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당일 날치기 통과…두려운 것 있었나(?)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기관과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한국예탁결제원이 최근 낙하산 인사 파문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그동안 예탁원의 발목을 잡았던 낙하산 인사 문제가 또 다시 터진 셈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말 한국산업은행 출신 이재호씨를 상무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사측은 이사회 개최 당일 긴급 안건을 발의하며 날치기로 기습 통과시키면서 벌어졌다. 예탁원 측은 기관장 고유의 인사권이라고 주장하지만 노조 측은 이번 사태를 낙하산 인사로 규명하고 주무기관인 금융위원회 등의 보이지 않는 세력에 의한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한국예탁결제원 채용 비리 의혹 논란을 짚어 봤다.


지난해 12월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이사회에서는 전 산업은행 자금시장본부장 출신의 이재호씨를 투자지원본부장(상무)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 가결했다.


예탁결제원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 7일 전까지 이사들에게 주요 안건 내용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날 상무 선임 안건은 당일 안건으로 상정해 긴급 처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측은 왜 ‘날치기 통과’ 했나


노조 측은 즉각 상무 선임 인사에 대해 ‘자격미달 날치기 인사’로 규정하고 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이 이사회 당일 오전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며 “졸속 처리를 통해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임 투자지원본부장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출신으로 직무 연관성이 없다”며 “예탁결제원 역사상 단 한 번도 실무 담당 임원으로 은행 출신이 선임된 사례가 없다. 유례없는 낙하산 인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노조 측은 해를 넘긴 2018년 시무식도 거부하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매년 전 직원이 참여하던 시무식은 임원과 부서장들만 참석한 채 진행한 것이다.


노조 “절차적 부당성, 증권 경력 無”…사측 “외부 전문가”


이사회 일차천리 진행 ‘통과’…사임 없을 땐 무기한 투쟁


노조는 이날 임시조합총회를 열고 무기한 투쟁을 결의했다. 노조는 또 이번 선임 건에 대한 절차상 위법성 여부를 검토해 이사회 결의 무효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출신 임원 선임을 놓고 한국예탁결제원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낙하산 인사 졸속 선임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선임된 낙하산 인사는 3500조원의 국민재산을 관리하는 예탁원과 아무런 업무적 연관성이 없는 자”라며 “최근 수년간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혈세를 낭비한 산업은행 출신 인물이라는 점에서 가장 악질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부당성을 알렸다.


무기한 투쟁 선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낙하산 상무 기습선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성을 주장했다. 오봉록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이번 상무 선임건은 명백히 잘못된 인사이므로 고쳐야한다”며 “상무 선임 건을 즉각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해야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만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예탁결제원 및 노동조합은 4만 사무금융 노동조합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절차적 문제점과 함께 신임 이모 상무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능력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신임 이 상무는 은행 출신으로 증권업과 관련한 전문성이 없고 역량도 검증되지 않은 부적격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 신임 상무가 증권업 관련 경력이 없다는 점에서 증권업의 특수업무를 다루는 예탁원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예탁결제원 측은 "외부 전문가 차원의 영입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무선임 안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조 측은 “이번 사태가 사장조차 어쩔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 사장의 실질적 임명권자인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모종의 압력의 결과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이번 인사가 내부 규정까지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내부 직원을 우선해 상무로 추천해야 하는 내규를 어겼다”며 “이병래 사장은 그동안 열심히 일하고 능력 있는 내부 인재를 우대 발탁하겠다고 공헌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역대 낙하산 논란


예탁원의 낙하산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4월 서병수 부산시장 선거캠프 출신인 김영준 예탁결제본부장을 임명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본부장은 금융담당 기자와 부산시 대외협력특별 보좌관을 역임하는 등 금융투자업계와는 관련이 멀어 업계 내외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의혹을 제기됐다.


이병래 현 사장 역시 낙하산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2016년 12월 선임 당시 금융위가 사장 자리를 가져갈 것이란 전망 속에 당시 이병래 상임위원이 선임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사회가 업무 연관성이 부족한 이 상무를 날치기로 통과시키면서 화를 자초하고 있다”며 “이 신임 상무가 선임 이유를 더욱 투명하게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일단 이재호 상무에 대해 출근 저지를 통해 반대의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신임 상무의 선임을 반대하는 내용의 직원 탄원서 500장을 청와대에 제출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이 신임 상무는 오는 15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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