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재계의 축소판…“이보다 화려할 수 없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담당하며 국내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대기업 집단 재벌가. 이들은 서로 혼맥과 인맥을 통해 더 높은 권력을 누리기도 하고 서로를 잡아주고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울타리를 형성했다.


한국 경제사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들만의 혼맥을 통해 재벌의 형성과 교착의 끈이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 지를 <스페셜 경제>가 창간 5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대표적 재벌가의 혼맥과 경영 승계 과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2005년 1월 LG그룹은 그동안 그룹의 이끌었던 구 씨 가문과 허 씨 가문의 분리를 선언했다. 구 씨는 LG그룹으로 허 씨는 GS그룹으로 각각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이 설립된지 58년 만의 일이다.


창업자 구인회 회장은 사돈이자 진주의 만석꾼 거부였던 허만정씨와 손을 잡고 지금의 LG그룹의 초석을 쌓았다. 허만정씨가 창업자금을 대고 그의 아들 허준구씨(LG건설 명예회장)가 영업이사로 참여하는 조건으로 락희화학공업은 역사에 첫발을 내딛었다.


허준구 회장은 반도상사(현 LG상사)를 거쳐 금성사(현 LG전자) 부사장에 오른뒤 1968년 반도상사 사장을 시작으로 1971~1982년 금성전선(현 LS전선)의 경영을 책임지며 LG그룹의 창업 맴버로 LG를 국내 최대 기업 반열에 올리는 데 공헌했다.


2005년 LG그룹에서 독립한 GS그룹은 한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가문 가운데 하나인 김해 허씨 문중의 경남 진주 만석꾼 허만정의 자손들이다. LG그룹의 공동창업주에서 GS그룹을 탄생시킨 허만정씨의 일가의 혼맥을 분석해봤다.



GS그룹은 지난 2005년 LG그룹과의 분리 후 8년만에 자산규모 약 51조원(2011년 기준)대를 이룩하며 재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GS그룹은 2012년 총 매출액은 70조5000억에 이르며 GS칼텍스, GS건설, GS홈쇼핑, GS리테일을 주축으로 79개의 계열사가 포진해 있다.


LG그룹 자금줄 ‘허씨’일가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의 만석꾼 故허만정씨는 부인 故하위정 여사와의 사이에서 8명의 아들을 두었다. 허준구 회장을 비롯한 8명의 아들은 삼양통상, 승산, 코스모 등을 통해 계열사를 늘리는 한편 GS그룹의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허만정씨의 장남 故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은 삼성그룹 초창기 멤버로 삼성물산 대표도 역임했다. 허정구 회장은 부인 이행좌 여사 사이에 3남 2녀를 뒀다. 장남 허남각 회장은 1999년 아버지 허 회장의 사망 후 삼양통상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허남각 회장은 보성고와 서울대 상대,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을 마친 뒤 1963년 삼양통상 경영에 참여했다. 허 회장의 부인 구자영씨는 전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허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었는데 장녀 정윤씨는 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 아들 정대호씨와 혼인했다.


사돈인 정문원 전 회장의 동생 정도원 삼표회장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LS그룹과도 혼맥으로 연결된다. 정문원 전 회장은 두산그룹 故 박용오 전 회장과도 동서지간이다. 아들 준홍씨는 지난해 GS칼텍스 상무로 승진하면서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허정구 회장의 장녀 허영자씨는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과 혼인했다. 김희철 회장의 동생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동서지간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집안과도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김희철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는데 장남 김성식씨는 현재 벽산 대표이사로 있으며 차남 김찬식씨는 벽산 건설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다. 딸 김은식씨는 음악가(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정관계 혼맥의 중심


故허정구 회장의 차남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보성고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호남정유에 입사해 40년가까이 한길만을 달려온 허 회장은 ‘한국의 석유왕’이라는 애칭처럼 국내 석유화학부문의 최고권위를 자랑한다. 허 회장은 김선집 동양물산 전 회장의 장녀 김자경 여사와 혼인했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다.


장남 허세홍씨는 지난해 GS칼텍스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동건 전 부산방직 회장의 딸 이희정씨과 결혼했다. 차남 허자홍은 에이치플러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장녀인 허지영씨는 이병무 아세아시멘트 회장의 차남 이인범씨와 결혼했다. 허 회장의 차녀 허영숙씨는 소설가인 윤후명 전 한국문학원 원장과 혼인했다.


허 회장의 3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은 경기고와 고려대 상대를 거쳐 미국 스텐퍼드대 대학원을 마쳤다. 허광수 회장은 GS그룹의 혼맥 내에서도 막강한 혼맥을 자랑하고 있다. 허 회장은 故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딸인 김영자여사와 결혼했다.


손아랫동서가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다. 정 의원은 범 현대가 창업주 故 정주영 회장의 6남인 국내 대표적 거물 정치인이다. 또한 큰처형인 김영애씨는 모건스탠리 부사장을 지냈으며, 작은 처형 김영숙씨는 초대 해군 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지낸 故손원일 장군의 장남 손명원 전 쌍용차 사장과 결혼했다. 손 전 사장은 홍정욱 새누리당의원의 장인이다.


허광수 회장은 김영자여사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는데 모두 언론가문과 연을 맺었다. 장녀 허유정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 방준오 조선일보 이사 대우와 혼인하였으며, 장남 허서홍씨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장녀 홍정현씨와 결혼했다.


구씨와 함께한 58년 동업자 정신의 모범…“잡음 없이 청산”
진주 만석꾼에서 한국 재벌로 성장…허창수 회장의 리더쉽


허광수 회장은 한국 골프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허 회장은 삼양통상과 나이키의 합작사였던 한국나이키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아시아태평양 골프연맹 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대한골프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故 허만정 창업주의 2남 故 허학구 전LG전선 부회장은 최필선씨와 혼인. 1남 3녀를 낳았다. 허학구 부회장은 1970년 LG그룹 2세 경영자였던 구자경 회장이 취임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허학구 회장은 1968년 인쇄회로기판(PCB), 섬유강화플라스틱(FRP)등을 생산하는 정화금속을 설립했다.


장남인 故 허전수 새로닉스(구 정화금속)회장은 1971년 미국 센트럴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74년 정화금속 총무이사로 입사,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았으나 2010년 사망했다. 허전수 회장은 배진숙 여사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었으며 장남 허제홍씨가 새로닉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GS그룹의 핵심 故 허준구 회장


故 허만정 창업주의 아들은 8명이지만 실제 GS그룹의 핵심은 故허준구 회장이다. 故 허준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인 故 구철회씨의 장녀 구위숙 여사와 혼인했다. 슬하에는 5형제를 뒀다.


장남 허창수 회장은 GS그룹을 맡고 있다. 경남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허 회장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경영대학원을 마친 뒤 1977년 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했다. 1979년 럭키금성상사 해외기획실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홍콩지사, 도쿄지사 등 해외 근무를 오래했다. 그로 인해 허 회장은 영어와 일어가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럭희금성상사 전무로 승진한 직후인 1989년에는 LG화학 부사장을 지냈고 1992년부터는 LG산전 부사장을 맡았다. 1995년 구본무 회장이 3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아버지가 맡고 있던 LG전선 회장을 이어받았고 2002년부터 GS건설(옛 LG건설)을 지휘하며 분가를 단행했다.


허 회장은 故이철승 상공부 차관 딸인 이주영 여사와 결혼하여 슬하에 1남1녀를 두었다. 장남인 허윤홍씨는 미국 세인트루이스대를 나온 후 지난 2002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현재 허윤홍씨는 GS건설 상무로 본격적인 후계구도 승계를 열어가고 있다. 윤홍씨의 누나 허윤영씨는 김앤장 대표변호사인 김영무씨의 장남 김현주씨와 결혼하여 법조계와도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첫째 동생 허정수 GS네오텍(전 LG기공)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대 LG전자 상무로 일하다 1996년 LG기공으로 자리를 옮겨 독립했다. 허 회장은 GS네오텍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은 부인 한영숙 여사와의 사이에서 2남을 낳았다. 장남 허철홍씨는 (주)GS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허동수 부회장.


허창수 회장의 둘째동생인 3남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호남정유(현 GS칼텍스)에서 근무했다. 2000년대 LG전자 중국 지사 부사장을 거친 뒤 2001년부터 GS칼텍스 경영전략본부장·경영혁신본부장을 거친 후 현재 부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허 부회장은 부인 이영아씨와 2남을 두었으며 장남 허치홍씨는 GS글로벌에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준홍 GS칼텍스 상무, 허윤홍 GS건설 상무.


허명수 전 GS건설 대표이사는 지난 6월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평소 책임 경영을 강조한 허 대표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를 내려놓았다. 경복고와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LG전자 청소기 공장장, 영국 뉴캐슬 법인장 등을 거쳐 2002년 허창수 회장과 함께 GS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허 사장은 노재현 전 국방부장관의 딸 노경선여사와 결혼하여 2남을 뒀다.


허 회장의 막내 동생 허태수 GS샵 대표이사는 중앙고와 고려대 법대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MBA과정을 밝았다. 이후 콘티넨탈은행, 어빙은행 등 금융권 경력을 살려 88년 LG증권 국제조사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런던법인 상무보 등 2002년까지 LG증권에서 일하다 LG홈쇼핑 전략기획부문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2003년 말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승진,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허태수 사장의 부인 이지원 여사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장녀이다.


허태수 사장은 허명수 사장과 함께 재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프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 7월 허준구 회장이 세상을 뜨자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구씨들은 5일장 내내 자리를 지키며 사돈이자 동업자로 함께한 허 회장의 타계를 안타까워했다.


LG그룹 사돈이자 동업자


故 허만정 창업주의 5남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은 부산대 상대를 졸업하고 조선통운에 근무 중 사돈인 구인회 회장의 부름을 받고 락희화학의 서울 사무소에서 일을 맡았다. 허 명예회장은 사돈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자네 뒷조사는 다 했다. 그만하면 일 하겠더라”며 서울행 기차표를 쥐어주는 사돈의 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허 명예회장은 럭키 ‘하이타이’를 탄생시키는 혁혁한 공을 세운다. 허 명예회장은 금성사 사장, 럭키 사장, 그룹 부회장, 럭키석유화학 회장 등을 거치다 95년 구본무 회장 취임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허 명예회장은 윤봉식 여사와의 사이에서 2남 2녀를 뒀다. 장남 허경수씨는 코스모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허 회장은 LG전자에서 이사로 잠시일하다 87년 코스모산업 설립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코스모그룹은 코스모정밀화학, 코스모앤컴퍼니, 코스모앤홀딩스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차남 허연수씨는 지난해 말 GS리테일 사장에 선임됐다.


5남 허완구 승산회장은 미국 페이퍼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LG에서 잠깐 일을 했지만 1969년 ‘대왕육운’이라는 물류회사를 차려 일찌감치 독립했다. 대왕육운은 이후 구씨와 허씨의 고향 이름을 따 승산으로 개명했다. 허 회장은 한국올림픽위원회(KOC)상임위원, 부위원장과 민속씨름협회장 등 형제들처럼 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또한 허 회장은 아버지 허만정씨가 설립한 진주여고(일신여고)에 100억원을 쾌척해 96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허 회장은 시인 김광균씨의 딸 김영자와 결혼했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허용수씨는 GS에너지 부사장은 미국 조지타운대를 마치고 뉴욕 및 홍콩CS퍼스트 보스턴 투자증권에서 일하다 98~99년에는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창업주의 6남인 허승효 조명전문업체 알토 회장은 경남고와 경희대를 졸업하고 형님회사인 정화금속 이사와 승산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85년 알토를 이끌었다.


7남의 허승표 피풀웍스 회장은 기업인 보다는 축구인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보성고와 연세대 상대를 졸업하고 서울은행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1974년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로축구 3부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지난 2009년 대한축구협회장자리를 두고 조중현 회장과 힘겨루기를 했으나 낙선했다.


▲2013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허만정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허승조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서울고와 한양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1978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했다. 2002년 LG백화점, LG상사 할인점 등의 사장을 맡아오다 2003년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2008년 GS리테일 부회장에 올랐다. 태광산업 창업주 故이임룡의 장녀 이경훈 여사와의 사이에서 2녀를 두고 있다.


허진수 부회장 ‘투톱’


허 부회장의 장모인 이선애 태광산업 고문은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누나이며,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아들인 양원용 경희대 의대교수, 한태원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회장등과도 동서관계다. 막내 처남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내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의 딸 신유나씨와 결혼해 롯데가문과도 혼맥이 이어진다.


GS그룹은 재계에서 LG그룹보다 더 다양하고 두터운 혼맥을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총 망라된 인맥을 통해 혈연으로 또는 혼맥을 통해 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으며 다른 재벌가들에 비해 큰 사고와 잡음이 없었다. 그 이면에는 故 허만정 회장의 철저한 자식 교육과 인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GS그룹은 총수 일가의 3,4세 들의 파격적인 승진인사가 단연 눈에 돋보였다. 그 중에서도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의 그룹 대표이사 선임은 무엇보다 파격적이었다. 허 부회장의 인사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가 확정되면서 재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GS그룹의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는 와중에 ‘총수 일가 챙기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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