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최근 신입 인턴 직원을 상대로 폭언을 쏟아내고 특히 여직원들에겐 사내 행사 자리에서 걸그룹 춤을 강요했다는 새로운 ‘갑질’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수원 인재개발원, 걸그룹 춤 강요 등 갑질 “한두 번 아냐”

3일 <뉴시스> 단독보도에 따르면 한수원 인재개발원 교육담당 직원들은 지난 2016년 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인턴 직원 중 음주로 교칙을 위반한 일부를 적발, 그 다음날 사무실 복도에 무릎을 꿇려 폭언했다.

교육담당 직원들은 당시 무릎 꿇은 인턴 직원에게 ‘너희 같은 것들은 당장 잘라버리겠다’ ‘본사 인사처에 연락해 계약 해지서를 가져오라’는 등 고성을 동반한 협박성 막말을 이어갔다.

이들 인턴 직원이 무릎 꿇었던 장소는 교실이 아닌 인재개발원 내 2층 행정 사무실로, 일반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턴 직원 A씨는 “인턴 신분으로 공포를 느껴 모두(교칙을 위반한 인턴 직원들) 무릎 꿇고 사죄했으나 언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한참 동안 폭언이 이어졌다”며 “교실이 아닌 일반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라 지나다니면서 구경하는 일반 직원들이 많았고, 참기 힘든 모욕감을 느꼈다”고 <뉴시스>에 증언했다.

한수원의 이 같은 ‘갑질’ 행위는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 하에 해마다 되풀이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 직원 중 일부 여성 직원들이 수료식 당시 걸그룹 춤을 강요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것이다.

당시 한수원 인재개발원은 수료식 행사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부족했고, 이에 인재개발원 직원이 ‘정신상태가 썩었다’는 막말과 함께 춤추고 노래 부를 출연자를 임의로 선정했다,

기강 바로잡기 명목…무릎 꿇린 채 폭언에 선정적 의상 강요(?)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이 무대 감독으로 지목됐고, ‘수료식 시나리오를 구성할 때 여직원의 걸그룹 댄스가 꼭 들어가야 한다’는 강요가 이뤄졌다는 인턴 직원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특히 이들 신입 여직원은 걸그룹 춤 공연을 위해 교육마감 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남아 늦은 밤까지 춤 연습에 시달려야 했으며, 주말에도 사실상 강제로 행사를 위한 연습에 동원됐다.

결국 이들은 수료식 행사 당시 민망한 수준의 걸그룹 의상을 입고 춤을 춘 것으로 전해졌다. 전년인 2016년 수료식 당시에도 동일한 상황이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한수원 인재개발원은 인턴 직원 동기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격인 ‘학생장’을 임의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단 외출한 다른 동기가 외부 음식을 먹었다며 ‘학생장’이 이들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당시 인재개발원 측은 다른 동기들이 모인 자리에서 학생장을 향해 ‘당장 때려쳐라’는 막말을 하며 다른 인턴 직원을 학생장으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한수원 신입 직원들은 입사 뒤 전원 울산광역시 소재 인재개발원에서 일정 기간 합숙하며 교육과정을 거치게 된다. 매주 자체 시험을 치르고 일정 기준 이상 점수를 받아야 정직원 전환된다.

한편, 한수원 측 관계자는 4일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먼저 이번 논란과 관련, 재발 방지 등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면서 "다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교칙을 위반해 음주한 신입 직원들이 규정된 퇴교 조치에 따른 압박감으로 스스로 무릎을 꿇고 있던 상태였다”면서 “인재개발실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 소지가 있음을 파악하고 황급히 이들을 일으켜 세워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이어 “걸그룹 춤 강요 부분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수료식 행사에 드는 의상이나 소품 등은 모두 신입 직원들이 직접 결정했으며, 자발적으로 이뤄진 이들의 선정적 의상 착용에 당시 사측 관계자의 만류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