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맡겼더니 되레 협박‥‘믿을 수 있는 건 딸 뿐?’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금호석유화학이 거액의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해당 직원들이 형사 고소를 할 경우 박찬구 회장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호가 최초로 금녀의 벽을 깨고 박찬구 회장의 딸 주형씨가 새롭게 구매 자금 담당 임원으로 자리하면서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잇단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을 살펴봤다.


지난 7일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의 딸인 박주형씨를 상무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그동안 여성의 경영 참여를 금기시해 온 금호가(家)의 경영 방침을 깬 인사로 재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박 신임 상무는 1980년생으로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2010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퇴사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게 들리고 있다. 박 상무가 금호석화에 영입된 시기와 그가 맡은 업무가 최근 사고가 발생한 구매 자금부문이기 때문이다.


박주형 상무 영입 <왜>


지난 8일 금호석화는 거액의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구매파트 직원 6명을 경찰에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에 관련 직원들이 문제가 불거지지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져 사실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금호석유화학 등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지난달 초 울산공장 고무품질보증팀 서모 차장, 본사 고무해외팀 한모 과장 등 6명에게 대기 발령을 통보했다.


이들은 금호석화가 퇴직자들이 설립한 홍콩 소재 전문 무역상에 원자재 수입 물량을 몰아줘 2010년부터 최근까지 300억원의 순이익을 내도록 도와주고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일감몰아주기 댓가‥챙긴 전·현직 직원 압수수색
오너가(家) 비자금 조성 의혹 폭로 협박에 재계 ‘술렁’



금호석화의 한 관계자는 “본사와 울산, 여수 등에서 구매 업무를 관여한 중간 간부들이 거액의 뒷돈을 챙긴 사실이 적발돼 경찰에 고소했다”며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화는 지난달 초 이들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임수재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리에 가담한 직원들이 회사 측에 형사고소 등을 할 경우 박찬구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은 금호석화 울산공장과 여수 공장 운송물량을 박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몰아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05년 불과 40억원에 이 회사는 수년만에 10배 이상으로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수습 카드(?)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박주형 상무의 선임 배경 아니겠냐며 입을 모으고 있다. ‘금녀(禁女)의 벽'을 깨고 구매·자금 담당 상무로 선임된 것도 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호그룹이 전통적으로 여성의 경영 참여를 금기시해 왔으며 형제공동경영합의서에도 이를 적시하고 있어 박씨의 임원이 이례적이라는 것도 이번 사건을 뒷받침 하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박인천 창업주 아들인 박성용, 박정구, 박삼구, 박찬구 4형제는 2002년, 2005년, 2006년 세 번에 걸쳐 총 10여 조항으로 된 그룹 공동경영 합의서를 작성했다.


금호석화는 지난 7일 박 상무의 취임 보도자료에서 “이번 인사가 구매와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석화측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이 사실이라면 경찰에 고소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박주형 상무 선임은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석유 오너가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박주형씨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금호가 여성 최초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향후 주형씨의 임무는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녀의 벽’ 깨졌다


박주형 상무가 금호가 금녀의 벽을 깼다고 하지만 사실 이번 상무 선임 이전부터 주형씨는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가 있었다.


▲박주형 신임 상무.


박 상무는 지난 2012년 12월 금호석화 주식 1000주 매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회사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 박상무의 주식은 18만2187주(0.54%)로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약 127억7000만원에 이른다.


2006년 작성된 합의서에 따르면 제 3항에 “4가계는 각 가계 소유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식을 각 가계의 아들 직계에게만 상속하고 배우자와 딸 혹은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할 수 없다”고 돼있다.


금호가의 여성들은 대부분 내조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故 박성용 회장의 장녀 박미영씨는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고, 고 박정구 회장의 세 딸인 은형·은경·은혜씨 등은 다른 재계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차녀인 박세진씨 역시 최성욱 김&장 변호사와 결혼해 전업주부로 생활하고 있다.


고액배당 ‘논란’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931억 중 420억원을 배당으로 사용했다. 배당 성향이 45.1%, 고배당 논란을 받기에 충분한 비율이다.


금호석화는 지난 2013년에는 ‘적자배당’ 논란까지 빚었다. 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배당으로 420억원을 사용해 비난이 쏟아졌다. 2012년 1295억원의 당기순이익에 559억원을 배당으로 사용했다.


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의 고배당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에 대해 오너일가의 주식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찬구 회장 등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24.34%을 차지한다. 이 중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박철완 상무로 지분이 10%로 가장 많다. 박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형인 박정구 전 회장의 장남이다.


박주형 상무 영입 ‘속사정’…그룹 안살림 맞고 경영 시동
적자에도 고액 배당 여전히 ‘논란’…금호가 또 다른 악연



박찬구 회장이 6.67%로 그 뒤를 차지하고 있으며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상무는 7.17%, 박 회장의 딸인 박주형 상무 0.5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그 가족들이 회사가 적자인 상황에서도 각각 수십억원의 배당금과 연봉을 챙긴 것이다.


▲금호석화 박찬구 회장.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배당률이 40% 이상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지만 적자상황에서도 예년과 같은 배당을 한 것은 어려운 회사사장을 감안했을 때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와의 악연


금호석유화학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이의를 제기하며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했지만 지난달 24일 기각됐다.


기각 직후 금호석유화학 측은 “법원의 판단은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박삼구 회장의 자격에 대해서는 시장이 판단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4월 “박삼구 아시아나 항공 대표와 김수천, 정창영, 정건용 아시아나항공 이사가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1심과 2심의 기각 결정에 지난해 10월 항고, 올 2월 재항고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금호아시아나의 손을 들어줬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과의 악연으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지난 2010년 대우건설 인수 등으로 마찰을 빚은 두 형제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지분을 총수익맞교환 거래 방식으로 처분하면서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석화 측이 사사건건 금호아시아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제 ‘형제의 난’에서 벗어나 각자의 위치에서 경제 발전에 힘쓸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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