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40년이 다돼가도록 2차 피해에 시달려...이게 표현의 자유?
유럽, 나치찬양·홀로코스트 부인시 초강경대응...최대 징역 20년까지 부과
학계에서 높아지는 강경대응 목소리

지만원씨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 여부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폄훼하는 발언들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일각의 극단적 주장에 대해 홀로코스트 등 나치 범죄 부인행위를 처벌하는 유럽 국가들처럼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민주화 운동으로 변질됐다”고 말한 데 이어 같은 당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하며 큰 파장을 빚었다.


또한 이 의원과 위 행사를 공동주최한 김진태 의원은 발제자로 극우 논객 지만원 씨를 초청해 연단에 세웠다. 지 씨는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최초로 ‘공식’ 대외 주장한 극우 인사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과 같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유족과 당사자들은 지속적인 2차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2013년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과 <채널A>는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방송을 내보내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또한 신군부 사령관이던 전두환은 <신동아>와의 2016년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이야기 자체를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SBS>의 보도에 따르면 전 씨는 1980년 6월 4일 주한 미 상공회의소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광주에 대한 질문에 “22명의 신원미상 시신이 발견됐는데 모두 북한 침투요원으로 보고 있다”며 “5·18의 책임은 김대중에게 있으며 그를 기소해서 이걸 입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투입설은 당시 신군부가 진상 왜곡을 위해 안기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유포시킨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시작은 당시 사령관이었던 전 씨로, 단 한 번도 사실로 확인된 적 없이 무고한 5·18 희생자 유족과 당사자들의 아픔을 더해왔다.


하지만 이런 국내와 달리 유럽 국가들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거나 나치 범죄를 옹호하는 행위·발언에 강경대응을 보인다.


홀로코스트는 과거 극단적인 파쇼사상과 민족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태인 대학살’을 말한다. 독일은 2차 대전 패배 후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며 막대한 전쟁배상금과 함께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인 사상을 경계해왔다.


먼저 독일 형법은 ‘국가사회주의 지배하에서 저질러진 집단학살을 찬양·부인·경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프랑스는 ‘반인륜범죄의 존재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1년의 구금형과 4만5천 유로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나치금지법을 통해 ‘나치조직 설립·부활을 기도한 자는 10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반인륜범죄 등을 인쇄물·방송 등에서 배포한 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도 5·18 등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하자는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우려 아닌 우려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11일 “몇몇 극우논객이 5·18을 비하하더라도 정치인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별도의 법적 규제가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문제는 5·18 유가족에게 또다시 고통을 준다는 점, 호남이라는 특정 지역민에 대한 차별·혐오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독일처럼 형법에 처벌조항을 신설하기보다는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기존 5·18특별법에 처벌조항을 삽입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민주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 등에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왜곡·날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벌칙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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