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대대적 인사 앞두고 벌써부터 ‘시끌’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우여곡절 끝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행정부에 마지막으로 승선하면서 1기 내각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늦춰졌던 공공기관장 인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장 인사 적체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이를 해소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장 인사에 또 다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인사를 비춰봤을 때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지적돼 온 만큼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확실한 인사 검증이 어느 때보다 요원(遙遠)해 보인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 되고 있는 낙하산 인사의 그림자를 짚어 봤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내각의 마지막 퍼즐로 지목됐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근 우여곡절 끝에 임명되면서 그 동안 늦춰졌던 공공기관장 인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빨라지는 공공기관장 인선


청와대는 우선 공공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전문성’과 ‘개혁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마평에 올라있는 인사들을 보면 청와대가 내세우는 소신과는 어긋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창출한 인사들에게 전리품처럼 공공기관장 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바로 ‘낙하산 논란’이다.


선거 승리의 공헌을 간과할 수도 없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공유할 수 있는 인사가 공공기관장 임명에 바로미터가 될 수 있지만 전문성과 자질론 여부에 따라 낙하산 유무역시 가려질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현재 청와대는 여당과 각 부처 등을 통해 후보군을 추천 받아 압축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공공기관장 인선에 잡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장 없는 기관만 100여 곳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은 모두 63곳이다. 여기에 임기만료 후 후임 미지명 등으로 자리하고 있는 46곳까지 더하면 현재 기관장 인사를 실시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109곳. 전체 353곳의 공공기관 중 3분에 1에 해당되는 숫자다.


기관장 후보에 캠프인사 ‘하마평’…여권 인사도 ‘기웃’


국정철학 공유 최대 ‘강점’…전문성 부족땐 ‘적폐’ 반복


최근 문재인 정부는 일부 기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지만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600조원의 거대 기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김성주 전 의원이 임명됐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엔 김석환 전 KNN대표가 임명됐다. 여기에 코이카 이사장에 이미경 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공통점은 바로 문재인 정부의 선거 캠프에서 활약한 이른바 ‘캠프 인사’다. 김 이사장은 문재인 캠프에서 몸담았던 인사로 알려지고 있으며, 김석환 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방송분야 ‘미디어특보단’에서 활약했으며, 이미경 전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여기에 전문성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이사장의 경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지만 6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관리자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역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는 주로 행정 관료 출신 인사가 임명됐고, 200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행정경험이 없는 정치인이 한 번도 임명된 적이 없어 낙하산 논란은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성주 전 의원의 공단 이사장 내정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인사 참사”라면서 “국민의 노후자금 600조 운영을 책임지는 공단 이사장에게 가장 필요한 전문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산업부, 21곳 공석


산업부 산하기관 21곳이 기관장 공석 사태를 빚고 있다. 정권교체의 영향 속에 잇따른 채용비리 등이 겹치면서 공석 사태를 낳았다.


▲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정부는 임원추천위원회 등 공모절차를 통해 기관장 인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지만 적체를 해소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채용비리가 들어난 만큼 이번 조사에서 또 다시 비리 행위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연말까지 10여명의 공공기관장 인선을 준비하고 있다. 산하기관 중 가장 큰 규모의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4개월째 수장 공백상태다. 지난 정부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이승훈 사장이 노사갈등으로 물러나 현재 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임추위를 구성 기관장 후보를 산업부에 추천했으며, 현재 인사 검증을 위한 마지막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한국가스공사 전경.

한국가스안전공사 역시 현재 후보자를 공모하고 있다. 지난 9월 박기동 사장이 해임된 이후 오재순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김용진 전 사장이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옮겨가면서 공석이 됐고, 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사장들은 9월 초 일괄 사표를 제출하면서 공석으로 남았다.


잣대 없는 기준이 ‘낙하산’ 낳는다…공공기관 진출 러쉬


인사 가속도 내는 文정부…김동철 ‘낙하산 방지법’ 발의


김정래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감사원에 채용 관련 비위가 적발되고 직원을 상대로 한 막말 논란이 일자 10월 사표를 제출했다.


산업부는 공모절차 진행 상황에 맞춰 우선해 내달부터 사장을 임명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추위 구성과 후보 추천 등을 완료한 기관부터 임명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 10곳의 인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나머지 공공기관 역시 내년 초까지 사장 임명을 시작해 사장 공백 사태를 최소화 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갈 길 먼 ‘국토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도 갈 길이 멀다. 국토부는 현재 14개 곳 중 5곳이 사장이 공석이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안전교통공단과 한국감정원이 대상이다,


▲ 국토교통부 전경.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전 사장은 지난 7월 사표를 제출했다. 김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시절 대선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알려졌다. 도공은 현재 7명의 후보가 접수를 마쳤으며 임원추천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강래 전 민주당 의원과 최봉환 전 도로공사 부사장이 하마평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홍순만 전 사장의 사퇴 이후 아직 사장 공모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2월 서종대 원장이 성희롱 파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사장 인선이 진행ㅍ중에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달 오영태 전 이사장이 임기를 마쳤으며, 강영일 한국도시철도공단 사장 역시 최근 사의를 표하면서 조만간 공모에 들어갈 전망이다.


협회에 부는 낙하산 바람


공공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우려는 민간 협회를 빗겨가지 않고 있다. 지난달 13일 청와대는 “민간협회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와대의 입김에 민간 협회장이 선임됐다는 의혹에 청와대가 긴급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냉담하다. 지난 6일 석유협회장에 선임된 김효석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당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그로부터 7일 후, 무역협회장에 선임된 김영주 전 산업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정책수석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으며, 손해보험협회장이 된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도 경제보좌관으로 함께한 이력이 있다.


여기에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 등도 현 정부와 지근거리의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공공기관장에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사 대부분이 현 정부와 관계가 깊거나 낙하산 인사로 지목될 수 있는 인사들이 많다”며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해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임명된 인사들을 보면 낙하산 인사 의혹을 받지 않는 인사가 없을 정도다”고 비난했다.


한편,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구성의 공공성과 공공기관장 인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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