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대거 유출 대비...기존과 다른 분위기 감지도

[스페셜 경제=이동규 기자]13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인도, 한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지난 8월 기준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이미 올 하반기 예고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달러 확보에 총력전을 벌여온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이들 국가에서 막대한 투자자금 이탈 등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사전에 막아보려는 취지로 읽힌다.


이러한 대열서 앞서가는 건 중국과 인도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올 8월 3조 915억 달러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전세계적인 부동산 버블과 과도한 부채 등으로 투자자 이탈 위험이 있었지만 정부가 적극 대응하며 상황을 수습해 7개월 연속 외환보유고가 증가했다.


인도의 외환보유고 역시 8월 기준 역대 최대인 4000억 달러에 달한다. 수입대금 1년 치를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통상 수입물량 석달치를 낼 수 있는 자금을 쌓아둘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일본도 꾸준히 1조2000억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3848억 달러, 인도네시아는 1290억 달러, 태국은 196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공세적으로 외환보유고를 쌓고 있는 데는 ▲재닛 옐런 의장이 이끄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정상화 행보 ▲1997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 등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미 연준(Fed)이 예정대로 내년 기준금리를 3차례나 올릴 경우 외국 자본 유출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처인 셈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 방화벽 구축은 지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쇼크’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이 지난 2013년 양적완화(채권매입) 프로그램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신흥국에 유입된 달러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며 세계 시장이 혼란에 빠진적이 있다.


프레드릭 누만 HSBC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통화를 거둬들일 준비를 하면서 신흥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되빠져나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방어벽을 강화하는 것은 용의주도한 전략”이라며 “신중한 기류가 팽배해 있다”고 진단했다.


태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트라우마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태국은 1997년 부동산 버블, 제조업 경쟁력 약화, 바트-달러화 고정환율제의 붕괴 등을 우려한 해외 투자자들이 일제히 자본 시장에서 빠져나가며 아시아 외환위기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한국, 인도네시아 등도 당시 외환위기를 겪으며 IMF에 경제주권을 빼앗겼다.


사이언 페너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준이 돈줄을 조일 때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대체적으로 이러한 흐름에 보조를 맞췄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펀더멘털이 과거에 비해 강화돼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버틸 여유가 생기는 등 미국발 충격파로부터 ‘맷집’이 생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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