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이어 남양유업에까지 손을 뻗으면서, 재계에서는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정부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국민연금의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은 81곳, 5% 이상은 297곳에 달한다.


앞서 지난달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국민연금 보유 지분이 5% 이상이거나, 운용자산 중 비중 1% 이상인 투자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이 가운데서 ▲횡령·배임·부당지원행위(일감몰아주기)·경영진 사익편취 등 법령 위반 우려 ▲과도한 임원 보수 ▲낮은 배당성향 ▲5년 내 2회 이상 반대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이 없는 기업을 추려 중점 관리기업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할 기업을 정하는 데 있어서 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23일 “대기업 주주의 중대 탈법이나 위법행위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결국 국민연금에게 ‘지침’을 정해준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손을 뻗은 기업들을 살펴보면 한진그룹과 남양유업으로 두 곳 모두 갑질로 인해서 사회적인 물의를 빚으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던 기업들이다.


때문에 재계는 이 발언에 대해서 “정부가 길들이고 싶은 기업을 국민연금을 통해서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기업으로 거론되는 업체들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우선 과소배당 등의 문제를 지적받아온 현대그린푸드 등은 지난 8일 2018년 회계연도 배당금을 주당 210원으로 확정했다. 전년도 배당금액이 80원이었던 것에 반해서 대폭 증가한 셈이다.


또한 오너리스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양식품 역시 배당금을 기존 250원에서 400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물론 한진그룹과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안을 그냥 넘기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의 행보가 곧 정부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기업 관계자는 “청와대가 말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주주권 행사’가 진심이라면, 기업 가치가 낮아질 경우 자금을 빼 다른 우량 투자처에 투자하면 된다”면서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할 의무도, 권한도, 능력도 갖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경영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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