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7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던 건강보험 재정이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 20조원이 넘는 누적적립금이 많아 곳간은 넉넉한 편이지만, 이 돈은 7년 후인 2026년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강력한 재정절감 대책이 요구된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건강보험 재정은 1778억원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수입은 62조1159억원(건강보험료 수입 53조6415억원+정부지원금 7조802억원+기타수입 1조3942억원)이었지만, 지출은 62조2천937억원(요양급여비 60조5896억원+기타지출 1조741억원)으로 수입 보다 더 많았다.


지난해 수입은 보험료 수입과 정부지원이 각각 7.3%, 4.4%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4조1169억원 증가했다. 이와 함께 요양급여비(9.1%) 증가 등으로 지출도 5조24억원 늘었다.


이번 건보 재정의 적자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조를 강조하면서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고령화 등으로 건보 부담이 늘어난 데다가 지난해 7월부터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비급여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를 본격 시행하면서 지출이 커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해 정부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의 경우 5월 안면, 10월 복부·흉부 순으로, 초음파는 지난달 하복부·비뇨기를 시작으로 하반기 전립선·자궁 등으로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앞서 정부는 2022년까지 건보 보장률 70%를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 누적 적립금 20조원을 활용하고 2017년 기준 6조9000억원 규모인 건강보험 국고 지원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조원 넘는 누적적립금, 7년 후에 고갈된다


건보 재정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서기 전 2017년까지 7년 동안 당기 흑자를 보였다.


2011년 6008억원이었던 당기 흑자는 2012년 3조157억원, 2013년 3조6446억원, 2014년 4조5869억원, 2015년 4조1728억원, 2016년 3조856억원, 2017년 7077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수지도 2011년 1조5600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이후 2012년 4조5천757억원, 2013년 8조2203억원으로 늘더니 2014년에는 12조872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누적적립금은 계속 늘어나 2016년 20조 원대로 올라섰고, 2017년에는 20조7733억원으로 21조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2018년 누적적립금은 20조5955억원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건보 재정 누적적립금은 7년 후인 2026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진 시기를 늦추기 위해선 강력한 재정절감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추계&세제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건보 재정수지가 당기 적자로 전환된 상황에서 2026년에는 누적적립금도 적자로 돌아서 1조5000억원이 모자랄 전망이다.


2027년에는 누적적립금의 적자 규모가 더 커져 6조5000억원에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추계는 정부가 발표한대로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이 2022년까지 매년 3.49% 늘어나고, 2023년부터는 매년 3.2% 인상된다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건강보험료율은 2026년 이후 8% 상한 규정이 적용돼 이후에는 8%를 유지한다. 이에 따른 2027년 기준 건보 수입은 122조7000억원, 지출은 127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부가 문재인 케어와 함께 재정절감 대책을 추진하면 예상된 건보 재정 소진 시기를 2026년에서 더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도 ‘건보 급여비의 1% 절감’을 목표로, 경증환자 의료이용 억제 등 비효율적인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재정절감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2027년을 기준으로 기존의 지출 예상금액은 127조6000억원이지만, 재정절감 대책이 적용될 경우 126조4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정절감 대책이 문제없이 진행되면 건보 지출은 1조2000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