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봉주 인턴기자]금융감독원의 직원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 추천을 피하던 금융위원회가 이제는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지명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에서 통신기록 조회나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민간인 신분인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으로 지명되면 특정 행정분야에 한해 고발권과 수사권을 가진 행정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사법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단속 과정에서 직접 수사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노래방을 단속하는 특별사법경찰 공무원은 불법 영업주를 발견했을 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 주요 범죄 행위에 사범경찰권을 행사하는 첫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감원 몇몇 직원을 특사경으로 추천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올해 내로 금감원 직원의 특사경 직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게자는 “지난해부터 금감원과 검찰이 특사경 추천을 요구하기 시작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현행법 틀 안에서 특사경 운영을 확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금감원과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사경은 통상 소속 기관장의 제청과 관할 지검장 지명으로 임명된다.


금융위원장 추천과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서울남부지검장)의 지명이 있으면 금감원 직원은 특사경 직무를 이행할 수 있다.


금감원 직원은 지난 2015년부터 8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관법) 개정으로 특사경 추천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지난 4년간 추천 사례는 없었다.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으로 지명되면 사법경찰권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위가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특사경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대부분 공무원이다. 교도관·근로감독관·국정원직원·산림청·식품의약품안전처·환경부직원 등이 주로 특사경 직무를 하고 있다.


민간인인 원양어선 선장과 선원, 항공기 기장과 승무원은 선박과 항공기 안에서만 예외적으로 특사경 직무를 수행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이 소속 임직원을 특사경으로 지정하는 것은 노상 방뇨, 음주 소란, 쓰레기 투기 등 1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과료 대상 경범죄로만 제한돼 있다.


만약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으로 지정되면 1년 이상 유기징역 등의 중형이 선고되는 자본시장법상 범죄와 관련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금융위가 특사경을 반대한 또 다른 이유는 특사경으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행정 제재를 결정하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보통 금감원이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해 증선위에 보내면 증선위는 검찰 이첩(고발, 통보)을 결정한 뒤 검찰이 수사에 나선다. 특사경이 수사는 경우에는 증선위 없이 검찰이 사건 초기부터 개입하게 된다.


금감원은 더욱 다양화·첨단화되는 범죄에 주가조작 등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문답 조사 등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며 특사경 추천을 요구해 왔다.


금감원은 특사경 지명으로 통신사실 조회, 압수수색, 출국금지, 신문 등의 강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중요 사건 초기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자본시장법상 범죄는 수사기관이 사건 초기 바로 수사에 돌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감원이 특사경 직무를 이행하길 바라는 상황이다.


검찰·금감원이 적극적으로 특사경 추천을 요구하는 데다가 정치권 압력까지 더해져 금융위의 입장도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3월 금감원 직원에 대한 특사경 추천권자를 ‘금융위원장’에서 ‘금융위원장 또는 금감원장’으로 변경하는 사법경찰관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으로부터 발의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에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금융위가 2015년 8월 국회가 만든 법 취지를 완전히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금융위가 금감원과 소모적인 권한쟁의를 하고 있다”며 추천권자로 아예 금감원장만 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일단 개정안 심사는 보류하고 실질적인 특사경 운영 방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사법경찰관법 개정보다는 현행법 유지를 선호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만간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추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감원은 전월 직원 3명을 특사경 대상자로 발령내고 특사경 직무 투입에 준비해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특사경을 추천하면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면서 “우선 3명을 인사발령 냈지만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려면 연내 10명 안팎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특사경 추천 뿐 아니라 디지털포렌식 장비 도입과 현장조사권도 금융위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디지털포렌식 장비는 PC나 노트북, 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 상에 남아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으로, 휴대전화 등의 디지털기기에 저장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미공개정보 이용 범죄 등에서 휴대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범죄가 늘고 있지만 임의조사로는 범죄 행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은 현재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소유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없다.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의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또 금감원이 요구한 현장조사권은 사업장에서 장부나 서류 등 혐의 증거를 빠르게 수집할 수 있는 권한(영치권)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금감원도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권한이 있었지만 현재는 금융위 소속 공무원만의 권한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간인이 혐의를 좀 느꼈다고 현장에 나가 강제수사를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면서도 “현장조사권과 디지털포렌식 장비 도입 등도 특사경과 함께 검토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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