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익’ 우선 한다더니…극에 달한 임직원 ‘모럴해저드’

SH공사 김세용 사장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주거 안정’을 내세우면 취임했던 SH공사 김세용 호()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더욱이 SH공사는 김 사장 취임 이전부터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해마다 악화되는 ‘재무 건전성’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들은 취임 이후부터 김 사장의 ‘부담’이 됐다. 더욱이 김 사장 취임 이후 약 6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문제들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규직 전환은 노조 간의 갈등만 치달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감사원이 SH공사의 불공정관행 등을 밝히면서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공사 직원들의 자신들의 위치를 이용해서 하청업체 부당하게 갑질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SH공사는 ‘악재’만 겹겹이 겹친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이에 <스페셜경제>측은 김세용호 출범 이후 불안정하게 삐걱거리고 있는 SH공사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자택 고치고 회사서 ‘허위 공사비’ 지급하도록 만들어
‘정규직 전환’을 놓고 계속되는 ‘노-노 및 노-사’ 갈등


지난 8일 감사원은 ‘공공부문 불공정관행 기동점검’에 대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 산하 한 지역센터의 공사감독 담당 A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11월 사이 센터장의 부탁을 받고 이미 퇴직한 공사 직원의 주택을 하도급업체인 B사에서 무상수리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B사는 퇴직한 직원들의 자택을 수리했고, 총 수리비는 971만원이었다. A씨는 이를 보전해주기 위해서 2015년 6월 계약과 무관한 다가구 주택 3채를 보수한 것처럼 허위증빙 자료를 만들어 SH공사에 제출했다. 이에 SH공사는 B사에 2천만원을 지급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또 다른 하청업체인 C사에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현금, 등산화, 노트북 등 78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아 챙기고, 약 1700만원에 달하는 지역센터 사무실 리모델링을 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감사원 측은 A씨에 대해서 업무상 배임 및 수뢰혐의로, C사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SH 측에 A씨의 파면을 요구했다. 아울러 허위 공사 청구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직원 2명을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했다.


감사원을 통해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논란이 된 것은 무엇보다 SH 공사 전?현직 직원들의 행태였다. 회사와 계약한 하청업체에 퇴직직원들의 ‘자택 수리’를 요구하고, 이와 관련한 대금을 회삿돈을 유용해 지불했다는 것 자체가 결국 공사 내에 남아있는 전관예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공익의 목적’을 위해서 설립된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계약관계에서 일감을 주는 ‘갑’이라는 위치를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을일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에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도 공사라는 위치와는 맞지 않는 행태였다. 더욱이 충분한 확인 과정이 있었다면 허위 공사비 대납으로 인한 사측의 재산 피해 등은 충분히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허술해 사전에서 막을 수 있었던 일도 막지 못한 것이다.


‘퇴직 직원’ 챙기기에 급하다


사실 SH공사의 ‘퇴직식구 챙기기’로 인한 논란은 하루 이틀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해에도 임대 아파트 위탁관리를 둘러싸고 퇴직직원에게도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기 때문이다.


SH공사는 서울시 산하기관으로서 지난 2007년부터 ‘주택관리업무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직영했던 임대아파트 관리를 민간업체에 위탁관리하고 있다. 이에 임대 아파트 193단지 가운데 155단지를 위탁관리하고, 38단지만 직영관리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서울시 임대주택 54.3%를 SH공사 전 직원이 차린 업체 3곳이 맡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같은 문제 지적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277회 서울시의회 정례회를 통해서 나왔다. 이에 서울시주택동시 공사는 해명자료를 통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SH공사 측은 전직직원이 운영하는 위탁관리업체 점유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의도적인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라며 이유를 들었다.


퇴직 직원이 운영하는 위탁관리업체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지난 2008년 직영 단지 위탁 전환 당시, 정리 해고된 관리원 고용 차원에서 설립된 회사에 최초 위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재개발 단지 위탁 전환 시 기존 관리원 관리용역업체와 최초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었고, 소규모 단지의 관리비 절감을 위해 인근 단지 관리업체가 공동 관리하도록 수의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일감몰아주기는 유착관계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공사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사의 해명에도 의혹은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해당 업체들 모두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서 임대 아파트 위탁관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정한 입찰을 통해서 해당 업체들이 일감을 맡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의혹도 해소될 테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게 결국 ‘수의계약’이라는 것 자체가 공사 입맛에 따라 업체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다른 업체들과 놓고 비교했을 때 계약을 맺은 업체가 선택받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췄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더욱이 세 곳 업체가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모두 다 ‘수의계약’을 통해서 이뤄진 것이라면 더욱이 ‘일감 몰아주기’나 ‘전관예우’라는 지적을 피해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 같은 꼼수 같은 것들 때문에 공사들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 끌어주고 밀어주기 문화가 단절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년 째 ‘제자리걸음’인 정규직 전환 문제


SH공사는 이러한 문제 외에도 ‘정규직 전환’ 문제로도 골치를 썩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8월이 된 지금까지도 뾰족한 대안책을 내놓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3월에 취임한 ‘김세용 사장’의 리더십 문제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11개 투자출현기관의 무기계약직 전원(244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7대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단, 정규직 전환에 따른 처우 등 구체적인 사항은 각 기관별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서울시 산하기관 11곳 중 서울연구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복지재단, 문화재단,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은 정규직 전환 문제를 해결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아직도 이 문제를 가지고 앓기만 하는 중이다. 물론 SH공사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같은해 12월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통합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조와 의견 조율에 착수했다. 그러나 좀처럼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노조와 노조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SH공사에서는 총 3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정규직노조인 서울주택도시공사노동조합(제1노조), 비정규직노조인 제2노조, 제3노조 3개다.


그리고 이 같은 갈등이 문제로 불거진 것은 지난달 3일 SH공사가 ‘제3노조’인 서울주택도시공사통합노동조합과의 협상 끝에 임대관리직원 384명을 7월 1일부로 신설 직권인 ‘주거복지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 같은 발표에 또 다른 비정규직 노조이자 제2노조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노동조합’이 합의 내용에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세 개 노조의 ‘갈등’…합의점 찾기 어려워


2노조는 임대주택관리직원들을 ‘주거복지직’인 신설 직군이 아니라 기존 일반직으로 통합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SH공사와 노조 간의 합의에서 가장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속돼 있는 제2노조가 배제된 것은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합의를 이끌어낸 제3노조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134명인 것에 반해서, 제2노조의 경우 232명이다. 수적으로 따지면 제2노조가 약 2배가량 많은 것이다.
더욱이 이 합의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이자 제1노조인 ‘서울주택도시공사노동조합’의 반말로 인해서 합의문에 정규직 전환에 따른 제반 비용으로 기존 정규직 총 인건비에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 노조 간의 갈등을 더 커졌다.


이에 2노조 측은 “원래 정규직 전환 등 인사 문제는 단체협상을 다루는 교섭대표권과는 전혀 관계 없는 상황이다. 당사자들 다수의 의견 반영을 통해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던 3노조는 “2노조가 내놓은 안에 1노조가 극심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정규직 전환이 기한없이 늦어지는 등 어려워질 우려가 있었다”면서 “1노조에서 조합원들이 조합 사무실까지 와서 격렬히 항의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1노조 반대가 심하니 우리는 차선책으로 별도 직군으로 정규직이 되도록 요구했던 것”이라며 “호봉, 진급 체계 개편과 정원 내 편입은 나름 의미가 있는 정규직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3노조 측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호봉급간 격차를 기존 정규직과 같도록 재획정하는 것 자체가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이점이며 의미가 있다고 봤다. 이전 임대주택관리직원들의 경우 호봉급 간격이 정규직 호봉급 간격의 절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 노조간의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김세용 사장이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사실처럼 퍼지기도 했다. 이는 SH공사가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두고 그만큼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김세용 사장에 대한 리더십 평가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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