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책임은 SK케미칼… 애경은 판매만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 재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이 맺은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과 관련 추가 계약이 드러나 이목이 집중된다.


이 계약에 따르면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전적으로 SK케미칼이 책임지게 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2001년 5월 가습기 메이트 공급계약을 맺은 후 2002년 10월 제조물책임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가 맺은 계약에는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록 가습기 메이트가 애경 이름으로 판매됐지만, 애경은 판매만 담당했고 원료물질 생산과 제품 제조 모두 SK케미칼이 맡았다. 가습기 메이트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계약서대로라면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SK케미칼이 져야 한다. 애경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게 될 경우, 애경측은 SK케미칼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제조물, 제조?설계?표시상의 결함, 제조업자 등 용어의 정의를 비롯해 제조물에 대한 책임과 연대책임, 면책사유, 소멸시효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추가 계약을 맺으면서 “가습기메이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제3자가 애경산업에 소송을 제기했을 때, SK케미칼이 애경산업을 적극 방어하고, SK케미칼이 애경산업을 방어함에 애경산업이 협조한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애경은 가습기 메이트에 의한 피해의 책임 대상은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만약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에 의해 손해배상을 하게 될 경우 SK케미칼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검찰도 SK케미칼과 애경 사이 제조물책임 계약을 면밀히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관련자를 소환하며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안전성?책임 문제 관련 문건을 은폐하지 않았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기업인 SK케미칼을 믿고 제조물책임 계약을 맺고 판매했던 부분이다”라며 “판매처로서 책임은 지겠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원인 제공자처럼 비춰지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초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문제가 된 가습기 메이트는 1994년 처음 선보인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다. SK케미칼(당시 유공)은 1993년 생활용품업체인 동산C&C를 인수해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가 첨가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해 왔다.


외환위기로 동산C&C가 부도나면서 2001년부터는 애경과 계약을 맺고 판권을 넘겼다. 애경은 SK케미칼의 기존 상품 그대로 받은 것이라 완제품 형태로 납품받고, 제품 로고에는 판권을 가진 애경 라벨을 붙여 판매했다. 이마트도 똑같은 제품을 애경에서 받아 라벨만 바꿔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의 경우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당시 옥시싹싹과 달리 원료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을 피했다.


하지만 이후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인 CMIT?MIT의 유해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축적됐고, 환경부 또한 입장을 바꿔 해당 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됐다며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SK케미칼과 애경의 본사와 공장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 재개를 알렸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련자를 구속 및 불구속 기소했다.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의 형사상 책임이 확인될 경우, 이어지는 민사소송에서 SK케미칼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된다.


아울러 SK케미칼이 계약 당시 가습기 살균제 관련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유통사인 애경에 제대로 제공했는지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경은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 당시 SK케미칼로부터 제품을 받아 판매하기 시작한 2002년에는 MSDS를 받지 못했고 그 이후에 받았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화학물질 및 화학물질을 함유한 제제를 양도하거나 제공하는 자는 이를 양도받거나 제공받는 자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해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은 2002년부터 MSDS를 제공했다고 반박한 상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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