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황교안·홍준표 ‘빅3’ 등판…‘무대를 잡는 자, 당권을 잡는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 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북미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 자유한국당 핵포럼 제9차 세미나에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상수 의원, 황교안 전 총리.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투기 의혹’ 이른바 ‘손혜원 게이트’로 정국이 몸살을 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 주였다. ‘문화유산 지킴이’를 자처하는 손헤원 의원이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거세게 반발할수록 그 반대급부로 국립중앙박물관 압력 행사 의혹 및 부친 유공자 선정 의혹 등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면서 그야말로 ‘의혹의 화수분’으로 등극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손혜원 게이트’가 블랙홀처럼 정국의 이슈를 빨아들이는 가운데서도 제1야당 전당대회 뉴스도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당초 오세훈·황교안 양강구도로 진행될 것처럼 보였던 자유한국당 당권경쟁에 변수로 지목되던 홍준표 전 대표가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전당대회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보수우파진영 대선주자급 ‘빅3’가 전당대회에 모두 출마한다면 대선 경선을 방불케 하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선주자 빅3 외에도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조경태·김진태 의원 등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거나 출마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여기에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당 2·27 전당대회는 상당한 흥행몰이가 예상된다.


다만, 김무성 의원의 경우 출마 보다는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하는 당권주자들의 난립 상황이 이어지고 김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고수한다면, 김 의원의 의중에 따라 전당대회 판세가 좌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초반부터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제1야당 전당대회에 대해 살펴봤다.


풍부한 후보군…예측하기 어려운 진검승부


김병준 호소…‘내 갈길 간다’는 대선주자들


‘이해찬이냐, 아니냐’로 귀결됐던 지난해 8월 집권여당 전당대회와는 다르다. 뻔한 승패가 예상됐던 그래서 다소 밋밋했던 것과는 다르게 누가 전투의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제1야당 전당대회가 그렇다.


일정한 시간 간격마다 링에 추가로 한명씩 올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는 미국의 프로레슬링단체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의 ‘로얄럼블’을 연상케 할 만큼, 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이 한명 한명씩 링에 오르고 있다.


첫 번째로 링에 입장한 선수는 안상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대권후보들이 당권을 잡는 것은 내년 총선을 망치는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이어 태극기 부대의 열성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진태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1500여명 가량의 지지자들과 함께 “문재인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며 출마를 공식화 했다.


보수우파진영 유력 대선주자에서 잠시 당권주자로 전환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지지층이 겹친다는 지적을 의식했는지 “당 대표 선거에 나가 반드시 완주할 것”이라며 “황교안은 황교안이고 김진태는 김진태다. 홍준표 전 대표도, 김무성 전 대표도 다 나와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상수·김진태 의원 외에 당내 현역의원들 가운데서는 심재철·정우택·주호영·조경태 의원 등이 출마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변수의 등장 ‘오세훈 VS 황교안’→‘오세훈 VS 황교안 VS 홍준표’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또는 던질 당내 의원들만 해도 풍부한 후보군을 자랑하지만 대선주자급 인사들까지 당권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어 중량감을 더하고 있다.


전당대회 초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건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기습 입당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를 건너뛰고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지난 15일 “한국당이 국민에게 더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보태겠다”며 한국당에 공식입당 했다.


2·27 전당대회를 40여일 앞두고 한국당에 입당함에 따라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는 기정사실로 읽혀지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먼저 복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양강구도를 구축할 것으로 관측되어 졌다.


대선주자급인 ‘오세훈 VS 황교안’ 두 사람의 대결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는데, 또 한명의 대선주자급 인사가 출마에 무게를 싣고 있어 흥미진진한 판세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가 오는 30일 자신의 저서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를 통해 출마를 공식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의 변과 선거대책본부장 및 대변인 인선 등 캠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지난주 한국당 대구시당 수성갑당협위원장을 맡았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대구 수성구을 지역 국회의원인 주호영 의원을 만나 대구·경북 후보 단일화를 논의 했다고 한다.


아울러 지난 22일 밤에도 서울 모처에서 김문수 전 지사와 김무성 의원, 이재오 전 의원 등과 회동을 갖고 후보 단일화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내 현역의원들은 물론 대선으로 직행할 것으로 점쳐졌던 대선주자급 인사들까지 당권경쟁이란 전투에 가세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한국당 전당대회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관람하기 위해 지난 14일 서울 중구의 한 극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울림 없는 메아리’에 그친 불출마 촉구


물론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당권경쟁에 뛰어드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황교안·오세훈·홍준표 등 잠재적 대선주자들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했다.


황 전 총리를 겨냥해선 ‘친박 프레임과 탄핵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당에 대한 기여가 낮다’고 했고, 오 전 시장에 대해선 ‘당의 어려움을 방관하며 당에 대한 어떤 기여도 해오지 않은 분’, 홍 전 대표는 ‘관리를 잘못한 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분들이 (전당대회에)출마하는 대신에 당내의 통합에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를 가졌으면 한다”며 “2020년 선거에서 험지 출마를 함으로써 당에 대한 기여를 하고, 당이 보다 새롭게 되는데 앞장서줬으면 한다”고 했다.


김병준 위원장의 이러한 불출마 촉구에 황 전 총리는 ‘저의 길을 가겠다’, 오 전 시장은 ‘출마는 당원들의 판단을 받아야 할 문제’라고 했고, 홍 전 대표도 전당대회 출마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의 불출마 호소에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단박에 선을 그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권력욕의 상징’하면 정치인이다. 그 정치인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은 선거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당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21대 총선 공천권이 달린 선거다.


그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복당을 하고 입당을 했다. 또 지방선거 대참패 책임자라는 비난을 무릎서고라도 출마하려 한다.


이미 전당대회라는 전투에서 어느 정도의 출혈을 각오하고 링 위에 오른 선수들에게 불출마 촉구는 그저 울림 없는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 앞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전대 뛰어든 대선주자들의 ‘속내’


대선 경선 방불케 하는 전당대회


권력누수→총선 승리→정권교체 주인공?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오세훈·황교안·홍준표 대선주자급 3인이 대선으로 직행하지 않고 자칫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당권경쟁에 뛰어든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연말부터 김태우·신재민 등 공익제보자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는 어떤가. 집권당 중진의원이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상충된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고, ‘친문 순혈주의’를 지적하는 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어 영부인의 50년 지기 절친 국회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사법개혁 추동력을 약화시키는 재판 청탁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용악화와 소득양극화 심화를 불러온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쯤 되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권력누수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대한민국 ‘소통령’이라 불리는 자리에 있었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국무총리 나아가 대통령 권한대행 지위까지 누렸으며, 검사에 4선 국회의원, 집권당 당 대표, 경남도정 운영 거기다 대선후보까지 경험했던 이들이 오세훈·황교안·홍준표다.


이들은 그동안의 경험과 본능적 감각을 통해 올해를 기점으로 민심이 완전히 돌아설 것으로 판단하고 당권경쟁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것.


아마도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그리고 총선 승리를 발판삼아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에 대선직행이 아닌 당권경쟁에 뛰어든 게 아닌가 한다.


청와대.

킹메이커 김무성?…‘무대의 선택, 관전 포인트’


총선 승리도 승리지만 그에 앞서 국회의원들의 생사여탈권 즉, 공천권을 손아귀에 넣기 위한 당권주자들이 넘쳐 나다보니 이번 전당대회는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


전투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당 기여도 여부, 복당 문제, 친박당 프레임, 병역문제, 지방선거 패배 등 날선 비방전이 난무할 것이고, 혹독한 검증작업도 병행될 것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유력 당권주자와 관련된 금품수수 의혹이 터질 것이란 풍문까지도 나돌고 있다.


다만, 전당대회가 초반전을 넘어 중·후반전으로 들어서면 후보들 간 단일화 또는 컷오프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교통정리가 예상된다.


교통정리를 통해 후보들이 압축되면 초반엔 비방과 검증으로 시작됐던 전당대회는 이 때부터 비전과 어젠다 제시, 총선 승리 전략 등 개인의 역량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컷오프 등 전당대회 세부 규칙은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한다. 만약 중앙당선관위가 컷오프를 통과한 최종 후보자를 5인을 정한다면, 단정할 순 없지만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지지율이나 인지도를 따져봤을 때 오세훈·황교안·홍준표 대선주자급 3인은 최종 5인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가운데,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역할론이 주목되고 있다.


김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번복하고 당권 쟁탈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직접 전투에 참여하기보다는 후방지원을 통한 ‘킹메이커’ 노릇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당은 통상적으로 70%의 당원과 30%의 여론조사 비율로 당 대표를 선출해 왔다.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당원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당권주자들이 얼마나 잘 흡수하고 반영하느냐,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느냐, 또 당 대표직 이후 대선에 출마했을 때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세몰이를 할 수 있는 현역의원들 숫자를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가 중요 사안이 될 수 있다.


김무성 의원의 경우 비록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측근인 김학용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예상외의 큰 패배를 당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지만 비박계 수장으로 지목되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오세훈·황교안·홍준표 3인 중 김무성 의원의 의중이 어디로 실릴지 여부도 전당대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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