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 투숙한 고교생 10명이 가스중독 사고를 당한 데 대해 교육당국이 ‘교외체험학습’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이번 사고의 책임이 고3 학생들을 방치한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원인은 펜션의 안전 관리 문제인 만큼 체험학습은 별개로 논의될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오전 강릉펜션사고 상황점검회의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한달여 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 아닌지 전수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7일 강릉 펜션에서 사고를 당한 서울 A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학교에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해 인솔교사 없이 여행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개인체험학습은 학교장과 보호자의 동의하에 고적답사, 향토 행사 참가, 친인척 방문, 견학 등 체험학습이 중심이 되는 학습활동이다. 학교장이 허가하는 기간(국외는 10일 이내)에 다녀올 수 있으며 단체체험학습과 달리 인솔교사가 동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학교와 학부모의 동의가 있었다지만, 학생들끼리 보호자 없이 펜션에 숙박하게 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학교 측에서 좀 더 안전한 숙박시설을 마련해 주거나, 인솔교사가 있어야 했다는 지적에서다.


교육부는 “개인체험학습도 본래 교장 허가를 받아 수업으로 인정하는 만큼 신청서와 보고서를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특수사항”이라며 “각 학교에서 느슨하게 운영되지 않았는지 살피고 필요한 경우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정기고사 이후 고3 학생들의 학사관리 상태도 점검해달라고 협조 요청할 예정이다. 출결은 물론 학생들이 이렇다 할 교육 없이 방치되는지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마치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이 체험학습에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찰의 조사 결과 주요 사고요인이 펜션의 안전 관리로 드러난 만큼, 체험학습은 별개로 논의될 사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체험학습을 자제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뿐더러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아시아경제가 인용 보도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육부는 만약 인솔자가 있었다면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만약 교육부의 자제 요청에도 아이들의 체험학습 신청을 허가한다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 됐든 승인해 준 학교가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 뻔하다”며 “학교 측은 대다수 체험학습을 불허할 것이고, 결국 체험학습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교육부의 교외체험학습 전수조사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교육부도 한발 뒤로 물러난 모습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강릉 펜션 사고 관련 전국시도부교육감과 영상회의를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사고 피해학생 빈소를 찾은 유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며 운을 띄웠다.


유 부총리는 교육부가 교외체험학습 운영현황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교사에게 강릉 펜션 사고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교육청별 체험학습 절차?기준에 조금씩 차이가 있고 기본 안전점검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유가족도 선생님이 잘못한 것처럼 책임을 묻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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