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자기소개서에 “가족 중 한국해양대 출신 많다”
지원자 평균학점(3.61)보다 훨씬 낮은 3.08로 합격…자소서 분량도 미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속초·고성·양양)은 15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장남의 한국선급 입사과정에서 특혜채용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양수 의원은 “문 후보자의 장남은 한국선급 2015년 하반기 공채 검사기술직(선체) 직무에 지원해 합격한 뒤 현재까지 재직 중”이라며 “한국 선급은 대한민국 유일의 국제 선박 검사 기관으로 해양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꿈의 직장’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문 후보자의 아들이 2015년 하반기 공채에 지원할 당시 한국선급 검사기술직(선체)에 지원한 전체 지원자의 학점 평균은 3.61(4.5 만점 기준, B+ 이상)이다”며 “문 후보자 장남의 학점은 평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3.08로 지원자 146명 중 139등의 학점에도 불구하고, 서류전형 합격자 25명 중에 이름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선급은 당시 채용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1000자 이내’ 라는 분량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항목 당 363.4자만 쓰고 합격한 지원자가 있었는데 그 주인공이 문 후보자의 장남”이라며 “문 후보자의 장남은 ‘지원동기’(325자) ‘성장과정 및 성격’(574자) ‘학내외활동사항’(372자) ‘성격의 장단점’(304자) ‘입사 후 포부’(242자) 등 5개 문항 중 단 하나도 분량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절반을 넘긴 것도 단 하나의 문항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한국선급은 경력직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 평가에 30점을 배점했다. 그리고 문 후보자 장남은 분량을 채우지 못한 자기소개서로 만점(30점)을 받았다”며 “같은 직렬 경력직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평균 점수인 19.4점보다 훨씬 높은 점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기업에서는 글자 수를 채우지 못하면 서류전형에서 탈락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수많은 젊은이들은 힘겹게 쏟아내듯 적은 자소서를 분량에 맞춰 늘리고 줄인다”며 “문 후보자의 아들만은 예외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문 후보자 아들의 자기소개서 중엔 ‘아버지의 장기출장으로 가족이 1년간 영국에 살았고’ ‘가족 중에 한국해양대 출신이 많은 덕에’ ‘국제적 활동이 많으신 아버지를 보며 영어의 중요성을 느꼈고’와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선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기소개서 검토 과정에서 블라인드처리를 했다는 변명으로 일괄했다”며 “말로만 블라인드 채용이었지 문 후보자 장남의 자기소개서 내용에는 ‘해양대 출신’이고, ‘해양대 가족’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한국해양대 출신이 설립했고, 지금도 직원과 임원 중 상당수가 한국해양대 출신인 한국선급 평가자에게도 과연 블라인드가 됐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부분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기업은 지원서 등에 본인의 출신지역, 가족관계, 출신학교 등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며 “이러한 내용을 기재했을 경우 불이익의 조치를 주는 기업도 많다”고 주장했다.


또 “문 후보자의 장인은 1989년 한국해양대 총장직무 대리를 역임했고, 문 후보자의 동서는 현직 한국해양대 교수이기도 하다”면서 “한국을 대표할만한 ‘해양 전문가 가족’이라고 할만하다. 해양대학교 출신이 많은 한국선급 채용 자소서에 ‘가족 중 한국해양대 출신이 많다’고 적은 건 ‘내가 누구 아들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이 의원은 “이 자기소개서를 읽는 순간 블라인드 채용의 가림막이 사라진 셈”이라며 “임원 면접위원 3명 중 1명, 영어 면접위원 2명 중 1명이 해양대 출신이었는데, ‘해양대 가족’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만점짜리 자기소개서가 면접에도 영향을 줬을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장남의 한국선급 채용과정은 미심쩍은 점이 투성이다. 보통의 ‘취준생’이었다면 하나만 걸렸어도 탈락했을 일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정성들여 자소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러한 처사는 취준생들이 들였던 지금까지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요즘 같은 취업 대란에서 문 후보자의 장남은 예외였다. 청문회까지 남은 기간 이 점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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