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거진 ‘내정설’ 논란…<왜>

▲ 한국거래소.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한국거래소를 이끌 차기 이사장으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내정됐다. 그동안 이사장 선임을 놓고 추가 공모와 지원 철회 등 난항(亂杭)을 겪었던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문제가 표면적으로 일단락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거래소를 바라보는 싸늘한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동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낙하산 이사장’ 의혹은 이번에도 끊어내질 못했다. 낙하산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노조와의 갈등 역시 이번에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이사장 선임을 놓고 전례 없는 추가 공모까지 펼치면서 ‘내정설’ 논란을 자초했다. 여기에 정지원 이사장이 내정되면서 이러한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 논란을 짚어 봤다.


지난 24일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와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에 대한 최종 면접을 실시했다. 후추위의 선택은 정지원 사장이었다. 이로서 정 사장이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단독 추천됐다.


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예상했던 결과란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종 면접장에서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측은 ‘독립성·신뢰상실 금융위 꼭두각시 거래소 이사장 후보추천위원 사퇴하라’, ‘이사장 추가공모=낙하산 돌려막기?’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사정 선임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펼칠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은 김광수 전 후보에서 정 사장으로 돌려막고 회전문 인사를 하기 위한 추가 공모를 실시 한 것”이라며 “주주총회까지 노조는 반대 의사를 계속 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지원 사장’ 내정설 <왜>


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내정된 정 한국증권금융 사장의 취임이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이 결정되지만 후추위에서 단독 후보로 결정했고, 그간 주주총회에서 이사장 인선에 반대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사살상 거래소 수장으로 결정됐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관료 출신’ 인사 잇따라 지원 철회…정지원號 순항할까


지역 정서까지 반영했나(?)...‘추가 공모’로 ‘낙하산’ 의혹


문제는 논란이 됐던 ‘낙하산’ 의혹이다. 정 내정자는 그동안 꾸준하게 ‘내정설’ 의혹을 받아 왔다. 거래소가 사상유례없는 후보 ‘재공모’를 결정한 것도 이러한 ‘내정설’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9월초 마감된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에는 약 1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김재준 현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박상조 전 코스닥위원장, 이동기 현 노조위원장, 유흥렬 전 노조위원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에서는 김광수 전 원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최종 면접 대상자를 추려 발표할 예정이었던 한국거래소가 돌연 재공모를 선언하면서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거래소는 이사장 후보 발표 하루를 앞둔 12일 재공모를 발표했다.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재공모까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원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다수의 인사들이 지원한 상황에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거래소 측은 “외부 공모자가 김광수 전 FIU 원장 한명 밖에 지원하지 않아 혹시나 제기될 내정설 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추가 공모를 실시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광수 전 FIU원장 지원 철회


하지만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예정됐던 28일을 하루 앞두고 유력 후보였던 김광수 전 FIU원장이 돌연 사퇴했다.


금융가에서는 공모와 심사중단, 다시 재공모 과정을 둘러싸고 내정설 논란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바로 ‘정치권 개입설’.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선임하는 공식절차는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대하고 주주인 증권사와 선물회사로 구성된 주주 총회에서 결정되면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사실상 청와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권력 구도속에서 힘의 논리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금융가의 정설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공모가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금융감독원장 낙마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총장이 금융권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막판 금감원장 내정이 취소되면서 장하성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의 경기고 동문인 최흥식 현 금감원장이 내정됐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선캠프쪽에서 김 전 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자 ‘금융권 인사’ 독식을 문제 삼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치적 권력의 파워게임으로 정지원 현 한국증권금융사장과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하지만 최종 후보로 정지원 사장과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대표가 결정되자 ‘내정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일각에서는 누군 내정이고 누군 들러리란 주장까지 제기됐다.


두 명으로 후보가 좁혀지자 한국거래소 노조는 “모피아 출신 낙하산 후보를 앉히기 위한 보여주기식 선임 절차”라고 반발했다.


부산출신, 내정 인사(?)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자는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되면 임기 3년의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역대 수장, 낙하산 집합소 ‘오명’…노조“낙하산 바꿔치기”


‘지주체제 전환’ 이룰까…독립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


정 내정자는 부산 출신으로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경제학 석사 수료, 로욜라대 대학원 법학 석사, 한양대 대항권 응용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자.

1983년 제 27회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재무부 기획관리실 등에서 근무하다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 금융서비스 국장, 상임위원 등을 거친 정통 관료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제 27대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 또 한국거래소가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첫 부산출신의 인사가 내정되면서 지역적 고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2005년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첫 부산 출신 인사가 거래소 이사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환영의 뜻과 함께 지역에서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대 이사장, 낙하산 둥지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그동안 ‘낙하산 천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이사장 모두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초대 이영탁 이사장과 2대 이정환 이사장, 4대 최경수 이사장은 재무부 출신 관료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


최경수 이사장은 조달청장 등을 역임한 경제관료 출신으로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활동했으면 당시에도 내정설이 나올 만큼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정찬우 이사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정 전 이사장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탈락 후 차기 산업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거론됐다.


지난 1956년 구 증권거래소가 출범한 이후 27명의 이사장 중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료 출신 인사가 2/3인 18명을 차지했으며 내부 출신 이사장으로는 1999년 취임했던 박창배 전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이 유일하다.


낙하산 논란은 한국거래소의 성장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2015년 기준 한국거래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5%.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4%, 2%에 그치는 등 정체 현상이 가속화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주사 전환, 숙제


앞으로 정 내정자가 풀어야할 현안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하나는 지주사 전환이다.


거래소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지주전환이 포함된 자본시장법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무산됐다.


또한 서울과 부산에 위치한 지역적 갈등도 정 내정자가 풀어야할 숙제다. 또한 노조와의 갈등 관계, 예탁결제원 지배구조 문제도 풀어야 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낙하산의 전횡으로 여겨졌다”며 “한국거래소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낙하산 전횡을 끊고 독립적인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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