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리 작가.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모하 김규리 화백이 29번째 개인전을 연다. 단체전 및 초대전은 총 140여 회에 이른다.

눈도 뜰 수 없는 폭풍의 모래사막을 시대의 '돈키호테'인 한 여인이 걸어가고 있다. 한 손엔 비렁말 '로시난테' 고삐를 움켜쥐고, 밤을 새운 건가?

검 대신, 한 손엔 오일이 채 마르지도 않은 단내 나는 붓을 들고 터벅터벅 걷고 있다. 말 안장에 간직된 에볼루션(evolution, 김 작가의 작품 모티프) 지도는 이미 독자들의 식상을 유발, 그녀가 닿아야 할 '유토피아'의 로드 맵(road map) 기능을 상실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 '돈키호테'의 기사도(騎士道) 정신은 이 시대에 존재하기는 하는가? 가끔 그는 동반자 '산초(독자)'에게 길을 묻는 타협을 한다. 화단(畵壇)의 시기와 질투, 풍토병은 감기를 앓듯 지나갈 꺼라고 그녀는 야윈 말, '로시난테'에 공방에 갇혀 있던 분신 같은 작품들을 말 안장 가득 싣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인사동에 나타났다.

나를 알고 이해하며 내 그림을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과의 소통, 일상의 아픔들을 작품을 통해 얘기하며 치유와 위로가 되기를 기도하며 화랑에 내걸기 시작했다. 그녀의 행위는 돈키호테 여행의 종지부는 아니라고 했다. 지루한 에볼루션의 틀 깨기, 또 다른 에볼루션 개척을 위한 통쾌한 반란,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도하며, 안주이기보다는 모험의 외도라고 했다.

꿈꿔온 모두의 유토피아 건설을 위한 시금석, 아! 그래 이거였어!. 한지, 비단 위에, 자수, 자개가 콜라보를 이룬 어울림 속에 오방색, 색동으로 강렬하게 다가서는 오일 페인팅에 빛, 고색창연한 단청의 무게가 어머니 품속같이 편안하게 안겨 온다.


ⓒ 김규리 작가.

서양미술의 햄릿형 표현주의를 타파한 그녀만의 파격 도발은 화단에 전쟁을 선포하는 선구적 여성 '돈키호테'임이 틀림없다.

그녀는 별도 달도 없는 그믐밤에 공방에 들어 작업하기를 좋아한다. 전등을 끄고 촛불을 밝혀 고요의 은근 속 사각대는 붓질의 터치를 좋아한다. 온천지가 숙면에 든 시간, 색(色) 들이 바람나기를 기다려 캔버스에 자신을 담아내는 일, 드디어 붓이 춤에 들면 화도삼매(畵 道三昧)에 들어 자아(自我)의 성찰(省察)을 이루는 일, 하여 새벽닭이 우는 미명의 시간, 산 고로 탄생된 가슴에 살점 같은 분신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 짓는 일, 하여 행복한 낮 잠을 즐길 수 있는 하루를 기대하며...

색(色)에 바람난 여류 모하 화가는 제가 세계 47개국, 아프리카 가나, 또는 네팔 같은 오지의 땅을 여행하며 그들의 전통문화나 인심, 검은 피부의 아이들에게서 흰 이를 드러내고 천진하게 웃는 인간 본연, 순수에서 작품의 본질을 추구하기도 했다. 또 그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되돌아보며 우리의 고유 색채에서 매력적인 부분들을 발견, 작품에 실험적 표현도 하게 됐다.

오방색 5가지 의미는? 우리민족 전통의 색채로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다섯 가지 색을 말한다.

畵家(화가)의 말은 “현대인들의 삶에 지친 아픈 상처에서 행복과 복이 가득하길 염원하며 복주머니를 크게 그림으로 표현했으며 그동안 여행에서 서양인이든 동양이든 현대인들에겐 저마다 말 못할 상처가 있고 고민도 있는데 우리 한국문화에 깃든 좋은 기운들을 위한 재 앙막이와 건강과 부와 행복이 함께하라고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화백의 호는 모하다. 눈동자 모(眸), 물 하(河), 호가 모하(眸河)인 김규리 화가는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게 눈동자이며 눈을 통해 물에 비춰진 달을 보는 평온처럼, 그녀의 작품을 통해 지친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토로하고 있다.


ⓒ 김규리 작가.

[사진제공=김규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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