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투기 의혹' 해명과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목포지역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손혜원 의원이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특정 학예직 인사채용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새로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박물관 측은 22일 그런 압력이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손 의원은 나전칠기 연구 복원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A씨의 전문성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추천하였으며, 작년 12월 말 정기인사 교류 시 해당인사를 검토했으나 교류 분야가 맞지 않아 선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물관이 비록 ‘추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로 손 의원의 인사개입 시도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적어도 5명 이상의 박물관 관계자들로부터 확인한 결과, 손 의원은 이 자리에서 A씨를 ‘추천한 것이 아니라 1시간가량 줄곧 박물관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 박물관 간부 역시 지난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립민속박물관 소속)학예연구사 A씨를 채용하라고 작년 내내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왔다”면서 “본인은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 추천했는지 모르지만 피감기관인 박물관으로서는 엄청난 압력이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손 의원 본인이 이 문제를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론했음이 밝혀졌다.


국감 회의록에 의하면 손 의원은 그해 10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박물관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국내 나전칠기가 홀대받는다며 A씨에 대해 “도쿄예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로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에서 유물 수리에 최고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지고 있는 인재”라 평가했다.


손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용산구 나전칠기박물관 관장을 역임했고, 나전칠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A씨 부친과 돈독한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물관 측은 ‘손 의원의 압력행사로 나전칠기 매입 여부를 고심하다 금속공예품 4점을 매입하기로 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자체적으로 근·현대품 수집을 위해 구입 실무자가 작년에 전통기법을 계승한 10여 명의 작가들의 작품(최종 구입한 금속공예품 및 나전칠기 등)을 조사한 바 있다”며 “가격 적절성, 기존 전시품과의 연계성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금속공예품 4점을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이는 나전칠기 구입 시도는 있었지만 그것이 손 의원의 요청이나 압박이 아닌 박물관 자체 판단에 따른 일이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또한 박물관은 ‘손 의원의 나전칠기 구매 요구를 거부했던 박물관 2인자인 민병찬 학예연구실장이 지난해 10월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발령됐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순환보직인사의 일환”이라며 해당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금속공예품의 구입 시기가 민 실장의 발령 이후의 일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박물관 측의 해명은 다소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22일 “목포 시내25곳의 부동산 투기를 주도하며 ‘목포 큰 손’을 자처했던 손 의원의 안하무인 엽기행각이 이제는 인사청탁, 부당압력 등 대상과 범위를 가리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나고 있다”며 맹비판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평생모아도 집 한 채 마려하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부동산 투기’로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정치 혐오감마저 안겨준 손 의원이 박물관에 특정 나전칠기 장인의 작품 구입을 요청하고 지인 딸을 문화재 보존 전문가라며 인사 추천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쓰러져나가는 중소상공인들과 일자리 지옥에 내몰린 취업준비생들을 또 다시 좌절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라며 “그가 작명한 ‘더불어’의 대상이 본인의 측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고 힐난했다.


그는 “부동산부터 일자리, 급기야 훈장까지, 손 의원 측근의 부와 명예를 위한 일이라면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손 의원 덕분에 모든 국민이 ‘더불어’ 좌절과 실의에 빠지는 듯하다”며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손 의원의 뉘우침 없는 오만불손과 뻔뻔하기 짝이 없는 행동들”이라 질책했다.


이어 “자신의 허물을 지적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어제의 동료조차 오늘의 적으로 만들고, 야당 원내대표에게까지 본인의 SNS에 숨어 이해 못 할 말들로 인신공격과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손 의원에 대한 철저한 검찰수사 촉구와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적 의혹 해소에 앞장 설 것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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