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에서 성추행 피해 직원을 상대로 '표적 감사'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서울 지하철을 운영 중인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성추행 가해자를 피해자 인근 지역으로 발령 낸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사측이 나서 피해자 동향을 사찰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표적 감사’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피해자, “공사 감사실 직원, 동향 파악 시도”…‘표적 감사’ 의혹


6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피해자 A씨는 “최근 근무지로 서울교통공사 감사실 직원이 찾아와 (나에 대한) 동향 파악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해당 감사실 직원이 자신의 근무지를 찾아 동료들에게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등 구체적 동향을 캐물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측이 성추행 피해자를 상대로 ‘표적 감사’를 벌이며 2차 가해를 입혔다는 셈이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11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B씨를 올해 초 A씨가 근무하는 인근 역으로 발령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특히 현장 최고관리직으로 복귀한 가해자는 A씨에게 인사상 불이익까지 행사할 수 있는 직책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에 반발한 A씨가 사측에 인사 발령 재고를 요청했으나 받아든 답변은 ‘이미 7년이나 지난 일’이었다.


A씨는 B씨와 같은 구내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언론보도로 사태가 확산되자 서울교통공사는 뒤늦게 B씨를 다른 곳으로 파견 조치했다.


발령 당시 제기된 ‘2차 피해’ 우려…공사 책임론↑


문제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공사 측은 피해자에게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되레 서울교통공사 감사실이 최근 A씨 근무지를 찾아 사찰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사태를 더욱 키운 꼴이 됐다.


2011년 당시 B씨는 한밤 중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성적 수치심이 담긴 욕설을 퍼부었다.


특히 여직원을 이름 대신 여성 성기를 뜻하는 ‘××’라 불러 성희롱 추문에 휩싸인 B씨는 당시 서울시 윤리규정을 적용받아 정직 처분에 그쳤고, 이마저도 중앙노동위원회 항소 뒤 감봉 처리됐다.


이후 B씨는 지난 1월 서울 지하철 2호선의 한 센터장으로 발령받았다. 현장 최고관리직 격인 센터장은 역 10개를 관리하며 양성평등교육·인사평가 등을 책임지는 등 사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서울교통공사와 마찬가지로 B씨의 A씨에 대한 사과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옥주(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성의전화,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서울지하철노조 등은 “피해자 아픔을 치유하기는커녕 감시하고 사찰한 서울교통공사의 태도는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짓밟는 행태”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서울교통공사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전수조사와 특별감사를 촉구하는 한편, 서울교통공사에도 피해자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한편, 일각에선 B씨 발령 당시부터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높았으나 서울교통공사의 안일한 대처로 결국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