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 어닝서프라이즈로 배터리 부문 실적 ‘증명’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시장 성장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실적에서 깜짝 놀랄 성적(어닝서프라이즈)을 거뒀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거둔 실적이라 더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 3사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내다보고 오랜 기간 배터리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가 배터리 기술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3사는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만큼, 이들 전기차 배터리 3사의 성장이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배터리부문 선전에 화학업계 1위 탈환


LG화학은 2018년 3분기 실적에서 전지부문 판매실적에 힘입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화학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조2349억원, 영업이익 60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7% 감소한 수치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수요 위축 등으로 기초소재부문의 수익성이 감소하며 영업이익은 뒷걸음질 쳤지만, 매출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전지 부문에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전지부문만 놓고 보면 LG화학은 올해 3분기에 매출은 1조7043억원, 영업이익은 8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무려 417% 급증한 수치다.


전지부문에서 LG화학이 거둔 선전은 다른 화학업체와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LG화학과 업계 수위를 다투는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매출액은 4조24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늘었고, 영업이익은 5036억원으로 34.3% 감소했다. 이는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인 5769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기초화학 분야가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하면서 손실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케미칼은 본업인 기초화학소재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큰 이윤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전지부문에 투자를 다각화해 호실적을 거둔 LG화학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 삼성SDI…배터리부문, 2020년 흑자전환 기대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 중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SK이노베이션도 본업이 아닌 비정유 부문에서의 실적에 힘입어 3년 연속 3조원 대 영업이익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올해 3분기에 매출액 14조9587억원, 영업이익 8359억원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세 완화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 감소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7%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증권가의 전망치를 웃돌았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석유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비정유 사업의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게 3분기 실적 선방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배터리를 포함한 비정유부문이 3분기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월 ‘배터리, 화학 중심 성장 딥 체인지 2.0’ 선언에서 비정유 사업에 대한 전사적인 투자 계획을 알렸다. 올해 실적에서 딥 체인지 2.0의 가시적인 성과가 확인된 셈이다.


삼성SDI도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6% 증가한 2조5228억원, 영업이익은 301.5% 증가한 241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전 부문의 매출이 성장세를 보였지만, 특히 전지사업부문 매출은 1조922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3% 늘었다. 유럽 전기차 모델 공급이 확대되면서 매출 성장세를 지속했다는 것이 삼성SDI 측 설명이다.


전기차 핵심부품 배터리, 10년 투자 결실 이루나?


멈출 수 없는 전기차 도입…충전 인프라 확충해야


전기차 도입, 멈출 수 없는 시계


올해 들어 전기차 배터리의 ‘장밋빛 전망’이 현실화 됐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은 일찌감치 점쳐졌다. 종합 회계?컨설팅기업인 KPMG 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전 세계 42개국 1천여명의 자동차산업 임원과 2천4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2025년에는 디젤차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배터리 전기차가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또 올해 블룸버그 산하의 리서치기관인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오는 2040년에는 전기차가 전세계 승용차 시장판매의 5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 내 전기차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0년에는 3~6%로, 2025년에는 11~19%로, 2030년에는 28~30%로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향후 전기차 시장을 견인할 강력한 원동력은 각국의 환경 규제 관련 정책이다. 특히 유럽과 중국이 환경 규제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은 현재 2021년까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당 95g으로 낮출 것으로 목표로 삼았다. 아예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2025년, 독일은 2030년부터 자국 내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그 시기를 2040년으로 잡았다.


중국도 대도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 화석연료 자동차에 대한 강력한 환경 규제와 신에너지차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세제혜택을 확대해 자국 내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전기차의 보급을 확산 시켰다. 그 결과 중국 자동차 시장 내 전기차 비중이 2%대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


완성차 업계, ‘더 늦기 전에’ 전기차 트렌드 동참


각국 정부의 의지가 이렇다보니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멈출 수 없는 시계처럼 움직이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폭스바겐그룹은 2025년까지 새로운 전기차 모델 80종을 출시할 계획이며,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까지 10개 이상 순수 전기차, 50개 이상 전기 구동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도 2020년까지 전기차 8종 포함 31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완성차기업은 배터리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만큼 배터리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EV, 기아차의 쏘울EV는 각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테슬라, 도요타는 일본의 파나소닉, GM·르노는 LG화학, BMW는 삼성SDI와 각각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폭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확정했음을 알렸고, 삼성SDI 역시 재규어 차세대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 독점공급을 확정했다.


상가 건물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전기차가 가져올 변화…모든 사물이 배터리에 연결되나?


관련 업계에서는 전기차에 거는 기대가 각별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구조가 단순해 만들기 쉽다. 내연기관차는 엔진, 클러치, 변속기 등 복잡한 기계장치와 연료탱크가 필수적이지만, 전기차는 배터리와 인버터, 모터만 있으면 움직인다.


또 전기차는 미래교통수단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차와 가장 잘 어울린다. 자율주행차는 각종 센서와 통신 장비를 탑재해야 하는데, 이 설비들을 가동하는 데 전기모터가 기반인 전기차가 적합하다.


이미 노트북, 스마트폰 등 IT 기기가 안착화 시킨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시장이 개화함에 따라 덩달아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향후 배터리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IT 기기를 전기차와 연동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보다 향상된 배터리 기술 개발과 충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는 지난 10년간 그랬듯이 기술개발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중국이 전기차 최대 시장이자 배터리 생산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곱씹어 생각해볼 부분이다.


우리 정부도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전기차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충전소 인프라 확충은 여전히 더딘 걸음을 걷고 있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충전소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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