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최근 미국에서는 중간 수준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되게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은 ‘미국의 노동시장 양극화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노동시장의 양국화는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중간숙련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은 전반적인 고용개선에도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임금상승이 제한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실업률은 1969년 3.5%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인 3.9%였으나, 전체 임금상승률은 2.9%로,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평균 3.3%를 하회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고임금 취업자와 저임금 취업자는 각각 연평균 1.8%, 1.7% 증가율을 보였으나 중임금 취업자는 오히려 0.2% 소폭 줄었다.


보고서에서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자리 구조조정이 중임금 일자리를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술발전에 따라 고숙련 노동수요가 늘어난 반면 중·저숙련 수요는 크지 않다는 점과 고임금·저임금으로 양분된 의료·요양 서비스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노동시장 양극화 원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은행 김상우 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제조업 중심으로 자동화 등을 통해 중간숙련 일자리를 전략적으로 감축했다”며 “중임금 부문 비중이 낮은 서비스업으로 노동력이 이동한 점도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산업과 인구구조가 유사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12개국의 중임금 일자리 비중은 1995∼2010년 11.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기술이 발전하면 중임금 일자리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김상우 과장은 “디지털 혁신 등의 변화가 임금불균형 심화로 나타나진 않도록 양질의 중간숙련 일자리 창출이 요구된다”며 “생산성 증대를 통한 제조업 경쟁력 확충, 저임금 서비스부문 고부가가치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임금 취업자에 대한 기술교육지원 등으로 중임금·고임금 일자리로 원활한 이동을 지원하는 한편 사회안전망 보강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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