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는 ‘자유·다양성’ 존중…정책은 ‘검열·통제’…‘언행불일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국가주의’. 국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또는 국가권력이 경제나 사회정책을 통제한다는 사상이나 정책을 말한다. 최근 제1야당에서는 문재인 정권을 이 국가주의에 빗대고 있다. 문재인 정권 유전자에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는 게 청와대 주장인데, 국민생활 구석구석을 권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본능 즉, 국가주의적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게 제1야당의 지적이다.


야당이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국가주의라 비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정보 등 해외 유해 사이트를 보다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https 차단’ ▶방송에서 외모나 성역할 등을 불평등하게 표현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배포 ▶가계 동향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개인정보 공개 동의를 받지 않고도 소득·지출 등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실명법 개정’ 등 최근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 취지가 선한 의지를 담고 있다하더라도 국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또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헌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면 이를 거둬들이거나 최소한 국민 여론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권력의 힘으로 이를 밀어붙이려다 보니 국민저항은 물론 야당으로부터 국가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국민생활 구석구석을 권력으로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문재인 정권의 ‘국가주의적 행태’에 대해 짚어봤다.


불법사이트 접속 차단 강화 ‘https 차단’


국가의 인터넷 통제권 강화…‘위헌’ 논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복막염 판정을 받고 투병중인 이용마 MBC 기자를 병문안했다. 이어 18일에는 태한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등 유족을 면담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해, 또 환자의 안부를 묻고 격려하기 위한 면담과 병문안이었을 것이다.


다만, ‘정치인의 언행 하나하나가, 행동 하나하나가 고도의 계산에 의해 나오는 것’이란 시각이 팽배한 여의도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층 소통 강화에 나선 것으로 인식됐다.


아울러 지지층 결집을 위한 목적은 아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율 상승세를 타던 제1야당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국회와 정치권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거나 북한군이 남파됐다는 주장을 하며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은 우리 민주화의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로, 국회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자기부정이기도 하다”며 한국당을 겨냥해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기 다른 생각에 대한 폭넓은 표현의 자유와 관용을 보장한다”면서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관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침해하는 주장과 행동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렀고 지금도 아픔이 가시지 않은 민주화운동을 대상으로 오직 색깔론과 지역주의로 편을 가르고 혐오를 불러일으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단호하게 거부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은 권력이나 돈, 폭력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법치국가다.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 및 의무를 규정한 최고법인 헌법 제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대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헌법을 부정해선 안 될 일이며,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침해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기 다른 생각에 대한 폭넓은 표현의 자유와 관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법사이트 집중 차단하겠다’는 방통위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불일치’를 연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언급과는 달리 문재인 정권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국민 개개인의 다양성을 해치는, 거기다 위헌 요소까지 제기되는 즉, 국민생활 구석구석을 권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국가주의적 행태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본능, 즉 국민생활 구석구석을 권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라며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정하고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을 옥죄겠다고 덤비고, 그것뿐이냐. ▶학교에 커지자판기를 설치하지 마라 ▶유튜브 먹방은 이 정도만 해라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르고 ▶시누이와 처남을 00씨라 부르라 등 이제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부르고 하는 것까지 국가의 표준을 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이번 https 차단도 그 국가주의의 작은 일부분”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2일 불법 음란물이나 도박사이트 등 895개의 해외 불법사이트에 접속할 시 화면이 블랙아웃 상태가 되도록 조치했다. 불법사이트에 대해선 아예 접속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그동안 불법 유해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DNS(Domain Name System)’를 이용했는데, 불법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Warning’ 경고창이 뜨도록 했다.


하지만 인터넷 주소(URL) 앞자리를 ‘http’ 대신 보안이 한층 강화된 ‘https’로 변경하면 우회접속이 가능했다.


이에 방통위는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차단 방식을 도입해 불법사이트 접속 차단을 강화한 것이다.


SNI 필드차단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삼성SDS·KINX·세종텔레콤·드림라인 등)가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데이터 내용인 ‘패킷’을 열어 불법사이트 도메인 접속 여부를 파악한 뒤 이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방통위는 SNI 필드차단에 대해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인 SNI 필드에서 차단 대상 서버를 확인하여 차단하는 방식”이라며 “아동 포르노물·불법촬영물·불법도박 등 불법사이트를 집중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 모습.

감시·감청 우려…文 정부, 국민 자유권 포괄적 규제?


하지만 방통위의 https 차단 조치는 감시·감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청원에는 “https를 차단하는 것은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https가 생긴 이유는 아시다시피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보안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정부 정책에 대해 자유로운 비판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https를 차단하기 시작할 경우에 지도자나 정부에 따라서 자기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


이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하듯이 불법사이트가 아님에도 정부의 주관적인 판단 하에 불법사이트로 지정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는 것 아닐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https 차단 정책에도)인터넷 검열을 피하기 위한 우회 방법은 계속 생겨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20만명의 동의를 얻어 ‘한 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시켰다.


정부는 https 차단 정책이 감시·감청이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나, 국가의 인터넷 통제권이 강화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주권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국민의 자유권을 행정기관이 포괄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8조에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여가부 성평등 안내서…‘외모 검열’ 논란


국민 지갑까지 엿보나?‥금융실명법 개정


하태경 “여가부 장관은 여자 전두환?…두발·미니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르나”


문재인 정권이 국민의 인터넷 자유권을 과도하게 규제하려 한다는 저항에 직면한데 이어 여성가족부가 최근 성평등 방송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제작·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도 질책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13일 각 방송국 및 프로그램 제작사에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배포했는데, 성차별적 언어 사용 자제는 물론 과도한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점검표를 제시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여가부의 설명이다.


다만, 여가부가 배포한 안내서에는 음악방송을 사례로 들어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획일성은 심각하다”면서 “대부분의 아이돌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와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가부의 이 같은 권고사항은 국가가 외모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는 등 ‘민주주의 청산’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 장관은 여자 전두환입니까”라며 “음악방송에 마른 몸매, 하얀 피부, 예쁜 아이돌 동시 출연은 안 된다는데,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단속, 미니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른가”라고 일침을 날렸다.


하 최고위원은 “왜 외모에 대해 여가부 기준으로 단속하느냐, 외모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느냐. 닮았든 안 닮았든 그건 정부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고 국민들의 주관적 취향의 문제”라며 “진선미 장관은 여가부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웅변대회 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검열, 여가부는 외모 검열. 적폐청산이 모자라 민주주의까지 청산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은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부르는 일부 한국당 의원들과 뭐가 다른가, 반독재투쟁 깃발을 다시 들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VS 통계 정확도


정부가 가계 동향조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 역시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위험성보다 정확한 통계 조사를 우선시하는 국가주의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지난 18일자 <중앙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통계청이 가계 동향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통계 조사 대상자로부터 개인정보 공개 동의를 받지 않고 소득과 지출 등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는 개인의 동의 없이 금융정보를 수집해 통계조사에 활용한 이후 당사자에게 사후 고지한다는 것이다.


현행 실정법(금융실명법)은 탈세 등 범죄 혐의를 받는 개인에 대해 법원과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이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개인의 금융정보를 수집하려면 사전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의 동의 없이 금융정보를 수집해 통계조사에 활용한 이후 당사자에게 사후 고지하기 위해선 실정법 개정이 필수다.


통계청은 개인정보 동의율이 10%도 안 되고, 특히 고소득층이 통계조사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금융실명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실명법을 개정한다 해도 공익 목적의 금융정보 활용인데다가 임의로 추출한 개인 정보를 익명처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정보 관리 권한을 갖는 금융위원회는 개인에게 미치는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통계청은 다른 부처와 전문가 의견을 모으는 등 법 개정을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언제부터 통계 정확성에 목맸다고…국민 지갑 속까지 샅샅이 뒤져보려는 것”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우려보다 정확한 통계 조사를 우선시하는 정부의 태도를 두고, 야당은 ‘통계청을 앞세워 국민 지갑 속까지 엿보려는 문재인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자 논평에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초법적 발상으로, 이제는 정부 멋대로 국민 지갑 속까지 샅샅이 뒤져보려 하고 있는 것”이라며 “취지가 더욱 가관이다. 가계 동향조사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하는데, 소가 웃을 일”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정권 입맛에 맞는 통계가 안 나오면 조작이라도 서슴지 않던 정부인데, 언제부터 그리도 통계의 정확성에 목을 맸다고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면서 “더욱이 정부는 최근 불법 음란물을 차단하겠다며 개인사이트의 보안을 무력화시키려 했다가 온 국민으로부터 개인 검열에 대한 우려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개인 검열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까지. 국민의 무엇이 그리도 낱낱이 알고 싶은 것인지 궁금하다”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대한민국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정보 등 해외 불법사이트를 보다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https 차단’ ▶성평등 미디어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배포 ▶가계 동향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금융실명법 개정’ 추진 등이 공익을 목적으로 한 선한 취지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면 위헌적 요소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침해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기 다른 생각에 대한 폭넓은 표현의 자유와 관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국민생활 구석구석을 권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국가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생활 구석구석을 권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국가주의적 행태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일 수 있다.


이는 결국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소대로 오직 색깔론과 지역주의로 편을 가르고 혐오를 불러일으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생활 구석구석을 권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국가주의적 행태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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