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 일가와 국내 굴지의 재벌로 성장‥LG家 여자들 ‘내조’ 전념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담당하며 국내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대기업 집단 재벌가. 이들은 서로 혼맥과 인맥을 통해 더 높은 권력을 누리기도 하고 서로를 잡아주고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울타리를 형성했다.
한국 경제사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들만의 혼맥을 통해 재벌의 형성과 교착의 끈이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스페셜 경제>가 창간 5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대표적 재벌가의 혼맥과 경영 승계 과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허씨 일가인 GS그룹과 경영 분리‥‘잡음’ 하나 없어
LIG, LS그룹으로 나눠 형제 경영‥‘장자’ 승계 원칙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보래이. 가령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있다면 다른 아흔 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 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LG가 창업자인 고 구인회 창업주가 품질경영을 강조할 때 했던 말이다. 구 창업주의 ‘품질철학’이 지금까지 LG 전반에 퍼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로 라디오, 선풍기, 텔레비전을 만들던 저력이 바로 이러한 LG가의 ‘품질경영’이다.


‘구인회’ 상점에서 LG 시작

LG家의 역사는 1931년 7월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구인회 상점’이 출발이다. 故 구인회 창업주는 1907년 경상남도 진주 출신이다. 아버지 재서와 어머니 진양하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홍문관 시독관(侍讀官)으로 있던 할아버지 연호 밑에서 한학을 익히다가, 지수보통학교 2학년에 편입하여 3학년에 중퇴하고,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여 2년을 수료했다.

구인회 창업주는 1931년에 진주에서 동생 철회(哲會)와 함께 구인회상점을 설립하여 포목상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1947년 화장품을 생산하는 낙희화학공업사를 설립, 수지·치약 등을 생산하면서 기업을 키워나갔다.

1958년에는 주식회사 금성사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라디오·선풍기·텔레비전 등 전기·전자기기를 생산, 수출했다.


1961년 구인회 LG 창업회장(가운데)이 국내 최초로 국산화 한 자동전화기(모델명:GS-1)로 시험통화하고 있다.
전자 라디오 ‘A-501’‥국내 전자산업의 ‘태동’


2008년 LG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2013년 창립 55주년을 맞은 LG전자의 역사는 1958년 락희화학(LG화학) 구인회 사장이 금성사(LG전자)를 창립하면서 한국 전자산업이 시작됐다.

라디오와 TV는 모두 수입 제품이었던 당시 라디오의 국산화를 위해 첫발을 내딛은 것.

LG전자는 1년여의 노력 끝에 1959년 11월 한국 전자산업의 태동이라 불리는 국산 라디오 ‘A-501’을 출시했다. 이제품은 2년 뒤 미국에 수출되면서 한국의 기술이 미국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심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는 선풍기, 전화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카세트 녹음기, 전자레인지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출시하면서 한국 전자산업의 역사를 써왔다.

1966년 8월에는 국산 흑백 TV가 세상에 나왔다. 2년 뒤인 1968년에는 미국 뉴욕에 지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LG의 기초를 닦았다. 1982년 10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에 생산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첫 해외 생산기지는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 지역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장자’만이 가업 승계


구인회 창업자는 1920년 같은 마을 허만식의 딸 을수와 혼인해 구자경, 구자승, 구자학, 구자일, 구자극 등 6남 4녀를 두었다. 1남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대지주 하순봉씨의 1녀 하정임 여사와 혼례를 올린 후 1남 4녀를 낳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1남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김태동 前 보사부 장관의 딸 김영식씨와 결혼해 2녀를 뒀다. 구 명예회장의 1녀 구훤미씨는 김용관 전 대한보증보험 사장의 4남 김화중씨와 결혼했다.

구훤미씨의 딸인 김선혜씨는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1남인 이해욱씨와 결혼해 대림그룹과의 혼인관계를 이어갔다.


구 명예회장의 2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차경숙 씨와 결혼했다. 3남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사업가 김광일 씨의 딸인 은미씨와 혼인, 1남 1녀를 두었다.


구 명예회장의 2녀 구미정 씨는 대한펄프 창업주인 최화식 회장의 아들인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과 결혼했다. 구 명예회장의 4남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은 조경아 씨와 결혼, 1남 2녀를 뒀다.


구 명예회장의 2남인 故 구자승 씨는 홍재선 씨의 딸 승해씨와 결혼, 3남 1녀를 두었다. 홍씨는 훗날 전경련 회장과 쌍용양회 회장을 지냈다. 구자승 씨의 세 아들 구본준, 구본순, 구본진은 모두 LG상사에서 부회장과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구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삼성 故 이병철 회장의 2녀 이숙희 씨와 1957년 결혼, 1남 3녀를 뒀다.


4남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은 국방부 차관을 지낸 이흥배 씨의 딸 의숙씨와 결혼,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5남 구자일 일양전기 회장은 사업가인 김진수 씨 딸 김청자 씨와 결혼했다.


구 창업주의 2녀 구자혜 씨는 대림산업 이규덕 창업주의 1남 이재준 전 전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에게 시집갔다.


3녀 구자영 씨는 제일은행장을 지낸 이보형 씨의 아들 이재원 씨와 결혼했다. 4녀 구순자 씨는 류헌열 전 대전지법원장 아들이자 서울지검 검사였던 류지민 씨에게 시집갔다.


구 창업주의 6남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은 이화여대 조필대 교수의 딸 조아란 씨와 결혼했다.

경영 승계 후 미련 없이 그룹 물러나


LG그룹은 장자의 그룹 후계 계승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것이 특징이다. 구인회 창업주부터 시작된 LG그룹은 첫째 아들인 구자경 명예회장으로 이어졌으며, 구자경 명예회장의 첫째인 구본무 회장이 LG그룹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구광모 부장
구본무 회장은 슬하에 딸만 둘이어서,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LG가에서 가족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LG그룹은 장차 후계자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 구광모씨를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로 입적했다. 조카가 아들이 된 셈이다.


구광모 LG전자 부장은 영동고등학교를 나와 미국 로체스터 공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MBA를 마쳤다.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 대리로 입사, 현재는 LG전자 차장 자리에 올라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


LG그룹의 이러한 장자승계 원칙은 다른 기업에 비해 일사천리로 후계 구도를 정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왕자의 난, 형제의 난 등 경영권 승계를 놓고 재계에서는 이러 저러한 다툼이 끊이지 않는데 비해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통해 형제간의 견제 없이 매끄럽게 후계 구도가 정리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창업주의 사망 후 경영승계가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경영권 승계 후 미련 없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그룹문화 덕분에 그룹을 운영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구자경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연암공업대학과 천안연암대학을 통해 기초산업 분야 전문인력 육성과 국내 대학교수 해외 연구 활동 지원 등에 힘을 쏟고 있다. 경영권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는 후문이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LIG그룹, LS그룹으로 나눠 형제경영

구 창업주의 둘째 동생인 故 구철회 회장은 LIG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회장은 지난 2003년 LS그룹으로 독립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은 부인 최무 여사와의 사이에서 4남2녀를 뒀다. 1녀 구근희 씨는 이계순 전 농림부장관의 아들 이준범 씨와 결혼 했고, 이준범씨는 화인이라는 기업을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1남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70년대 재벌 오너 일가의 일원으로는 흔치 않게 지순혜 여사와 연애로 결혼, 슬하에 1남 1녀를 낳았다.


2남인 구자엽 LS산전 회장은 김태향 여사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는데 1녀 구은희 씨는 정몽우 전 현대알미늄 회장의 1남인 정일선 비엔지스틸 사장과 결혼했다. 이 혼맥을 통해 LG그룹은 넓게는 현대그룹과도 혼맥을 쌓은 셈이 됐다.


3남 구자명 LS니꼬동제련 부회장은 경기고를 졸업 후 아버지와 같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부인 조미연 씨는 경희대 조영식 이사장의 2녀. 아들 구본혁 씨는 LS전선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남 구자철 한성 회장은 LG상사에서 잠시 일하다 일찍부터 독립 경영을 했다. 외동딸 구원희 씨는 두산의 박용만 부회장의 장남 박서원 씨와, 2녀 구혜정 씨는 이인정 태인 회장과 결혼했다.


창업주의 넷째 동생 구평회 E1 명예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52년 금릉원예조합 문흥린 이사장의 딸 문남씨와 결혼해 3남1녀를 뒀다.


구평회 명예회장의 1남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8년 LG상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청와대 경호실차장과 전쟁기념관장을 역임한 이재전 장군의 딸 이현주 여사와 결혼, 1남2녀를 뒀다.


2남 구자용 E1 사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 이상돈 전 중앙대 의대 학장 딸인 이현주 여사와 결혼, 두 딸을 뒀다.


3남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은 중앙고와 고려대 법대를 마치고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 구두회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고려대 상대와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경영에 뛰어들었다. 구두회 명예회장은 부인 유한선 여사와의 사이에서 1남 3녀를 뒀으며, 1녀 구은정 씨는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의 아들인 김중민 전 국민생명보험 부회장과 결혼했다.


1남 구자은 LS전선 전무는 미국 베네딕틴대 경영학과, 시카고대 MBA를 거쳐 90년 LG정유에 입사했다. 장상돈(故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 아들) 한국철강 회장 딸인 장인영 여사와 결혼했다.


최초 동업도 ‘혈육’을 계기로 시작


LG그룹 하면 57년간 사업 파트너였던 GS그룹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LG그룹과 GS그룹의 구씨-허씨 두 가문은 LG그룹이 창립한 1946년부터 2005년 계열 분리 전까지 3대에 걸쳐 끈끈한 동업관계를 유지해왔다.


최초 동업도 ‘혈육’을 계기로 시작됐다. 故 구 창업주가 태어난 경남 진양군 지수면 승산마을(현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은 허씨 일가가 대대로 만석꾼 가문으로 살았다.


구 창업주는 지역 연고를 배경으로 故 허만식 씨의 장녀 을수 씨와 혼례를 올렸고 1946년 장인의 6촌지간인 ‘경남 거부’고 허만정 씨의 도움을 받아 허씨 가문과 동업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도 두 집안은 남이 아니었다. 이에 앞서 허만식 씨의 차남인 인구 씨가 구 창업주의 고모와 결혼한 바 있다.


이후 허만정 씨는 사업자금을 내놓으며 자신의 3남 준구(前 LG건설 명예회장) 씨의 경영수업을 부탁했고 구 창업주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허준구 전 명예회장은 구 창업주의 첫째 동생 철회(전 LIG손해보험 회장) 씨의 맏사위였다. 범 LG가인 LIG손해보험 회장의 3녀 문정씨는 금호아시아나 故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박재영씨와 결혼했다.


구철회 회장의 장녀 구위숙 씨는 허준구 씨에게 출가, GS그룹 핵심 오너인 5명(허창수, 허정수, 허진수, 허명수, 허태수)의 아들을 뒀다.


한편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은 임방인씨와 결혼해 딸만 셋(현정-윤정-문정)을 뒀는데, 사위가 ‘외국인’이어서 화재를 모으기도 했다.


장녀 현정씨는 글로벌 보험회사인 AON코리아 부사장을 지낸 미국인 에릭 호프먼씨와, 차녀 윤정씨는 미국 투자전문회사 살로몬 스미스 바니에 재직한 재미교포 해롤드 김씨와 각각 웨딩마치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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