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작년 회계 제도 변경 여파로 국내 4대 금융지주에서 1조2000억원의 자본이 증발했다. 변경된 회계 기준으로 자본 축소가 생길 수 있지만 반대급부도 발생하는 만큼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결과는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자본 건전성 악화 문제가 떠오르는 가운데 회계 변경이라는 장애물까지 등장하면서 금융지주들은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개 금융지주들이 작년부터 본격 시행된 새 회계기준(IFRS9)을 처음 반영해 재무제표를 조정하면서 감소한 자본은 총 1조2670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정도 차이만 있을 뿐 IFRS9으로 모든 곳에서 자본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신한금융으로 IFRS9으로만 약 5320억원의 자본이 감소했다. 그 다음으로는 KB금융이 4212억원, 우리금융이 2114억원의 자본이 줄었으며 하나금융은 감소 자본 994억원으로 가장 적은 폭을 기록했다.


IFRS9 시행으로 금융사들에 재무적 부담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IFRS9은 미래 손실을 미리 추산해 대비하라는 내용이 골자인데 그렇게 하려면 막대한 충당금을 새로 축적해야해서다. 이렇게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다 보면 금융사 수익성에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아울러 IFRS9 실시에 따른 자본 축소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지점이다. 실시 전까지 지분증권과 일부 채무증권 항목은 재무제표 상 자본에 속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포함됐으나 IFRS9에서는 그 공정가치 변동액이 손익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기타포괄손익은 소유주와의 자본 거래 제외 후 기업이 모든 거래나 사건에서 인식한 자본 변동액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이유는 IFRS9 적용 시 이익잉여금이 상당히 많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기존 회계제도에서는 유가증권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이 수익으로 분류됐는데 IFRS9은 이를 자본으로 인식해 이익잉여금에 직접 반영한다.


금융지주들의 자본이 예상보다 많이 줄어든 이유로 이 같은 이익잉여금 확대가 나타나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회계 변경으로 가장 많은 자본 손실을 본 신한금융은 IFRS9 적용으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2770억원 감소하며 이익잉여금도 동시에 2519억원 줄었다. KB금융 역시 IFRS9 영향으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3495억원 줄어들면서 이익잉여금도 717억원 감소해 총 4000억원 이상의 자본 축소가 일어났다.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IFRS9으로 이익잉여금이 각각 2604억원, 1771억원씩 늘어 자본 감소폭을 줄였다.


이 같은 효과가 겹치면서 금융지주들의 자본 건전성도 나빠지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조사 대상 금융지주들의 작년 말 평균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15.1%로 3개월 전 15.3%였던 데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IFRS9에 자본 영향을 크게 받은 곳들을 중심으로 BIS 비율 악화 현상이 심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이 15.3%에서 14.9%로 0.4%포인트, KB금융이 14.9%에서 14.6%로 0.3%포인트 BIS 비율 하락을 맞았다. 반면 하나금융은 14.9%, 우리금융은 15.9%를 유지하며 BIS 비율 변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IFRS9에 대한 금융지주들의 반응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IFRS9은 사실상 예고된 태풍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월에 시행한다고 미리 예고했던 데다 은행은 물론 보험, 카드, 캐피탈 등 모든 종류의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금융권 전반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미리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다.


대형 금융지주들의 자본력을 고려했을 때 회계 변경으로 당장 위기가 닥치진 않겠으나 IFRS9이 금융사 기반 자체를 건드리는 장기 방안인 만큼 긴장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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