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해온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가 후판가격을 소폭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와 올 하반기 후판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전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번 인상으로 후판 가격은 t당 60만원에서 t당 65만~67만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하반기 가격 인상분은 지난달 공급 물량부터 소급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보통 1년에 상?하반기 단위로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지난해의 경우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철강업체와 조선업체 간 이견이 커 연말이 다 돼서야 t당 5만원 인상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철강업계가 올해 상반기에 후판가격을 5만원 인상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해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가 크게 반발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함께 인식해 후판사업에서 적자를 봐온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지만, 원료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을 현실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에 난색을 보였다.


조선업계 특성상 배를 수주한 뒤 2~3년 뒤에 매출이 발생하는데 이미 수주한 선박에 사용되는 후판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경우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향후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각각 연결 기준으로 1757억원과 100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1052억원으로 직전 분기의 3분의 1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2018년 한국 조선사의 후판소요량은 약 420만t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 1t당 5만원 인상에 또다시 5만원을 인상한다면 약 3000억원의 원가부담이 추가된다”며 “후판 가격 인상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한바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그동안 낮은 가격에 후판을 공급해왔던 만큼 가격 인상이 아닌 가격 정상화라며 더 이상 인상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후판 사업 적자가 심해져 2011년 1후판 공장을 폐쇄했다. 2015년에는 2후판 공장 문을 닫았으며 매각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내수가 늘어나 국내로 후판이 수입되지 않고 있고 중국?일본산 후판보다 국내 후판 가격이 더 떨어진 상태에서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양측이 휴가 전 한발 양보하면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지난해보다 이른 시점에 마무리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가 회복되고 있지만 지금 수주하는 물량은 12~18개월 뒤 건조가 이뤄진다”며 “여전히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후판 가격 인상은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키워드

#조선 #철강 #후판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