려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먼저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철호 씨는 자녀들을 통해 법조계 인사들과 연을 맺었다.


신철호 씨는 부인 송수영 여사와의 사이에 3남5녀를 두고 있는데, 사위와 며느리들 가운데 법조인이 절반에 달한다. 장녀 신혜경 씨는 서울고법 출신의 조용원 변호사와, 셋째 딸 신미진 씨는 장태규 변호사, 넷째 딸 신혜승 씨는 정경언 변호사와 각각 결혼했다.


또한 장남 신동림 씨의 부인은 정승원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삼성그룹 이재용 사장의 이혼소송을 담당하기도 했다.


둘째 신철호 씨와 다섯째인 신춘호 회장 중간엔 여자 형제들인 신소하 씨와 신경애 씨가 있다. 특히 신경애 씨의 아들인 우탁 휴네시스 사장은 롯데가 3세들의 모임을 주도하며 가족간의 우애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신경숙 씨는 한일향료 사장을 지낸 故박성황 씨와의 사이에 형제를 두고 있다. 차남인 박기택 국민대 교수는 정일영 전 국민대 총장의 딸인 정형은 씨와 결혼했다.


여섯째 동생은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이다. 신선호 사장은 심정자 씨와 가정을 꾸려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는데, 그중 맏딸 신유나 씨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과 결혼했다.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중 가장 화려한 혼맥을 자랑하는 사람은 일곱째 동생 신정숙 씨다. 신 씨는 최현열 NK그룹 회장과 결혼해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는데, 이 중 맏딸과 둘째 딸을 재벌가로 시집보냈다.


故조수호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한 첫째 은영 씨는 현재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경영인으로 한진해운을 책임지고 있으며, 둘째 딸인 은정 씨는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그룹 회장의 차남 정몽익 KCC 부사장과 결혼했다.


신 총괄회장과 불편한 관계로 알려진 여덟째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한순용 전 롯데칠성 감사의 딸인 한일랑 씨 사이에 2남1녀를 두었지만, 맏아들인 신동학 씨는 먼저 세상을. 차남인 신동환 씨는 최병석 전 대선주조 회장의 딸인 최윤숙 씨와 가정을 꾸렸다.


롯데가 10남매의 막내는 신정희씨다. 신정희 사장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결혼해 슬하에 형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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